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쟁이들 사이에서 기안84만 너무 순수한 것이 아닌가

나혼자 산다 마감샤워 편을 보고

by 이문연

방송에서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방송 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찐 우정을 키울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방송하는 사람들에게

방송은 직업이므로 자신의 에너지를 얼마나 쓸 것이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런닝맨을 안 보는데

채널을 돌리다가 '노가리편'을 보게 되었고

거기에서 지석진이 처음에는 완전히 비즈니스(방송만 하고 쌩-)로 참여하다가

해외 팬클럽 일정 이후로 완전히 바뀌어서 멤버들과 끈끈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프로그램 이후의 시간에도 서로의 시간을 얼마나 공유하느냐에 따라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동료 그 이상의 감정이 생기긴 어렵다고 본다.

특히 함께 있을 때 즐겁고 편한 성향이 아니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럼에도 나혼산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돈독?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므로(컨셉을 먹고 사는 방송)

이번의 기안84 팽?이 시청자들에게 더 크게 와닿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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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도 생방보면서 '코로나 핑계는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그러면 다른 방송은 뭐임? 자기네들이 언제부터 그런 거 챙겼다고.


게다 이번은 그냥 여행도 아니고 기안84의 10년 웹툰 마감샤워였다.

기안84가 마감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10년동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기란 얼마나 힘든 것인가.

아마 기안은 꽤 큰 기대를 했을 것이다.

(가만히 보면 친구도 잘 없고, 본인 성향도 아싸에 가까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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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가 나혼산에서 약간 기인?으로 통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멤버로 하드캐리?(이시언 빠지고 거의 유일하게)하고 있고


그게 나혼산을 유지하는데 꽤 큰 동력이 되는 건

제작진도, 출연자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기안을 챙겨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감샤워라고 해놓고 일절 연락도 없이

('서프라이즈'라고 해서 더 욕먹는 듯;;) 전현무만 온 것은

나같아도 기안84같은 표정이 되었을 듯 하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방송 촬영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방송을 몇 번 하면서 PD와 작가들에게 느낀 점은

당연한 거지만 그들에게 1순위는 시청율이다.


그 외의 것들은 생각보다 크게 고민하지 않(물론 다 그런 건 아닐 것이다)는

성향이 많고 그렇기에 앞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했던 들

추후에는 어떤 핑계로 출연진을 다독일 수 있는 직업이라는 거다.


그러므로 기안84같은 나혼산을 한다고 하지만

성향 자체가 순수(사람들의 속마음에 대해 잘 모르고 파악하기 어려운 성향)한 사람이라면

저런 상황(아마 모두 같이 가는 뉘앙스를 연기했을 것이다)에서

받게 되는 충격과 실망감은 더 커지는 것이다.


자, 이제 기안84가 아닌 다른 출연진에 감정이입해보자.

기안84가 방송으로는 방송쟁이들보다 분량 잘 뽑아내는 사람이라

같이 여행을 간다면 아마 방송으로는 재미있을 것이다.


이번에 전현무와의 여행도 꽤 재미있었다.

전현무도 처음엔 '폐가 & 봅슬레이 & 버려진 물건' 등등 삼단 콤보로

뜨악!! (나도 뜨악!!)했지만 점점 적응하며 다른 성향에서 나오는 큰 케미를 보여줬다.

(이런 거 보면 역시 전현무가 잘 나가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게 방송이 아니라 실제라면?

과연 기안84랑 같이 여행을 가고 싶을까? 본인의 피곤함을 이겨낼만큼?

정말 좋아하고 애정하는 사람과도 내가 피곤하면 약속을 미루는 법이다.

출연진에게 기안84는 함께 방송하는 동료 그 이상도 아닌 듯하고

기안84도 그들에게 너무 큰 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직장 동료에게 큰 걸 기대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 중에 친한 사람 몇 명은 있겠지만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일리 없다.)


인간관계의 트러블 중 하나는 서로에게 거는 기대치의 괴리감에 있다.

물론 애정할 수록 기대는 커지기 때문에

괴리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감정을 통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조정해가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다.

이번 일이 기안84에게는 출연진과의 위치를 확인하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사람은 남도 자기와 비슷할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솔직한 사람은 남들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적당히 감추고, 적당히 둘러대며, 적당히 표현한다.


가끔 유튜브 '말년을 건강하게'를 보는데

거기에서의 기안84는 나혼산의 기안84와 똑같다.

하지만 이말년과 주호민은 어떤 연륜은 느껴지지만 가식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공중파 방송과 유튜브의 차이이기도 하고

그들이 함께 한(방송에서가 아닌 실제 삶을 공유한) 시간때문이기도 하겠지.


그래서 어제 방송 보면서 좀 기안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는 했는데

오늘 기사에 났을 줄이야.

이슈화 되기에 좋은 먹잇감이기는 하다.


여튼, 방송쟁이들 사이에서 하드캐리하는 기안을 보고 있자니

다른 출연지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서는 각자 나름대로의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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