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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Dec 17. 2020

심리치료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현직 30년 경력의 심리학 박사 노주선 님 / 인터뷰 3


자신이 지금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 그렇지만 아직 (치료를) 겁내는 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첫 번째는요, 내 마음을 잘 모니터링하는 습관은 항상 도움이 됩니다.

내가 지금 기분이 좋은지, 안 좋은지, 행복한지,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아는 건 되게 중요해요. 이걸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면 말씀하신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 중에 나중에 보면 잘못된 경우들이 있어요. 객관적으로는 우울하지 않아도 되거나 실제론 우울하지 않은데 본인의 생각에 본인이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경우는 상담을 한두 번만 해도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본인 상태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어쨌든 행동하십시오. 

행동이라는 게 제일 좋은 건 전문가를 찾아오는 행동이 좋을 수도 있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는 전문가의 상담이나 가이드가 없다고 하더라도 본인을 변화시킬 수 있는 행동이 중요한데. 우리가 몸이 아파요. 그런데 병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나을까? 안나을까? 가면 약 줄텐데? 그 약이 효과가 있을까? 없을까? 이걸 계속 고민하느라고 안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더 아파지죠. 그럼 어떻게 되냐면요,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일인데 심각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단계까지 이를 수가 있다는 거죠. 심리적인 문제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프면 도움을 요청하고, 많이 아프면 전문가에게 요청을 하고. 이렇게 쉽게 생각하라고 말씀드려요. 


세 번째는 "그럼 효과가 있습니까?" (라는 의문)

"본인이 노력한 만큼 효과가 있다"가 가장 정답. 그래서 상담에 안 오시는 분들은 의지가 없거나 의지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게 떨어지시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제 브런치 글 중에 "제 내담자 분들이 훌륭하신 세 가지 이유"라는 글이 있거든요. 이분들은 어쨌든 오셨거든요. 두 번째는 오는 것만으로도 노력이지만 그 안에서 같이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들이 있는 것이거든요. 그 결과를 즐길 수 있고, 만끽할 수 있으면 그것보다 좋은 게 어딧냐는거죠. 똑같아요. 몸짱이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헬스클럽에 가야 하고, 헬스클럽에서의 어려운 과정들. 이걸 견뎌야 몸짱이 되듯이 마음의 문제도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 가야지" 정신도 다르지 않다.




심리학자의 연봉에 대한 대략적인 분위기라도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도 다른 전공하신 분들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해요. '돈 많이 벌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죠. 

경제적으로 보면 다른 직업하고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석사 이상을 해야 인정받기 때문에 다른 직업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죠. 두 번째는 전문성. 저희 같은 경우에는 병원 수련도 하고 정신 감정이라 고하는 전문기술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때문에 조금 더 +@가 있는 거죠.

다른 심리학 영역 중에서도 임상심리학 쪽이 조금 더 높기도 하고요. 이것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아요. 상담 같은 경우엔 약간 다를 수 있어요. 상담을 하면서 저는 정확히 말하면 임상심리학 전공인데 상담 쪽은 워낙 경쟁자들이 많아요. 무료상담도 많잖아요. 

자살방지 콜센터도 있고. 무료상담도 되게 많고, 상담하시는 분들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유튜브나 이런데에서도 보면 '상담해서 돈 벌 생각하지 마세요' 이런 유튜브들도 많이 있는데 일반상담의 경우는 그렇고요. 


저희들 이하는 주요 업무 중에 하나가 회사 상담센터를 통째로 맡아서 저희가 위탁운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안에서 일반상담과 이슈 상담을 구분해요. 일반상담은 우리 삶의 문제들, 가벼운 우울증은 일반상담에 해당하고요. 이슈 상담이 되면 자살위험군, 명백한 심리장애가 있는 경우, 공황장애, 강박, 직장 내 괴롭힘 이슈, 성희롱 이슈 같은 이슈가 명백하게 있어서 뚜렷한 심리적 문제가 있다. 이 정도 되면 일반상담으로 구분하지 않고 이슈 상담으로 구분해서 나가는 선생님들도 전문적인, 예를 들어 제 레벨 이상이 되는 박사학위 이상의 경력 몇 년 이상. 이런 분들이 나가서 비용도 달라요. 이런 식으로 차별화가 될 수는 있죠. 


어떤 마음 가짐으로 환자를 대하시나요?

저도 똑같아요. 남 들 만큼요. 기본적으로는 저희 가족을 위해서 일하고요. 저희 직원들 위해서 일하고요. 이 사람들을 잘 먹여 살려야 되겠다.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있고요. 

아빠로서의 책임감이나 조직의 리더로서의 책임감.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두 번째로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동기가 있다고 하면 그건 결국 선이죠. 착할 선. 베푸는 선. 내가 가진 지식을 가지고 인간들을 행복하고 즐겁게 만드는데 이로움을 준다. 이런 차원에서의 선. 그래서 제 이름 마지막 자가 진짜로 착할 선(善)인데, 저희 아버님이 왜 이런 이름을 지으셔서 내가 이러고 살까?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그게 제 동기 중에 하나는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3~5년, 10년 전 이상이 돼도 기억하는 분들이 있어요. 절 거쳐가신 내담자분들은 대부분 다 기억하거든요. 이건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딱 보면 제가 10년 전에 만났던 분도 보는 순간 '아 이분 MBTI유형이 뭐였다'이런 게 대부분 떠오르니까.

그래서 이제 결국엔 사람에 대한 관심. 아니면 애정. 


