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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Dec 09. 2020

심리학자가 말할 수 없는 한가지 비밀

현직 30년 경력의 심리학 박사 노주선 님 / 인터뷰 2


요즘 '갈등'이라고 해야 하나. 예를 들면 남과 여, 어른과 아이 등, 편이 옛날부터 있었지만 그 선이 좀 더 진해진 느낌입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조망하면요. 똘똘 뭉칠 때에는 불안정하고,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고, 힘들기 때문에 그래요. 서로 힘들어서 그런 것이 기본적으로 그렇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는 당연히 누구한테나 의지하고 싶겠죠. 뭉쳐있으면 훨씬 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지 않습니까? 메슬로우라는 사람의 '욕구 위기론'이라는 게 있는데요. 인간의 욕구 수준을 기본적인 것부터 고차원적인 것까지. 먹고사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자아실현까지 다섯 단계로 나눠놨는데 거기에 보면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 다음이 기본적인 안전에 대한 욕구가 그다음이에요. 내가 편안하게 밤길을 걸어도 되는 안정감. '내가 살아나가는데 큰 어려움이나 문제는 없겠다.' 이런 것들이고 그 다음 단계가 소속의 욕구로 단계적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코로나라는게 뭐냐면요 생존과 관련된 이슈가 되거든요. 나가서 친구들 만나다가 걸리면 죽을 수도 있는데.  이런 위험과 공포가 있는 거잖아요. 기저 수준에 있는 안전에 대한 욕구를 흔드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위에 있는 욕구들이 다 흔들리는 거죠. 그러면서 위에 것들이 극단적인 형태로 혹은 저급한 형태로 변하는 거죠.


기본적인 욕구인 '안전과 생리적 욕구'가 타격을 받으니 위에 있는 욕구들이 '뒤틀린 형태로' 발현한다는 것


예를 들어서 소속감의 욕구도 우리가 안전하고,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된 사회에서는 소속감의 욕구라는 건 건강하게 다양한 의견을 가진 집단들로 나타날 수 있는데, 기저가 흔들리면요 생존을 위해서 우리는 살고 너는 죽여야 된다는 식의 극단적인 대립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그래서 집단 간의 대립이나 갈등은 기저의 욕구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좀 더 극단적인 형태나, 자극적인 형태나, 아까 말씀드린대로 공격적인 형태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 근본적인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전쟁이죠. 전쟁이 일어나면 온 국민들이 다 불안해하거든요. 어느 날 폭탄이 와서 떨어질지 모르니까. 그렇게 되면 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가족을 쏴 죽여도 전혀 죄책감이 없거나 이것이 영웅으로 칭송받는 것과 똑같은 현상으로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사회적 대립과 관련되서는 결국엔 그룹핑이라는 것도 건강한 본능 중에 하나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때에는 이런 건강한 그룹핑보다는 극단적인 그룹핑이나, 대립의 그룹핑 혹은 자기 보호나, 생존을 위한 절박해지는 그룹핑이 되기 때문에 현상적으로는 대립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왜 저격 콘텐츠는 늘어가는가? 마녀사냥의 뒷면' 편과 동일합니다. https://brunch.co.kr/@answhdcjf2/20)




우리나라의 경우 심리학에 관심은 많으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두려워하는 곳중 하나가 정신과, 심리학 치료라고 생각되는데 마음을 치료하는 업을 오래 해오신 입장에서 한국의 심리학자는 어떤 포지션일까요?

말씀하신 이슈들은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다르게 보지 않겠느냐 혹은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는 것과 관련된 문화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옛날에 비하면 정신과의 문턱도 많이 낮춰졌고, 심리상담이나 이런 것들도 하는 분들도 많아지고 매우 많이 보편적이 되었죠. 예를 들자면 제가 심리학과에 처음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심리학을 한다고 하면 "점성술이냐? 점 보는 거냐? 나랑 이야기하다 보면 내 마음을 다 파악할 것 같다" 이런 판타스틱한 미신적인 생각이 많이 있었는데 그때 선배님들이 그랬거든요. 10년 후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10년 후에 제가 대학원을 들어갈 때에도 별로 달라지진 않았었어요. (웃음)


그때는 임상심리학이나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질병이나 심리적 장애나 이런 것들을 배우면서 제가 스스로 느끼는 건 똑같아요. 신체적인 문제랑. 신체적인 문제도 아픈 사람이 있고, 건강한 사람이 있고 그 연속선상에서 보는 것 아닙니까? 심리적인 문제도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있고, 아픈 사람이 있고, 그 연속선상에 

다 걸쳐있다는 거죠. 단, 문제는 신체적인 문제는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거나 약국에 가면서 치료방법을 찾지만 심리적 문제는 눈에 안 보인다는 것 때문에 주저하게 된다는 거죠. 이게 고통으로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거든요. 팔에 상처가 났으면 피가 줄줄 나면 당연히 누구나 치료받으러 가죠. 그런데 마음에 피를 줄줄 흘리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대처하지 않아요. 눈에 안보이기 때문에 관리가 안되는 거죠.


