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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May 26. 2020

믿고, 포기 말고, 기록 남기면 언젠간 그게 나의 길

인터뷰 / 현직  기업 홍보팀 이유진 님



1_하고 싶은 게 많고, 독서모임이나 광고 제작 등 실제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요새는 많이 내려놓은 상태고요.(웃음) 요즘은 독서모임과 광고 모임(발광:프로젝트성 광고 모임) 정도를 하고 있어요.


독서모임은 우리나 우리보다 어린 친구들과 진행하는 모임과 직장인 모임이 있는데 얻는 게 많이 달라요. 의외로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다른 시각의 통찰력을 보여줄 때가 많아요. 친구들과의 독서모임에 좀 더 정이 가는 편인데 제 주변의 친구들, 그중에서 다 다른 직종군으로 일부러 모아서 진행하는 모임이 아직은 조금 더 즐거운 것 같아요. 공식화된 독서모임은 참여비용이 부담되기도 하고요. 간혹 교수님을 모셔와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최대한 다양하게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회사 다니면서 관련 공부도 틈틈이 하다가 제 건강이 안 좋아지고 계속 진행하기 어려운 몇몇 개인적인 이슈가 생기면서 '내려놓을 건 내려놓아야겠다'라고 생각해서 활동을 많이 정리한 상태예요. 지금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 소수의 활동에만 집중하고 싶었어요.


광고 모임도 선택에 고민은 있었지만 워낙 잘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이 멤버라면 믿고 갈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있어서 집중해서 진행하고 활력을 얻고 있어요. 저는 집에만 있기보단 외부적인 활동으로 힘을 얻는 스타일이라서... 고마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우울하던 시기였는데 잘 이끌어줘서 심적으로 위안이 됐죠.





2.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프로젝트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광고 모임(이하 발광)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했던 유기견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구 한나네 보호소(유기견 보호시설)에 불이 크게 나서 유기견이 많이 죽기도 하고 견사가 다 탄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에 뉴스도 많이 나고 이슈가 된 사건이었고 발광 멤버들도 유기견 문제에 관심이 있었죠. 


"우리가 도와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크라우드펀딩을 열었죠. 지금은 많이 활성화됐지만 당시는 크라우드펀딩 초창기라 활동에 고민이 많았죠. 당시 사람들이 "주도적이고 재미있는 걸 원하는구나"라는 걸 느껴서 시작된 것이 강아지 캐릭터를 마블 히어로처럼 제작하고 굿즈를 판매해서 후원하는 프로젝트였죠. 여러 캐릭터가 있는데 특정 캐릭터에 후원을 하면 견사를 짓는데 도움이 되거나, 사료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후원자가 주도적으로 선택하여 후원을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과거 한나네보호소(유기견 보호시설)의 화재로 후원 펀딩 프로젝트은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 / 이미지 = 다몽하우스, 와디즈


같은 성격의 '외로우면 연락해'도 그때 시작된 거죠. 그런 활동들이 효과가 있어서 커뮤니티에서 7만 개의 좋아요도 받고, 뉴스에도 나오고 카카오 쪽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이후엔 카카오 스토리 펀딩으로 넘어가서 연예인 분들과 작업하게 됐던 기억이 있어요.


앞장 보고 놀란 가슴 뒷장 보고 힐링된다. / 이미지 = 와디즈


진짜 힘들었어요. 전액 기부로 진행하고, 펀딩 준비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
포장도 많이 힘들었어요.


배송을 해야 했는데 소수인원이 하다 보니 배송 문제가 생긴 거예요. 그때가 제겐 가장 큰 위기였어요. 이제 다 끝나고 잘 됐다고 안심했는데 배송 문제가 생기니까 멘붕이 온 거죠. 장애인 분들이 배송을 도와주는 회사와 협력해서 배송 문제를 해결하고 문제가 된 클레임들에 하나하나 답변을 달고 정신없었어요. 그때 배운 건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배웠고,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소비자 분들에게 솔직하게 인정하고, 솔직하게 상황을 전달하니 감사하게도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변명을 하는 것보다 진정성 있게 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발광은 초기엔 돈이 부족해서 공모전 위주의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다들 직장인이 돼서 자금적인 압박은 많이 없어요.(웃음) 하지만 자금적으로는 나아졌는데 예전만큼의 열정은 아닌 거죠.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광고가 내 남자 친구고, 광고가 내 남편이야"라고 호기롭게 이야기했었거든요.(웃음) 그래서 지금은 멤버 구성 때 새로운 피를 수혈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을 다시 시작해보자 라고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죠.





