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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Jan 03. 2021

긴 글, 짧은 글을 쉽게 쓰는 꿀팁

현직 시인, 문학박사 김남규 님 / 인터뷰 3

글 쓰는 방법을 공부를 오래 하신 것도 있고, 박사학위도 있으시고. 많이 궁금한 것들이 있는데 글을 잘 쓰는 방법. 호흡이 짧은 글, 호흡이 긴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 같은 경우는 저녁형 인간 혹은 올빼미형 인간인데요. 특히 요즘 자기 개발서 보면 아침형을 강요하는데 실은 저녁형 인간인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잘 수가 없어요. 다 해야 잘 수가 있는 거죠.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늦게자니까 당연히 아침엔 좀비처럼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저 같은 경우도 새벽 3~4시에 자서 아침 강의가 있는 경우 6시 30분에 일어나기도 하고 강의가 없으면 7시 반에서 8시에는 일어나거든요. 그런 패턴이 정해져 있는데 아침에 강의가 있는 경우 강의를 가고, 강의가 없을 땐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을 하고, 퇴근 후에 아이를 픽업해서 아이랑 놀아주고 씻기고 조금 놀다가 밤 9시쯤

되면 집 근처에 공부방을 마련한 게 있어서 공부방으로 출근을 다시 해야 해요. 거기에선 밀린 출판사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루틴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분초를 다투다 보니까 아무래도 글을 쓸 시간이나 글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일반적으로 생각을 하시지만 그 안에서 다 하거든요. 이를테면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읽게 되고, 그것을 책으로 내다보니까 문장에 예민할 수밖에 없고, 제 전공 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시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고


각 잡고 글을 쓴다? 일주일 내내 직장생활에 시달리다가 주말에 몰아서 글을 쓴다?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글을 쓴다. 안돼요.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막막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것은 그냥 일상생활에서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습관을 만드는 거죠.


주말에 몰아서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뜨끔했다



어려운 건 아닌데요. 여러분이 아무 곳에나 책을 뿌려 놓으면 돼요. 미니멀리즘과 거리가 먼 건데, 소파든 어디든 깔끔하게 치우지 말고 책들을 다 뿌려놓는 거죠. 어차피 24시간 일을 못합니다. 사람은 쉬어야 하고, 자신의 휴식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에 무슨 일을 할까요? 대체로 많은 사람들은 영상을 보거나, 멍하게 있는데 

그냥 그 시간에 편하게 책을 읽으면 됩니다. 깊이가 있는 책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잡히는 대로 읽으면 되고, 서점가서도 보고 싶은 책 같은걸 들고 오면 되는 거니까 그런 책들을 편하게 읽고, 편하게 생각하시면 돼요.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각 잡고 뭘 써야지. 맥북을 펴서 카페에서 해야지' 이런 거 안 해도 되고요. 스마트폰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으면 적어 놓으면 돼요. 그런 것들을 나중에 앉아서 정리하면 되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면 한 편의 글이 쉽게 만들어집니다. 그것을 계속 오랫동안 지속해야 작가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글이라는 게 어떤 글이던 리듬이라는 게 있거든요. 


시에만 리듬이 있는 게 아니고 산문이던, 신문기사던 리듬이 있습니다. 그 리듬을 잘 타는 작가가 소위 말하는 글빨이 있는 작가라고 말을 하는데, 긴 호흡의 글. 이를테면 소설이던 에세이든 간에 긴 호흡을 가진 글이 있고, 짧게. 이를테면 카피처럼 짧게 쓰고 빠져야 하는 글이 있는데 간단합니다. 


긴 글이던 짧은 글이던 무조건 퇴고(문장을 여러 번 다듬는 일)는 많이 해야 하고요. 일필휘지는 없습니다.

한 번에 쭉 썼는데 엄청 좋다? 이런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처음에는 스케치하듯이 쓰고 계속 퇴고를 해서 고쳐야 해요. 퇴고를 하는데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퇴고를 할 때는 무조건 소리 내어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직접 소리 내서 읽으면 문장이 턱턱 걸리는 데가 나와요. 

