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Jul 01. 2016

스타일 코치 칼럼 #9 옷장 경영, 채우기의 법칙

비우는 것만큼 중요한 채우기의 법칙

미니멀리즘 열풍을 보면서 단순히 비우기만 하는 게 만능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불필요한 것을 빼고 나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갖고 사는 것은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여백의 여유와 물건을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이긴 합니다. 미니멀리즘은 어떻게 하면 잘 살까란 질문에서 나온 하나의 행동 방침이며 그것은 삶을 경영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을 옷장에 대입해보면 어떻게 하면 잘 입을까란 질문이 나옵니다. 잘 비우고, 잘 채우는 것이 답이며 그것을 옷장 경영이라 이름 붙여 봅니다. 



옷장 경영 첫번째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고 있는가입니다. 옷장은 삶에 맞는 옷을 잘 갖췄을 때 빛을 발하며 그렇기 때문에 삶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부여되는 역할이 있으면 역할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옷장을 열고 내 삶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역할은 무엇이며 그 역할에 맞는 옷을 나눠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위의 사진 참고) 30대 여자 직장인이라면 첫번째로 직장을 다니고 있고, 그 외의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따라 역할이 부여될 것입니다. 친구들과의 만남일 수도 있고 소개팅일 수도 있으며 그 외의 새로운 모임일 수도 있습니다. 각 삶에 따라 옷은 아주 달라질 수 있으며 또는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옷의 제약이 없어 완전히 캐주얼로 입고 다니는 경우와 보수적인 환경이라 정장만 입어야 하는 경우는 직장 외의 상황에서의 옷과 차이가 생기겠지요. 하지만 직장에서 적당한 비즈니스 캐주얼 혹은 세련된 캐주얼로 입을 경우 친구 모임이나 소개팅같은 상황과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며 또 어떤 직업 환경을 가졌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면 40대 주부입니다. 제가 만났던 주부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개인적이 모임과 자녀와 연관된 모임 그리고 가족 모임 이렇게 3가지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옷장을 열었을 때 나의 삶/상황에 맞게 옷을 적절히 가지고 있느냐가 내 라이프 스타일을 잘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시간적 비율을 넘어 심리적 비율로 나눌 수도 있지만 심리적 비율은 다음에 언급하기로 하지요. 그래서 옷장 속 옷을 내 삶에 맞게 나눠보고, 내 삶의 비율과 대조해 비율이 적절히 잘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옷장 경영의 첫번째인 것입니다. 


만약에 30대 직장인일 경우 직장에서의 시간이 가장 많기 때문에 직장 룩이 60%, 그 외의 옷이 40%를 차지한다면 비율적인 면에서 맞겠지만 만약 직장 룩이 100%를 차지한다면 옷장의 균형이 깨져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옷장은 삶의 축소판이기도 하므로 삶의 균형 역시 잘 맞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일을 좋아하거나, 일만 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직장 룩과 그 외의 룩이 다르다는 전제 하에서입니다. 당신의 옷장 속 균형이 잘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삶에 맞게 옷을 나눠보면 좋을 듯합니다. (심리적인 부분을 짧게 언급하자면 심리적인 비율은 옷장 속 옷을 시간적 비율이 아닌 내가 더 나를 나타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의 옷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것입니다. 내가 직장에서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하더라도 직장 외의 환경에서 나를 표현하는 것이 더 좋고 중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직장 룩이 30%, 그 외의 룩이 70%여도 된다는 것이지요.)



두번째는 기질, 취향을 담고 있는지입니다. 기질은 성향입니다. 스킨, 로션을 각각 따로 바르는 것이 익숙하지 않는 혹은 귀찮은 남성들을 위해 all-in-one 제품이 있듯이 편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스커트보다는 바지, 구두보다는 운동화라는 아이템을 많이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처럼 기질은 내가 소유하고 있는 아이템의 품목을 결정합니다. 실용적인 걸 더 좋아한다면 여기 저기 다 매치할 수 있는 베이직한 아이템을 선호할 것입니다. 취향은 내가 좋아하고 선호하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 디자인, 아이템 매치 등 취향은 기질과 연결되어 있으며 기질과 취향은 나라는 사람의 개성을 만들어냅니다. 화려한 걸 좋아한다면 검은색 보다는 자주색을 선호할 것이며, 반짝거리는 액세서리 활용을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기질과 취향은 아이템을 선택할 때 하나의 기준이 되어줍니다. 나의 기질과 취향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아이템이 옷장을 채울 경우 오늘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에 주저함이나 고민은 줄어들 것입니다. 


세번째는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이것은 특별히 발현되지 않는 요소인데 이유는 가치관과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위의 두 가지(라이프 스타일과 기질/취향)만 가지고서도 만족스러운 옷입기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부 자신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가치관까지를 옷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단벌 신사인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CEO의 스타일과는 달랐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는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나는 패션에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지요. 그들의 사업이 성공했고 창조적인 반항아 이미지에 잘 맞았기 때문에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들의 스타일 전략은 성공했습니다. 단순함과 창조성이라는 가치을 옷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동물의 모피와 가죽을 입지 말자는 운동은 유명합니다. 저 또한 동물의 털이 얼마나 잔인하게 벗겨지는지 기사를 접하면서 가급적이면 동물의 털이 쓰이지 않은 옷을 사려고 노력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면 모피를 입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치관은 삶의 방향성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통해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옷장은 주인을 닮을 수밖에 없습니다.


옷장 경영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액티비티입니다. 옷장을 잘 채웠을 때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삶/상황에서 나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나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나의 옷장은 현재 어떤 상황인지, 나의 기질과 취향은 무엇인지, 옷에 반영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옷장을 좀 더 잘 경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일 코치 칼럼 #8 외모로 판단되는 사람들의 선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