3_영리적인 목적이나 채널은 아닌 것 같은데, 자발적인 정보의 무료 공유인가요?


네, 저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아웃풋을 내는 게 재밌었고, 나중에 이런 자료들이 모이면 책을 내보자 라는 의견이 있긴 했어요. 그래서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저는 딱히 이런 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냥 주변에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결과물이 나오고 그것을 사람들이 바라봐주고 감사하게도 좋아해 주시고 하는 과정이 좋아서 하는 거지 돈은 그렇게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돈이 들어오는 구조로 제작되지도 않았고요.(웃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꾸준히 공익 콘텐츠를 이어가고 있는 '발광'(광고 모임)







4_윤동주가 좋아 문과를 선택했던 경험이 있는데, 문과적으로 접근이 디지털 홍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마케팅은 사람이 물건을 사는 일이고, 홍보는 사람이 기업을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사람이 타깃이니까 그런 베이스로 접근하기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 할 때도 사람 간에 하는 일이잖아요? 퇴사 사유를 보면 일적인 부분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이 힘들어서 퇴사하거든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도움되는 부분이 많아요. 대화법이라던가 처세술 같은 부분에서요. 윤동주 시인의 경우 시를 쓸 때 단어 하나를 많이 고민하고 백번 이상씩 바꿔요. 그래서 저는 일하는 사람들과 단어 하나를 쓸 때도 그냥 내뱉기보다는 어떤 단어가 좋을지 고민하게 되고, 보고할 땐 듣는 사람이 듣기 편하게 말하게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효율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 사람이 다시 안 물어봐도 되고, 그런 부분들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효과적인 걸 알고 있어서 일방적인 전달보다는 사람에 맞춰서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그래서 저는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감성적인 접근이 중요하긴 하지만 조금 더 논리적이었으면(이과적인 접근이 필요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항상 있어요. 예를 들어 카피를 쓸 때는 감성적인 접근이 도움이 되지만 데이터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수치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데서 아쉬움이 있죠. 그래서 이과적 접근이 가능한 사람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5_많은 독서량을 가지고 계신데, 본인이 생각하는 책 선정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기준은... 딱히 없어요. 저는 이번 회사가 고마운 게 운이 좋게도 회사를 내려가면 바로 서점이 있어요. 점심시간이나 퇴근하고 서점에 가서 직접 서점에서 쭉 둘러보고 눈에 띄는 책들을 봐요. 요새 이런 게 유행이구나, 사람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걸 보는 거죠. 최근 명언집이나 위로글이 엮인 책이 팔리는 걸 보면서 요즘 사람들은 토닥여주는 콘텐츠가 좋구나, 이 책은 표지가 예쁘구나, 이 책은 제목이 이렇구나, 이 출판사에서는 이런 내용을 밀고 있구나 하는 걸 직접 보고 맘에 드는걸 하나씩 읽어보는 거죠.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분들이나 책 읽는 사람을 팔로우해서 보고 있어요. 그런 분들께 책 추천을 받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해요. 그래서 알려주는 책을 다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문학이나 비문학 가리지 않고 다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안 읽는 책이 있다면 '자기 개발서'류의 책 정도겠네요.


독서를 하면서 얻는 건 지식도 있지만 더 좋은 건 토론 같아요. 예를 들면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독서 토론모임에 가서 이야기해보면 비판받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면서 제가 못했던 생각을 많이 듣게 되죠. 그런 과정이 이 책을 10번 읽는 것보다 좋은 효과를 본다고 생각해요. 정말 좋아하는 책은 '태백산맥'이에요. 읽는데 3년 걸렸죠.(웃음) 같은 한국말을 쓰고 있지만 부끄러울 정도로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해요.






6_독서로 인해 도움된 점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진짜 업무적으로는 카피의 슬로건 뽑을 때 도움이 되고, 커뮤니케이션 시에 도움이 되죠.