그러면 그 문장을 지우거나 고치면 돼요. 읽었는데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그럼 잘 쓴 거예요. 읽었는데 어디서 자꾸 막히거나 글이 더 이상 진행이 안될 때 제가 제안하는 것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읽는 거예요. 그렇게 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전혀. 더 빨라요. 왜냐하면 처음부터 다시 읽으니까

문장이 완벽해지고 문장을 곱씹으면서 내려오니까 활로가 뚫린다고 해야 하나? 문장이 뚫려요.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하면서 다음 문장을 알려줘요. 그렇기 때문에 긴 글을 쓸 때는 무조건 소리 내어 읽어가면서 퇴고를 하는 걸 강력하게 추천하고요.


짧은 글을 쓸 때는 조금 다른 방식인데 구조는 똑같습니다. 짧게 쓰고 퇴고를 많이 해야 하는데 짧은 글을 쓸 때는 아무래도 단어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다 보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단어 메모를 많이 해야 해요. 단어장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메모를 많이 하고 있다가 어떤 글을 쓸 상황이 오거나, 어떤 글을 써야 한다고 한다면 그 단어장을 푸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영업비밀인데 저만의 단어장이 있어서 괜찮은 단어나 좋은 문장이 있으면 적어놔요. 그럼 A4용지 7~80장 되는 분량을 써 놓은 게 있는데 글을 쓸 때 그걸 항상 다시 불러와요. 

그래서 글을 쓰다 막히면 그 단어장을 찾아보고 좋은 단어가 있으면 가져오고 좋은 문장이 있으면 그걸 변용하는 거죠. 짧은 문장을 쓸 경우에는 그런 단어장이 꼭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트렌디한 단어를 써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 요즘 유행하는 말들을 써야 하는 게 짧은 문장이다 보니까 그런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예민하게 생각하고 써놔야 하죠. 만약에 쓸 상황이 오면 단어들만 조합해도 나오는 거죠. 


긴 글을 쓸때는 말하면서 걸리는 곳 체크, 짧은 글을 쓸때는 미리 단어장을 만들어서 필요할때 펼치기. 필자는 요세 이 방법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 (효과 있다!!)


요즘에 핫한, 혹은 힙한 문장을 써야 된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는 메모를 한 상태에서 조합만 하는 거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말장난이잖아요? 좋은 글과 나쁜 글의 차이. 혹은 트렌드 한 글과 아닌 것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에 결국은 조합을 잘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거든요. 그렇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기만의 메모장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긴 글 같은 경우엔 그게 어렵잖아요. 짧은 글 같은 경우는 무조건 그런 메모장을 가지고 계셔서 늘 메모하시고 그것을 쓸 때마다 펼치시면 됩니다. 그런 식으로 쓰면 아무래도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걸 정리할 땐 자리를 잡고 써야겠지만 초고가 되는 밑바탕의 메모들을 무조건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해요. 처음부터 자리 잡고 글을 쓸 순 없거든요. 스케치가 어느 정도 있어야 쓸 수 있기 때문에 스케치를 쉽게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놓고 그다음에 옮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글과의 접근이 용이해져요. 글 쓰는 사람이 제일 어려워하는 게 자신의 빈곤한 어휘력이긴 하지만 제일 어려워하는 것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써야 될지. 백지의 공포인데, 그것은 건너뛰려면 미리 작업해 놓은 스케치가 많아야 해요.


요령 없이 일하면 아픈 것처럼 글 쓸 때도 요령 있게 해야 머리가 안 아프다


말이 뭔가 있어 보이는 시인이라는 직업이지 노동이거든요. 요즘에는 시인이라는 말을 안 쓰고 '문장 노동가'라는 말을 쓰거든요. 그것도 노동인 거죠. 소설을 쓰던, 시를 쓰던. 문장을 가지고 노동을 하는 거니까 생각해야 할게 뭐냐면 노동을 하되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노동을 해야지, 요령도 없이 몸으로 일을 하면 금방 몸이

망가지는 것처럼 워밍업을 잘하면서 요령 있게 글을 써야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겠죠.   


4부에서 계속...


https://www.youtube.com/watch?v=iRTzbyaDeac&t=47s





현직 시인, 문학박사 김남규 님 / 인터뷰 3

https://brunch.co.kr/@knk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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