이건 필자의 경험사례.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신경정신과에 들르는 것에 몆날 몆일을 고민했다. 가보니 겁먹은 내가 바보같았다.


이런 것처럼 심리적인 것도 '치유나 해결의 연속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겠구나'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래도 정신과는 이상한 사람들만 가는 거 아냐?"라는 인식이 있었죠.

그때도 선배님들은 그랬어요. 10년 후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그랬는데 그러고 나서 10년이 지나니까 


진짜 세상이 달라졌더라고요. 

"요즘엔 어디 가서 심리학 공부했습니다."라고 하면 "좋은 학문 하셨네요."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있고

이제는 단순히 심리학이 좋은 학문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기초학문에 해당하지 않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경영학을 해도 심리학이 필요하고, IT나 인공지능에도 심리학이 들어가는 것이고. 심리학은 사람과 관련된 곳이면 결국엔 어느 곳에나 들어가는 이런 세상까지도 오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되는데. 제가 가끔 그래요. 프로그래머 분들한테 IT 개발, 프로그래밍은 기본입니다. IT 개발이나 프로그램이 뭐하고 연결될지를 고민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거든요. 즉, IT 솔루션이 유통업 하고 연결되니까 '아마존'이 나온거거든요.

그리고 IT나 미디어 관련된 것들이 비디오 가계랑 연합이 되니까 '넷플릭스'라는 게 나오는거거든요.

이런 식으로 심리학이라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심리학을 베이스에 두지만 이게 어디랑 연결되어야 될 것이냐. 예를 들어서 기업 사람들의 업무수행과 연결이 되는걸 보통 '코칭'이라고 하고, 아이들 공부와 연결되는 것을 '학습지능, 학업 능력개발' 이런 것에도 기본적으로는 심리학적인 베이스. 교육심리라던가 이런 것들이 들어가야 되는 것처럼. 하다못해 사회적인 공공 이슈들에 대해서도 심리학자들의 의견이나 사람들의 전반적인 심리적 상태에 대한 조사가 들어가듯이 심리학은 '보편적인,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기여를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 않았나'라고 생각을 하고요. 


글쎄요, 미래에는 더 많은 기여를 해야 되겠죠. 인공지능이라던가,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이라던가, 미래에 제조업이나 이런 것들은 다 자동화되었을 때 인간의 만족은 무엇이라던가, 결국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 것을 제공해야 하는가. 이런데 대한 연구들이 앞으로는 계속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30년 동안 인상 깊었던 사례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대답 안 합니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정보일 수도 있고, 제가 공개적으로 답변을 할 때에는 혹시라도 제가 이야기를 했다가 그분이 "내 이야긴데?"는걸 알게 되시면 백 명, 천명의 사람들이 만족을 하더라도 그분이 상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만 이야기를 해요.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겟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 中


그 특정한 사례를 말씀드리긴 어렵고, 주로 기억이 나는 많이 도와드리는 저의 프로세스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보통은 제 인생의 원칙 중에 하나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게 있어요. 왜냐면 상태가 좋거나, 기분이 좋거나, 문제가 없을 때는 절 안 찾으시거든요. '병원은 아플 때만 가는 데니까'라고 생각을 하세요.

그런데 우리가 건강할 때 헬스클럽을 다니면 더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잖아요. 조금 아팠을 때 빨리 병원에 가면 빨리 낫는 것처럼 실은 마음 건강도 그렇게 관리를 할 필요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한테 "생각나는 사례가 뭐가 있습니까?"라는 경우에 

첫 번째 부류는 절박할 때 오셨던 분들. 정말 마지막 희망이라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저한테 오셨던 분들. 이런 분들의 경우에는 지금도 제가 기억을 하고 있고 지금도 가끔씩 '잘 지내시나?'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죠. 그런 경우가 되게 많습니다. 실은 지금도 제 핸드폰에는 저한테 

24시간 전화하셔도 되는 분들이 다섯 분? 많을 때는 한 열명 정도 될 때도 있어요. 소위 말해서 우리가 말하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은 분들. 이런 분들은 언제든지 저한테 전화를 하셔도 되거든요. 제가 대놓고 거기다가 명함에다가 써요. "극단적 선택 금지" 언제든지 저한테 전화하십시오.

이런 분들을 도와드리는 경우나 아니면 이런 분들이 오랜 상담 끝에 보통 3~6개월, 길게는 1년 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럼 상담 끝나는 날 엉엉 울면서 선생님 덕에


"저 이제 안 죽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되게... 울컥하겠죠. 그 긴 시간인데. 그런 분들이 많이 기억이 나고, 그런 분들이

저한테 "고맙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됐고요. 본인이 행복한 줄 알고 행복하게 사세요"

실제로도 그렇거든요. 실제 저야 가이드를 해줬지 노력한 건 그분들이니까. 저한테 치료받는다고 다 낫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스스로 노력했으니까. 그래서 절박한 분들이 첫 번째고, 


두 번째가 너무너무 (치료과정을) 노력하고 열심히 한 분들.

