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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Dec 20. 2020

로맨스로 시작했으나 느와르보다 살벌한 국문과의 세계

현직 시인, 문학박사 김남규 님 / 인터뷰 1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남규라고 합니다. 국문과를 졸업했고, 운 좋게 대학교 4학년 때 신춘문예가 돼서 시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갑자기 글을 쓰게 돼서 이왕이면 글을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에 대학원에 입학해 2017년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대학교에서 강의도하고,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을 하기도 해서 

출판사 일과 강의를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글을 쓰다 보니까 작년에 브런치라는 카카오 플랫폼에 가입하여 거기서도 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래 저는 시인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영어도 싫고, 수학도 싫어서 제일 만만한 게 어디일까 하다가 문학을 전공하는 국문과에 진학을 하게 됐는데 국문과에 가니까 제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어학은 더 싫었고. 그러다 보니까 주변에서 시인들이나 선생님들이 추천을 하는 거죠. 


"국문과에 갔으면 당연히 시를 전공해야지"

그러면 나도 시를 써볼까 하는 생각에 국문과 내에 있는 시 창작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감성'이 돋아서 "그래도 시를 써야 국문과 아니겠어?"라는 식으로 생각을 해서, 계속 시를 썼습니다. 그 당시에 싸이월드라는 미니홈피가 유행을 했었는데요. 요즘 말로 하면 썸이라고 하지만 당시엔 '밀당'이라고 말을 했는데 '밀당'하는 여자 친구들한테 방명록에다가 되지도 않는 감성 돋는 글을 쓰면서 그때부터 '시'라는 게 재미있었던 거예요.

'시'라는 게 말랑말랑한 감성을 잘 표현할 수 있구나. 그냥 말하는 것보다는 좀 더 호소력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생각하면 오글거리는 글들을 싸이월드에 엄청 많이 올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흑역사이긴 한데 너무 오글거리를 글들을 많이 썼었습니다. 군대 갈 즈음에 시조를 쓰시는 교수님이 국문과에 부임을 하셨어요. 

그분을 통해서 시를 공부하다가 군대를 갔는데 시조집을 10여 권 보내주신 거예요. 저는 GOP에서 할 게 없으니까 시조집을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시조의 리듬을 잘 알게 되었고, 전역해서 민간인이 되니 교수님께서 "시를 쓰지 말고 시조를 써 봐"라고 해서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시조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신춘문예에 냈는데 그게 덜컥 등단이 되는 바람에 대학교 4학년 때 등단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조시인으로 살게 되었어요. 


연예를 잘하려고 시를 쓰게 되었는데 군대에서 시조집을 읽는 바람에
시조시인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달달하다. 몰랐다. 시작은 로맨스였으나 현실은 누아르라는 걸 




'시'와 '시조'라고 하셨는데, 시는 요즘 것이고, 시조는 정석화된 옛날 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도 그것과 관련해서 글을 쓰고 있긴 한데 시조는 정해진 리듬이라는 게 존재하고, 시는 정해진 게 없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막 쓰는 거죠. 그게 10글자여도 상관이 없고, 몇 문장이어도 상관이 없고요. 

시조 같은 경우는 정해진 3행이 있고 초장, 중장, 종장이라는 정해진 리듬이 있습니다. 그걸 지켜야 하는 게

시조고, 지켜지지 않아도 상관없는 게 시죠. 



국문학 박사님이면 어떤 걸 연구하시나요? 

저는 정확히 말하면 국문학과를 나와서 현대 문학을 전공한 거고, 현대 문학 중에 현대 시를 전공한 건데요. 세부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문학 중에서 시, 특히 현대 시라고 하면 갑오개혁 이후. 19세기 이후로 한국에서 나온 시들은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박사를 받은 거예요. 



많은 직업들이 있고,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시인을 업으로 하고자 하셨던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갑작스럽게 신춘문예가 되면서 시인으로 살게 되었는데 시를 쓰게 된 건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허세? 감성? 그런 것 때문에 쓰게 되었고, 대체로 많은 시인들이 시인이 되는 계기가 간단합니다. 


연애를 잘하고 싶어서.


연애 시를 쓰고, 연애 시를 읽다 보니까 '이런 시는 나도 쓰겠다'는 생각으로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인의 영역 혹은 시인으로 등단하기 위한 준비를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거죠. 대체로 그렇습니다. 



