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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Nov 29. 2020

여행덕후, 여행을 마케팅하다 2

인터뷰 / 현직 마케터 장민희 님


무역학과에서 공부했던 경험이 마케터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혹은 비전공자로서 마케터로 가기 위해서 어떤 히스토리가 있었나요?

저는 처음에 꿈이 기자였어요. 좀 더 다양한 직업의 기회를 가지고 싶어서 글로벌한 과를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무역학과를 택했던 건데 생각보다 제가 의도했었던 커리어를 쌓을 수 없는 학과였어요.

협상을 하고, 굉장히 글로벌적인 커뮤니케이션, 치열하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부가적인 부의 결과물들 이런 것들이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실용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법도 해야 하고 다양한 코드도 외워야 하고 굉장히 실무적인 것들을 많이 배우는 거예요. 물론 그런 멋진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탄탄하게 쌓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학문들과 그런 과정들이 필요하지만 저는 약간 마늘 먹다 뛰쳐나간 호랑이 같은 거였죠.


교내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했어요. 대학생이라는 것 자체를 즐기고 싶어서 학생회, 집행부 활동도 했었고, 동아리 활동도 했었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했었죠. 그런데 그 아르바이트가 제가 마트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학교 내에서의 다른 활동들을 하다가 다시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어요. 주류 회사에서 차례주를 파는 활동을 했는데, 술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파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때 너무 텃세도 심하고 굉장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었죠. 화장실에서 한 시간 동안 울고 그랬었거든요. 

포장도 하지 말라고 하고, 판매도 하지 말라고 하니까 울다가


내가 이러다가 나중에 아무것도 못하겠다. 
이걸 이겨내지 못하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어려움을 어떻게 이기지?

하루에 오픈하자마자 마감할 때까지 판매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랬더니 전년대비 매출을 250% 올린 거예요. 거의 바닥상태의 매출이었던 매장이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기잖아요. 그 작은 성공에서 또 다른 성공으로 이어지는 그런 좋은 발판의 느낌 바로 고정 아르바이트로 발탁이 되고, 주류를 판매하는 파트의 아르바이트가 됐어요. 내가 속한 기업의 제품을 팔기 위해서 그 제품만 알면 안 되잖아요. 그 수많은 제품들을 물어보는 사람이 제가 될 텐데 이걸 모르고 "저희 제품밖에 몰라요, 저희 제품 사세요"라고 말하면 절대 설득이 되지 않잖아요. 


"이것도 좋아요, 그런데 이것 사시면서 저희 것도 같이 사실까요?" 이런 식으로 제안을 할 수가 있게 되는 거겠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제품에 대한 공부. 금, 토, 일에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금요일에 수업을 듣고, 끝나고 바로 마트에 가서 판매 알바를 했는데 일요일에 끝나자마자 술을 3개씩 사서, 저희 아빠랑 같이 먹으면서 품평도 해보고 공부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제가 그 매장에 있는 모든 제품들을 다 알게 된 거예요. 저한테 물어보면 직접 먹어보고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한 추천을 할 수 있게 됐죠.


그러면서 느껴지는 이 모든 활동이 너무나 매력적인 거예요. 상품의 패키지, 진열, 그 안에 있는 광고, 이 모든 활동이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 거죠. 전공이 (저어겐) 워낙 재미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점점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론은 이론이고, 실무는 다른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실무에 있었잖아요. 현장에 있었으니까 뭔가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것. 실용적인 무언가를 직접 경험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비 전공자가 마케터가 된다면 오히려 광고, 홍보 마케팅을 전공한 사람들보다 비전공자가 훨씬 더 색다르고 트렌디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에서 얻은 경험이 실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요?

물론, 모든 직업들이 다 그래요. 사회 나가기 전에는 좌충우돌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중에서도 대외활동, 공모전들이 들어갈 수 있는 거겠죠. 다만, 회사에 들어가서 해야 하는 기본적인 스킬들이 있잖아요. 문서라던지 커뮤니케이션이라던지 이런 부분들은 대외활동,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많이 늘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저도 대외활동을 많이 했었고, 공모전도 꽤 많이 준비했었어요. 


공모전 같은 경우에는 결국엔 하나의 제안서를 만드는 과정이잖아요? 제안서를 만들고 나중에 설득을 하는 과정까지 다 겪게 되는 거기 때문에 내가 어느 기업에 가던지 다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프로세스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만드는 제안서의 경우에는 기업에서 바로 사용할 수는 없어요. 