제가 아직도 부족한 치료자고 상담가지만 제가 뭔가를 제안했을 때 10 정도를 제안했는데 50, 60, 100만큼 노력해오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분들은 뿌듯하겠죠, 저희 입장에서도. 도와드리는 보람이 있고. 마찬가지로 본인 스스로 노력하신 분들. 이런 분들이 저한텐 기억에 많이 남는 그런 상담 사례자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TV 같은데 보면 "제가 봤던 환자 중에~" 이런 이야기 막 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거 안되는 거예요. 저의 직업적 가치 중에 하나가 "내담자 분들이 저의 스승입니다" 라는 원칙이 있어요. "내담자나 고객분들이 저의 스승이고 저를 가르친 분들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해요. 왜냐면 그분들과 같이 치료를 하고 같이 상담을 하고, 그분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제가 같이 공부하고 이러면서 저도 같이 성장을 했으니까. 그래서 상담이나 심리치료 같은 것들도 어느 레벨 이상이 되면 (내담자 분들이) 깊은 친구와 같기도 하고, 저도 그분들을 도와드리지만 그분들도 저를 성장시켜주시는 분입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죠.



심리학자는 어떻게 될 수 있나요?

좀 나눠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데요. 심리학 중에서도 임상이나 상담. 이런 것들은 응용심리학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학습, 생리 같은 기초 심리학이라는 게 있어요. 기초 심리학은 솔직히 사람을 그렇게 많이 보진 않아요. 여러분들께서 대학교 다니시면서 심리학 개론을 들어가면 어떤 경우엔 재미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엔 딱딱하고 어렵더라. 기초심리학 선생님한테 걸리면 약간 딱딱해요. 인지심리학 이런 것들.

생리심리학이라고 하면 맨날 뇌 이야기. 이런 것만 신나게 하시고. 저희 같은 상담심리학이나 사회심리학, 성격심리학. 이런 분들 강의를 들어가면 되게 재미있게 이야기하죠. 그런 것처럼 응용심리학 쪽. 성격이나 사회나 임상이나 상담 쪽. 사람과 직접적으로 상호 소통하고 교류하는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 이렇게 전제를 한다고 하면, 첫째는 결국은 다른 사람처럼 심리학을 전공하는 게 우선은 필요하겠는데 전공이 좀 길어요. 예를 들어서 경영학과는 보통 4년 졸업하면 어디 가서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이 심리학 쪽은 조금 길어요. 석사, 박사 정도는 해야 어디 가서 "아~심리학 좀 했구나" 저 같은 경우에도 심리학을 4년 전공하고, 대학원 생활을 2~3년 정도 하고, 병원에서 임상수련을 3년 정도 하고. 이것만 해도 벌써 10년 가까이 되잖아요? 이 정도를 갖춰야 전문가 자격을 줘요. '한국 심리학회'의 '임상심리 전문가'라는 자격증을 받기도 하고 '보건 복지부'에서 주는 '정신보건 임상심리사 1급'이런 자격을 제가 가지고 있는데 그런 걸 하려면 한 10년은 걸려야 해요.


10년을 이빨 꽉 깨물고 공부해야 스타트라인에 선다.


물론, 자격증도 많아요. 심리 관련된 민간 자격증까지 하면 그런 자격을 하는 데만 해도 벌써 10년 정도 임상수련 이런 것들을 갖춰야 하고. 여기는 공모전 이런 건 별로 없어요. 여기는 정말 교육도 도제식(스승과 제자) 교육이 많거든요. 그래서 하나하나씩 심리검사도 까만 거 인쇄해서 가면, 나중에 지적받아서 빨간 걸로 나온다던가, 환자들 계속 보면서 내담자분들 도와드리는 경험이 백 병이냐 천명이냐 만 명이냐에 따라서 일취월장하는 레벨들이 다르거나. 분명한 건 머리로만 하는 건 안된다는 거죠. 

보통은 다양한 이론적인 학습 + 임상경험. 이런 것들이 충분히 겸비가 되어야만 어느 정도 레벨이 되는, 혹은 인정받거나 타인들로부터 존중받는 전문가 레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좀 길다' 이렇게 보시는 게 필요하고. 이 긴 것 때문에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심리학과나 심리학과 대학원을 나오고 수련과정 거치고. 이런 과정들 이런 게 제가 전공하는 임상이나 상담 쪽 정통 과정이고요. 사회심리학이나 이런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 심리학이나 이런데도 석박사 정도는 되고, 그 정도의 많은 경험들을 하고,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들여다보고, 분석도 하고. 좀 오래 걸린다. 

이게 저희 쪽 특징인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3FfyfIe0jWQ



현직 30년 경력의 심리학 박사 노주선 님 / 인터뷰 2

https://brunch.co.kr/@mind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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