저는 저한테 찾아오시는 분 아니면 별로 관심은 없어요. 제 내담자, 제 고객들. 이런 분들 중심으로 관심을 가지는데 그런 게 제 동기가 될 수 있죠. 그리고 사람들이 저한테 "(사람들은) 선생님한테 와서 힘든 이야기만 하는데 어떻게 그걸 견디세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분이 힘든 이야기를 하는 건 맞죠. 하지만 저는 끝을 보고 치료를 하거든요. 이 분의 힘든 것들이 해결되고 나서 마지막에 눈물 흘리면서 


제가 이렇게 다시 웃을 줄 몰랐어요. 다시 (마음의) 건강함을 찾을 줄 몰랐어요.

이럴 때를 보고서 치료를 하는 것이지. 힘든 것만 놓고 보면 어떻게 견디겠습니까? 이 분이 노력을 해서 제가 

잘 도와주면 궁극적으로는 이 사람도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얻는 순간이 올 것이다.

이걸 목표로 하면서 힘든 과정을 참는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에요.


근데 길어요...

어떤 경우엔 1년도 넘게 걸리고요. 그동안에 그분은 1년 동안 그냥 계속 저한테 막 신경질 내고 짜증내고 분노하고 왜냐면 그게 치료 재료니까요. 저한테 분노하는 걸 상담에서도 보이거든요. 그럼 그 안에서 저한테 나타나는 분노를 다루면서 이분이 가지는 분노 패턴의 문제점이나 개선점들을 다루어서 여기서 연습을 하고, 다른 데서도 연습을 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괴롭히는 경우가 많은데 어쨌든 끝을 보고 견디는 거죠. 


심리학을 배우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첫 번째는 공부만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어요.

사람의 이야기는 특히, Real People Story라는 건 정말 사람 속에서 나오잖아요. TV에 나오는 사람 이야기,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 이야기, 내 주변의 사람 이야기. 이런 것 하나도 놓칠 건 없다. 사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열정. 이런 것들이 심리학의 가장 큰 연료인 건 부정할 수가 없어요. 그건 분명히 맞습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꼭 유지하라. 


두 번째는 그래도 공부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람 좋거나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과 다른 이유는 결국은 전문성이거든요. 이론이 있고, 로직이 있고, 근거가 있고. 저 같은 경우엔 심리검사라는 툴을 이용해서 보다 정확하게 사람을 평가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지금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한다고 하면 지금 하나하나 배우는 것들이 나중에 다 소용이 있다는 말은 선배들은 다해요. 특히, 제가 항상 하는 말로 제가 임상에서 배우는 여러 가지 중에 하나는 석사 때 배운 게 지금 유용하게 쓰이고, 병원에서 수련받은 걸로 20년이 넘게 임상심리학자로 살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요.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우리가 일반인이 아니고 전문가라는 차원에서 결국은 공부예요.

편견을 가지는 것은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전문가라는 건 객관성과 타당성을 가져야 되므로 그것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마라. 


세 번째는 먹고살 길을 찾아라. 

아까 말씀하신 대로 연봉을 못 받아서 월급 같은 문제가 아니라, 이제 심리학은 기초가 됐어요. 옛날처럼 심리학을 했다고 하면 심리학으로 치료를 하고 이런 게 아니라, 이제 심리학은 모든 사회적 활동이나, (삭제) 사람이라는 것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능을 해야 돼요. 예를 들어서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사람에 대한 이해를 어디와 연결시킬 것이냐'에 대한 관심을 항상 가졌으면 좋겠어요. 심리치료일 수도 있고, 게임 개발일 수도 있고,

공장 자동 파일 수도 있고, 부부관계나 성격, 매칭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저희 학문도 응용심리학이지만 이걸 어디에 응용할 것인가? 이런 차원에서의 먹거리. '뭘 먹고살래?'에 대한 관심을 좀 포괄적으로 가져가면 훨씬 더 좋습니다. 버는 것뿐만 아니라 재미가 있어야 하거든요. 


이빨 꽉 깨물고 진로 준비해야 하는 건 심리 쪽도 같은가 보다





개인으로서 혹은 오랜 심리학의 길을 걸어오신 박사님으로서 박사님의 꿈이 궁금합니다.

정신과가 실은 의과 대학이거든요. 정년 70세의 교수직인 거죠. 그런데 30대 초반에 그 학교에서 저를 뽑아줬는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문제가 없으면 거기서 교수직을 얻어서 있을 수 있는 기회들이 몆번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쪽 바닥으로 뛰쳐나온 동기 중에 하나가 진료실이라는 건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위주로만 돌보게 되잖아요? 제가 가진 능력이나 기술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이걸 진료실에 찾아온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좀 더 넓은 세상으로 갈 것이냐. 이 고민을 하다가 '일단 좀 넓은 세상으로 가보자' 하면서 컨설팅회사도 차리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던 심리학자에 해당하거든요.


저의 지식이나 노하우 같은 것들이 좀 더 많은 배품이나 나눔에 활용됐으면 좋겠다는 게 제 개인적인 꿈이고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내 행복 수준이 60이면 65점 70점으로 올라가는데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어렸을 때부터, 전문가로서, 지금도, 아마 미래에도 가질 저의 꿈과 비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SLZlyec4SE&t=12s

https://www.youtube.com/watch?v=1Xq8-bW-6yw




현직 30년 경력의 심리학 박사 노주선 님 / 인터뷰 2

https://brunch.co.kr/@mind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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