모든 아이디어들이 초안이 러프한 기획들이기 때문에 '내가 공모전에서 수상을 많이 했다.'라고 해서 기업에 들어가서 바로 실무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건 사실 어려운 말이고 다만,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겠죠. 일련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실행되기까지의 로드맵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있으면 사실상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배우는 데는 굉장히 수월할 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 능력

의도를 파악하고, 그 의도에 맞게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 저는 이 공모전이나 대외활동들이 대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프로토타입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거죠.

대학생의 아이디어는 회사에서 생각하는 아이디어와는 정말 결이 다르죠. 왜냐하면 기업에서의 기획은 명확한 KPI(목표)가 있잖아요. 매출 상승이라던지 명확한 목표에 맞게 설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프레임이 제한이 되어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제한이 되겠죠. 그런데 대학생들이 공모전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그게 촘촘하게 설정되지는 못하지만 일단 처음 아이디어가 시작부터 좋은 거잖아요.


말씀하신 대로 공모전은 기업을 설득해야 하잖아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설득을 위한 한 가지 팁이 있다면

핵심은 이거예요. 말랑말랑하고 참신한 건 맞아요. 그건 당연히 갖춰야 되는 거겠죠? 

근데 선은 넘지 말아야 돼요.

병맛도 좋고 재기 발랄한 것도 좋은데... 님아 그 선은 넘지 마오


만약에 영상공모전에서 B급, 병맛 이런 것들을 원하잖아요? 병맛, B급, 안드로메다인 것들은 결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정말 습자지 한 장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B급이 B급이 아니에요. 너무 실험적인 건 사실 힘들죠. 왜냐하면 그 적당한 선이라는 건 사실상 기업에 설득을 하기 위한 그 과정안에 들어갈 수 있는 범주가 있잖아요.

그리고 B급이라고 해도 속된 말로 쌈마이하고 일부 커뮤니티스럽고 이런 것들을 B급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매체들에서 노출되는 정말 재미있고 유쾌한 B급들은 정말로 치밀한 전략이 숨겨진 B급이라는 거죠. 


S급의 속성을 가졌지만 타이틀은 B급
한때 병맛의 획을 진하게 그은 '올드 스파이스'광고, 마냥 병맛처럼 보이지만 메이킹 필름을 보면 B급이라 치부할 수 없는 과정을 알 수 있다.



마케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부연 '질문 이전에 마케터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먼저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항상 인턴이라던지 다른 친구들을 채용할 때 면접에서 물어보는 게 있어요. "마케터란 어떤 사람일까요? 마케터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이곳에 지원하셨나요?"를 물어봐요

잘 팔기 이전에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게 마케터인 거죠. 간단하게 말하면 마케터는 돈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예산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예산을 내가 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얼마나 이 돈을 잘 쓸 것인가. 내가 팔기 위해서 쓰는 비용을 어떻게 산정을 하고, 이걸 가지고 내가 어떻게 요리를 해서 우리 제품에 살을 붙여서 시장에 내놓을 것인가. 그래서 마케터는 돈을 벌어오기 이전에 돈을 먼저 잘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확실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그 데이터를 분석해서 논리를 만들고 그 논리를 통해서 '내가 얼마를 쓰겠습니다'를 회사에 설득을 해야죠. 단기적인 게 있고, 중장기적인 게 있잖아요? 단기적으로는 큰 수입을 벌어들이지 못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겁니다. 매출에 시너지가 될 겁니다. 이런 걸 설득하는 것도 마케터의 역할이 되는 거죠. 내가 돈을 잘 쓰는 걸 잘 설득해야 하는 사람.


회사에서 미움받을 수도 있는 롤이라고 생각해요.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전에 돈을 쓰니까. 마케터가 설득을 해야 할 때 가장 힘든 점이 뭐냐면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잖아요. 

인풋을 넣자마자 아웃풋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소요되는 기간이라던지, 이 기간 동안에 어떤 다른 액션을 할 것인지. 계속 도미노처럼 이어져서 나중에 큰 시너지가 되고 결국에는 마케팅 자동화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 모든 전략을 짜내야 되는 것. 


마케터는 돈을 쓰는 사람이고, 전략가이고, 기획자예요.

대외적으로 하는 일들은 아마 다른 분들이 많이 말씀을 하셨을 것이고 많이 알려졌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내부적으로 어떤 롤을 하고 어떤 포지션으로 있어야 하는지 이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야 실제적으로 마케터라는 직업을 갖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잖아요. 인풋을 적게 넣었는데 갑자기 상도 받고, 이런 것을  예상하지만 그 전에는 굉장히 치열한 고민들도 있고 치열한 야근도 있고


3부에서 계속




https://www.youtube.com/watch?v=Vd9RKYbqT7Y&t=72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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