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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Jun 11. 2020

회사 이슈 해결사, 그로스해커

인터뷰 / 현직 그로스 해커 김용훈(리바이) 님



1_광고 제작자에서 마케터(그로스 해커)로 전향하신 이력이 있는데, 이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크게 다르진 않았어요. 광고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할까?'라는 걸 주로 구현하는 직업이고, 마케팅도 소비자를 유혹하는 포지션이니 핵심 주제에서(크리에이티브) 연결고리를 활용하는 게 영향을 줬어요. '대행 쪽은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하면, 인하우스는 깊게 우리 회사의 일을 한다'라는 운영적인 차이를 제외하고는 큰 차이는 없어요. 






2_국내에서 그로스 해킹이라는 포지션이 익숙하진 않은데, 김용훈 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로스 해킹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근래 들어하고 있는 건 마케팅보다는 그로스 해킹 위주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안에서 문제를 찾고 설루션을 제안하는 포지션의 작업이죠. 그래서 기존 광고나 마케팅에서의 접근법과는 다르게 진행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매니저나, 기획자나, 전략 쪽에 가까운 느낌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사람마다 그로스 해킹에 대해 내리는 정의는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실제 경험하고 느끼면서 생각했던 그로스 해킹에 대한 정의는 


첫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목표(영리적 이익)에 있어서 방해가 되는 문제를 찾는 것.

둘째, 그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해요.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서 가지고 있는 문제는 많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설루션도 많을 거예요. 시간이 걸리거나 자금이 많이 들거나 다른 문제를 가진 회사들이 있죠. 그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설루션을 찾아서 제안하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그 해답을 빨리 찾을 수 있는 것처럼 고객이 우리 서비스의 플랫폼 안에서 발생하는 클릭 수 나 액션, 행동 패턴에 대한 모든 값을 기반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근거를 찾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제가 정의 내린 그로스 해킹이라고 생각해요. 근래는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로스 해킹이라는 개념이 일반의 인식과 부딪히는 거죠. 프로덕트를 발전하는 기획자의 포지션인가? 혹은 버튼이나 특정화면을 교체함으로써 변화하는 클릭률을 끌어올리는 디자이너의 영역인가? 같은 영역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죠. 

기획자의 시선에서 해결할 수도 있고, 마케터가 가지는 역량과 생각에서 해결할 수도 있고, 디자이너의 감각에서 풀어나갈 수도 있어요. 어떤 방식이든 간에 상관없이 '가장 합리적인 수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게 방점이라고 생각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하는 구조  / 이미지 = 프리 픽





3_본인이 기획한 프로젝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그 이유는?


많죠(웃음)... 유기견을 위한 캠페인이나 혼자 살아서 불안해하는 여성들을 위한 목소리 기부 캠페인 등도 많지만 회사 내외에서만 구분해보자면


회사 내에서 했던 것 중에선 제가 일했던 '굿닥'에서 약 35개 지하철 역에 사물함을 간이 약국으로 설치하여 응급약품이나 의료용 밴드, 파스, 비타민, 위생용품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생각했던 규모에 비해 예산은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죠. 하지만 9시 뉴스나 다른 매체에서도 많이 나와서 그로 인한 이펙트는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크게 터졌어요. 아이디어 자체도 좋았고, 회사가 생각하는 가치와도 맞았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메스컴에서 큰 이슈를 받은 지하철 약국 / 이미지 = 오마이뉴스, YTN




회사 외적으로는(회사 외의 모임이나 단체에서 진행한) '위안부 소녀상 세우기 캠페인'이 있죠. '간단하게 A4용지를 활용해서 위안부 소녀상을 우리 집에도 세우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어요. 실제 홍대의 '나비의 집'과의 협업으로 위안부 소녀상을 촬영해서 진행했고 그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좋다 보니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프로젝트였어요.

간단한 아이디어로 큰 파장을 준 위안부 소녀상 세우기 캠페인





4_회사 외적으로 활동하는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영리 목적이 아닌 듯합니다. 


영리 목적은 전혀 없어요. 실질적인 활동은 사비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더 많고요.(웃음) 저는 다행히 일을 하면서 크리에이티브한 활동을 많이 한 편이지만 일반적으로 회사일을 하다 보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어도 막히는 경우가 많잖아요? 분명 그런 관점에서 학구열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을 터이니 '우리가 만들고 싶은 광고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그런 게 '공익광고'면 더 좋겠네?라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죠.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저도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행하고, 그것들이 잘 되면 커다란 포트폴리오가 되는 거죠. 