구체적인 사례들은 박준의 '운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라는 글에 자기가 말을 내뱉을 때마다 그게 유언이라고 생각하고 내뱉는데요. 나는 그냥 내뱉은 말이 듣는 이에 마음속에선 살아간다고 해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말로 준 상처가 크잖아요? 내가 상대에게 그렇게 큰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처주진 말아야지 하면서 조금이라도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인생에서 우울했을 때, 잦은 야근으로 몸이 안 좋아져서 코피가 안 멈출 정 도로 흐를 때가 있었어요. '내 몸이 죽어가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고, 내 삶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때 즈음에 신해철 님의 책을 읽고 삶이 도움이 됐어요. 제가 당시의 세대는 아니었고 그냥 학교 선배였고, 축제 때마다 나오는 노래를 부른 사람이었어요. '마왕 신해철'이라는 책을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에게 신해철은 어떤 존재였는지?"물어보고 다녔어요. 그 책중에 '남들이 똑같이 걷는 길에서 낙오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보다 내가 진실로 원하는 나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더 무서웠기 때문에 그냥 나의 방식을 택했다.'라고 하는 말이 큰 힘이 되었어요. 실제 업무에도 도움이 되지만 제 삶 전체에 그런 식으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 였고,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준 故 신해철 / 이미지 = 문학동네







7_독서, 운동, 여행, 광고 활동 등 교집합 점이 없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최대한 많고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데요. 맞나요?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다양한 걸 경험해 보고 싶고, 그 다양한 것들이 다 연결된다고 느껴요.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처럼 생각지 못한 곳에서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독서가 광고에 도움이 되고

,운동이 체력에 도움이 되고, 여행이 삶의 활력이 되는 것처럼요.






8_본인의 동기부여가 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호기심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요. 약자들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아요. 저는 약간 레지스탕스(저항)나 프롤레타리아(노동계급) 기질이 있어요.(웃음) 약자 계급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검사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제 롤 모델은 미니언즈(슈퍼 베드 시리즈에 나오는 노란색 악당 캐릭터)에요. (웃음)







9_홍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 포기하지 말라는 것.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언젠가 다 도움이 되고, 다양한 것을 해보고 무조건 결과물을 기록으로 남기라는 것. 저는 그런 게 아쉽더라고요. 책을 보든 영화를 보든 간에 그간의 기록이 포트폴리오로 남아있지 않으니 많이 아쉬웠어요. 그런 것들이 요즘은 다 포트폴리오가 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그때의 생각들이 후에 도움이 되기도 해요.


2. 미리 다 준비하지 말 것.

저는 나이 별로 엑셀에 다 작성해 놨었어요. 근데 그게 안되면 너무 우울하거든요? 그냥 지금 어떻게든 살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니까 너무 미리 준비하지 말라는 것.


3. 비교하지 말 것.

제 주변에 너무 뛰어난 사람들이 많아서 열등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누군가가 책을 내고, 강의활동을 하고, 회사가 아닌 곳에서 수익을 내는 걸 보면서 안 좋은 생각을 하면 끝이 없거든요. 사수가 해준 말 중 좋은 게 이 세상이 포켓몬 세상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요. 나는 꼬부기로 태어나서 거북 왕의 기질이 있는데 세상은 리자몽으로 되라는 압박에서 문제가 시작되는 거죠. 


그 사람만의 방향과 속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기록 남기면서 하면 언젠가는 나름의 길에 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10_개인으로서든 홍보로서든 현재 소망하는 목표점이 있다면?


저는 저를 끌어가는 게 호기심이고, 호기심이 없으면 죽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뭐든지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인생에서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리고 사회는 사람들과 살아가야 하니까 밤하늘의 별보다는 어두운 골목길을 밝혀주는 가로등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능력을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그게 보상이라고 느껴요. 어떻게든 제 능력을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럴 때 제가 진짜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고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요. 앞으로도 그런 의미 있는 활동들을 찾아갈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88_msVjGmno&t=107s

https://www.youtube.com/watch?v=RiSSgbTZOB0&t=145s

https://www.youtube.com/watch?v=faz_h_eZ70U&t=4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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