시인이 된다, 소설가가 된다. 이런 걸 이야기할 때 '등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등단이 뭐고, 그게 글 쓰는 사람들한테 어떤 의미고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일단 우리나라는 신기하게도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려면 '등단제도'라는 걸 거쳐야 합니다.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혼자서 글을 쓰고 시집을 내면 시인이고, 소설집을 내면 소설가인데 한국은 어떤 제도의 심사를 거쳐서 라이선스를 따야 시집을 내고, 소설집을 내는 것을 일반적인 것으로 봐요. 이를테면 (작가가) 어디에 살고, 무엇을 쓴다는 식으로 약력을 쓰지 않고 몇 년에 어디에 등단. 이런 식으로 항상 쓰거든요.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일종의 관문을 한번 거치고 나서 시인이나 소설가로서 사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입니다. 물론 요즘엔 많이 깨지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그런 게 유지되고 있는데 신기한 건 '신춘문예'라는 제도가 한국에만 있거든요. 실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일제가 신문의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서 일본에서 유행하던 것을 한국에 가지고 와서 한국에서 실행한 건데 그런 제도가 100년이 넘었는데도 계속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춘문예 공과에 대한 말이 많지만 어쨌든 지금 계속 유지되고 있고, 또 재미있는 건 일반인들이 모르지만 문학잡지가 엄청 많아요. 200종이 넘는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따지면 500종이 넘는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잡지들을 통해서 시인이나 소설가로 등단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등단을 하기 위해서 대체로 많은 분들이 준비하는 것이  '합평회'를 나가거든요? 서로 모여서 평가를 주고받는 거예요. 혼자서 쓰고 준비하는 사람도 있긴 있는데 거의 힘들고 대체로는 대학교, 혹은 문예창작과 나 평생교육원 같은 학교 내에서 준비하고 있는 모임에서 많이 나가기도 하고, 요즘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출판에서 운영하는 합평회도 많이 있고요. 시인이 스스로 생계를 위해서라도 시인들을 가르치고 배출하는 그런 합평회가 많이 있는데 그런 합평회를 통해서 준비를 많이 합니다. 


소위 말하는 A급 잡지에 등단하는 걸 최고로 치고요. 예전에는 신춘문예가 엄청 인기가 많았는데, 요즘엔 경향이 갈려서 A급 잡지는 젊은 친구들. 도전 정신이 있는 글을 쓰는 친구들이 되고, 신춘문예는 안정적이고 모험이 적고 희망적인. 왜냐하면 신춘. 말 그대로 봄에, 1월 1일 날 발표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희망적으로 내용이 빠져야 해서 그런 경향을 가진 작품이 신춘문예용이라서 잡지용이 따로 있고, 신춘문예용이 따로 있게 작품의 경향이 갈립니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은 잡지를 선호하고, 약간 나이 드신 분들은 신춘문예를 선호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들은 잡지를, 연세가 있으신 분은 신춘문예를 준비하는게 트렌드라고




시인으로서 활동을 하는데 등단 여부에서 제약이 걸리나요?

현실적인 건데, A급 잡지로 등단하는 시인은 어느 정도 '통과했다'는 그런 신뢰가 있어서 청탁이 많이 가요. 그런데 이를테면 D급 잡지사로 등단하면 아무도 청탁을 주지 않아요. 이쪽도 빈익빈 부익부라서 좋은 잡지로 등단하고, 좋은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면 그 사람에게는 신뢰가 가니까 작품 청탁을 많이 하고 작품 발표를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지만, 레벨이 낮은 잡지사에서 등단을 하게 되면 청탁을 받기도 힘들고 작품집을 좋은데 내기도 쉽지 않아요. 



합평회라는 것에 대해 생소해서요.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혼자서 글을 쓰는 건 솔직히 너무 어려운 거고 그 누구도 자기가 쓴 게 잘 쓴 건지 못 쓴 건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최근에 경향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이런 게 괜찮다, 이런 게 등단용이다, 이런 걸 쓰면 등단을 하기 쉽다는 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혼자서 쓰는 건 솔직히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많은 시를 공부하는 습작생들이 제일 많이 접근하는 게 합평회라는 곳입니다. 


일반인이 들어가면 멘탈이 깔끔하게 탈곡된다는 합평회, 이과들 까다롭다고 뭐라 할게 아니다...


말 그대로 모여서 서로 평가를 나눈다는 이야기인데요, 간단합니다. 매주 한편씩 시를 써와요. 서로 작품을 읽고, 거기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 건데 신랄합니다. 거의 뭐 난도질을 할 정도로 시를 쪼개서 읽죠. 표현이 잘못된 것부터 시작해서 정치적 올바른 문제는 당연히 수정해서 가고, 제목이 틀렸다, 맞춤법 틀렸다. 되게 디테일한 것까지 다 봐줘요. 내가 읽었을 때 이런 건 잘못되었고, 이런 건 고쳐야 된다. 왜냐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극을 받지 않거든요. 자극받고 열 받아서 다시 쓰게 하는 게 합평 회의 취지입니다. 주변에 등단하는 친구들을 봤을 때 (등단에) 평균 걸리는 시간이 합평회에서 부지런하게 3~5년 정도 하면 대체로 등단을 합니다.


2부에 계속...


https://www.youtube.com/watch?v=XwbNXdt2IyA




현직 시인, 문학박사 김남규 님 / 인터뷰 1

https://brunch.co.kr/@knk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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