저도 시간을 많이 투자하죠. 만약 다른 쪽에 시간을 투자해서 돈을 버는 방법도 있었을 거예요. 근데 이런 활동을 해보니 돈이 아닌 다른 형태로 제게 돌아오더군요.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사이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돈이 안돼요. 하지만 그것으로서 사람이라던지, 직장이라던지, 혹은 명성 같은 형태로 돌아오고 있어요. 실제로 활동들이 저에 대한 벨류가 상승하는 요인이 됐고요.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던 긍정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5_그로스 해커로서 겪는 현실적인 고뇌는?


마케터의 입장이었을 때는 적은 돈으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유저를 유입시키는 포인트로만 일하면 됐어요. 아마 90% 이상의 마케팅 업종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근데 회사 마케팅 팀장이 돼서 '단순하게 유저를 유입한다'를 넘어서 '회사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개선하고 그 결과가 더 좋은 방향(매출)으로 가게끔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하고 액션을 취했던 것 같아요. 예전엔 적은 금액으로 유저를 유입하는 게 가능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매체도 많아지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경쟁률이 높아지다 보니 쉽지도 않고 활동하는 금액도 비싸졌죠. 단순한 접근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이 됐어요. '더 많이 고뇌하고 액션하고 실행해야지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밤새 하는 건 비효율적이죠. 일하는 시간 내에서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목표점을 잡을 수 있을까라는 구체적인 생각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구매전환율이 1.8%라고 가정하고 2%로 높인다고 생각해보면 전체 매출은 10% 이상 오를 수가 있는 거죠. 

정해진 시간동안 효율적인 근무 / 이미지 = 프리픽


그리고 실질적인 업무를 진행하면서 걸리는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죠. 아이디어가 있으면 결정권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브랜딩은 크리에이티브가 나와도 성공할지에 대한 여부는 아무도 몰라요. 가능성의 영역이죠. 그렇다고 쉽게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보니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의 활동을 했고, 그런 활동들의 타율이 좋다 보니 그 타율 빨로 신뢰를 얻어서 이어나갔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 간에 이해와 진행에 있어서 공감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거죠. 그래도 요즘 편해질 수 있었던 건 데이터 안에서 문제를 찾다 보면 '명분'을 찾을 수 있어요. 그 명분으로 프로젝트를 건의하면 회사에선 안 할 이유가 없는 거죠. 구체적인 명분 제시가 필요해요. '이런 방식으로 진행을 하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이만큼의 수익이 생길 것이다'라는 내용을 공유하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니 제가 편해질 수 있던 것 같아요.

생각만큼의 수익이 안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활동들의 성과가 쌓이면 신뢰가 되고 타율이 되면 자신의 가치는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테스트와 근거와 명분을 찾아내서 날카롭게 접근하고 늘어난 매체들을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마케터의 가치는 달라질 거예요.






6_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마케터(그로스 해커)의 매력?


제가 느꼈던 펙트는 돈을 많이 번다?(웃음) 이 부분은 각 회사마다의 성향인 것 같은데 결과와 아이디어의 성과가 나오는 재미가 매력이지 않을까 합니다. 오로지 수요와 공급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왜 개발자나 엔지니어가 우대를 받는 시장이 됐을까?'라고 했을 때 모두가 IT로 넘어갓고, 개발자가 언제나 필요하고, 시장에서 배출되는 개발자는 많이 없어서 우대를 받는 시장이 된 거죠. 그로스 해커의 국내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수요가 있지만 못하고 있는 회사도 있을 것이고, 문제를 모르는 회사도 많을 거예요. 그래서 내가 선점해서 자리를 잡으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7_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마케터(그로스 해커)의 필수요소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 구조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플랫폼이나 제품 판매에 있어서 단계 단계에서 선행되는 일이 있을 거예요. 그런 것을 알기 위해선 시장과 타깃을 알아야 하고 회사는 이 제품으로 어느 정도의 마진을 가지고 있는가 등에 대한 파악이죠. 그런 포인트를 알아야 제품의 벨류를 올릴 수 있는 고민을 하게 되고 어떤 부분이 누수가 있는고 어떤 부분에서 메워야 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죠. 생각보다 업체들을 미팅하거나 설루션을 파악할 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일부 자료는 소수 경영진들만이 알고 밑으로는 공유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럴 경우 문제 해결이 될 수가 없는 거죠.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하니 엉뚱한 퍼포먼스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구조의 이해  / 이미지 = 프리 픽








8_활동하는 모임이나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몇 가지나 되나요?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는 이유는?


선데이 런이라는 일요일 러닝 모임, 순전히 체력증진을 위함이에요. 정신력은 체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로스 해킹 모임, 작년 초에(2019년) 시작했고 관심이 있거나 실무에 있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글러(그렇지만 글쓰기가 하고 싶은걸)라는 글쓰기 모임, 글을 쓴다는 게 실제 결과물이 나오잖아요? 그 결과물을 그냥 두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원래는 배달의 민족의 사내 동아리로 '목요일에 글쓰기'라는 모임을 한 걸 봤는데 그 활동이 괜찮아 보여서 벤치마킹을 해본 거죠.(웃음) 발광(세상을 밝히는 광고), 공익광고의 취지로 진행하고 있는 모임이죠.


이런 모임들은 순전히 저에 대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을 채우면 저에 대한 가치는 올라가니까요. 하지만 혼자 하기 버거울 것 같으니 모임이라는 형태로 진행하는 거죠.(웃음)





9_팀워크 위주의 작업이 많습니다. 팀워크 활동이 어렵진 않으신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워크 활동 위주의 작업을 고수하는 이유는?


저는 게으르고 잘 안 해요.(웃음) 근데 제가 판을 벌렸잖아요? 어떡해요,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해야죠. 그게 가장 커요. 우선 벌리고 봐요. 대신 그전에 어느 정도 테스트도 해보고 각도기도 재보고 하면서 '해도 되겠다'라는 판단이 서면 일을 벌이는 거죠. 최근 콘퍼런스를 연적이 있는데 우선을 일을 벌였죠. 일단 일을 벌이면 내가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잘해야 하잖아요? 책임감이죠. 그리고 모임을 할 때 보증금을 받아요. 미션을 모두 수행했을 때 다시 돌려주고 미션에 실패할 시 벌점으로 차감하는 형식이죠. 돈은 가장 강력한 개인의 동기부여잖아요? 저 개인으로서나 참여하는 분들에게나 책임감과 보증금의 형태로 동기부여를 시키는 거죠. 아마 제가 주최하는 게 아니라면 귀찮아서 안 나갔을 거예요.(웃음)


이미지 = 프리 픽







10_이렇게 많은 활동 중에도 지치지 않게 하는 자신만의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는?


성장이요. 저나 제 주변의 벨류를 높이는 거죠. 남들이 학위를 딴다던지 학원에서 공부를 할 때 저는 이런 활동을 하는 거죠. 저는 그래도 그 안에서의 활동이 재미있어요. 스킬적인 부분에서의 업그레이드와 네트워킹적인 부분에서의 재미와 인력 등이 충족이 되니까 즐겁게 하고 있어요.






11_광고 제작자 또는 마케터의 꿈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하고 싶은 말?


열린 마음? 뭔가 배운다는 것에 있어서의 마인드. 그 배움이라는 게 작아도 되고 커도 돼요. 본인하고 있는 부분에서의 배움도 되고, 혹은 팔로우쉽(fellowship : 주도권을 잡기보다 따르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변의 노하우일 수도 있겠죠. 어차피 받아들일 때 필요 없는 부분은 걷어내면 되니까요. 필터링을 잘하되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는 것. 그런 것들이 나중에 5년, 10년 뒤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나중이 되어서 당시에 본인이 받아들였던 부분들이 자산이 되고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형태가 될 테니까요. 운이라는 것도 준비된 사람한테 오니까 준비가 됫을 때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야죠.






12_본인의 미래의 목표점이 있는지?


그로스 해킹 모임에서 항상 하는 말이 '대한민국 그로스 해킹의 1세대가 되어보자'라고 해요. 마케터 리바이(김용훈 님의 예명)보다는 그로스 해커 리바이라는 걸 계속 어필하면서 그쪽을 선점하고 싶고 해당 시장으로서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선 결과물이 좋아야 하고 그 결과물이 성공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죠.

그리고... 교과서에 실려야죠.(웃음) 제가 생각하는 지금의 상황이라고 하면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 실리는 게 목표예요.




그로스해커 김용훈 님의 브런치

https://brunch.co.kr/@levikim#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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