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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Sep 29. 2021

인터뷰(13)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안 쓰는 이유가?

백문 백답 인터뷰

Q. 보통 메이크업이나, 헤어, 스타일, 다이어트 등 비주얼 사업 쪽은 비포 앤 애프터 사진으로 고객들을 모으는데요. 코치님은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쓰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안 쓰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언젠가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오늘 하게 되었네요. 저도 처음에는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올렸습니다. 기존의 모습과 새로운 옷을 사서 입었을 때의 모습이 차이가 나면 날수록 저도 뿌듯하고 의뢰인도 마음에 들어 하더라구요. 어쨌든 의뢰인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주는 것으로 마음과 일상에 좋은 변화를 주는 게 저의 목표니까요. 그런데 일을 계속 하다 보니 단순히 원하는 아이템을 추천하기보다는 갖고 있는 옷장을 분석한 후 필요한 아이템을 추천하는 것으로 갖고 있는 옷과의 조화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쇼핑은 새로운 옷을 사기보다는 옷장의 빈틈을 메우는 일이라고 생각되구요. 제 코칭이나 교육을 듣는 분들께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옷장의 빈틈을 메워 그렇게 충분해진 옷으로 한 계절을 즐겁게 날 수 있는 것. 그게 쇼핑 코칭의 역할이라구요.


Q. 네 그런데요?


A.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데는 효과적이지만 저는 그런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는 않아요. 이미지가 주는 효과는 크지만 그렇게 모객을 하게 되면 외면의 변화에 무게 중심이 쏠릴 것이고 그건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에요. 비포 앤 애프터는 우리나라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과장된 연출에 기반한 순간적인 변화에 가깝다고 보고 저는 스타일링이란, 일상에서 지속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일상에서 지속되기 위해서는 비포 앤 애프터의 차이에 집중하기보다는 의뢰인의 옷장을 보고 의뢰인의 삶을 반영한 현실적인 스타일링이 적용되어야 한다구요. 그렇게 되면 기존의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의 극적 변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읭? 이게 모야. 너무 평범하잖아?'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게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올리지 않게 된 첫번째 이유입니다.


Q. 아 그러니까 의뢰인의 옷장을 반영해 새로운 스타일로의 변화를 꾀하지만 현실적인 스타일링에선 그렇게 극적인 연출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말씀일까요?


A. 네 그렇습니다. 사실 대학생처럼 하고 다니는 30대 중반 직장인 여성에게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과 같은 변화를 주려고 하면 세련되고 유니크한 디자인의 아이템을 추천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옷장을 보고 취향을 반영해 추천하게 되면 3단계 위의 아이템보다는 1단계나 2단계 정도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을 추천하게 되는 거죠. 물론 사전 상담지에서 얼마만큼의 변화를 원하는지 묻지만 실제 의뢰인이 생각하는 변화와 또 제가 추천하는 아이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적은 변화와 큰 변화 등 3가지 옵션의 각기 다른 디자인의 아이템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모두가 큰 변화를 원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거든요. 코치의 욕심에서는 조금 더 새로운 아이템을 구매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코칭에서 중요한 것은 추천해준 아이템을 얼마나 일상에서 즐겁고 당당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느냐이므로 의뢰인의 선택을 존중해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Q. 하지만 백마디 말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지 않나요? 아무리 경험을 글로 옮겨 쓴다해도 그걸 사람들이 읽었을 때 같은 감흥이지 않을 거고, 요즘은 또 영상 중심이라 아무래도 글로 만들어진 후기는 신뢰받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A. 비교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는 글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신뢰도 면에서는 부족하다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래도 뭔가를 할 때 그게 정말 좋고, 내가 그걸 원하고, 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야 효과도 나온다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쓰는 게 불편합니다. 앞에서 첫번째 이유라고 썼는데 두번째 이유는 얼굴이 안 나온다 해도 불편감을 느끼는 의뢰인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예전에도 허락을 맡은 의뢰인 분에 한해 비포 애프터 사진을 올리긴 했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저도 그렇게 원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어보는 저도 불편하고, 마케팅에 효과를 보려고 제가 그렇게 불편감을 느끼면서까지 허락을 맡고 싶지는 않아요.


Q.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쓰지 않고도 코칭 받을 사람은 받을 거다. 라는 믿음이 있는 건가요?


A. 그렇게 말할 수도 있구요. 어쨌든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당장의 변화'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의뢰인분들의 후기를 읽고 그 후기에 담긴 코칭의 내용을 읽고 동화된 분들이 오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거죠. 어떤 일이 안 그렇겠냐마는 궁합이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일 할수록 성과가 나게 마련이잖아요. 저는 제 일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궁합이 잘 맞는 의뢰인이 와야 저도 일 할 맛이 나고, 더 잘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변 분들이 마케팅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저렇게 하면 어떻겠냐. 조언 하는 부분도 있지만 제 선택에 있어 잘 안 되는 부분은 제가 감수해야죠.


Q. 두번째 이유까지 말했는데 다른 이유도 있을까요?


A. 세번째 이유는 시대성인데 아무리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5년이 넘어가면 약간 촌스러운 느낌이 난다고 생각해요. 안 그런 아이템은 정말 클래식한 아이템인데 아무래도 실용적인 부분을 고려해 추천하지만 그 시대에 유행이 반영된 아이템이 아예 없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후기를 계속 노출할 경우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되었더라도 5년쯤 지나면 촌스러운 스타일이 될 수도 있는 거지요. 후기가 중요한 이유는 코칭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제 코칭의 기록이기도 해서입니다. 10년 전의 코칭, 5년 전의 코칭, 1년 전의 코칭.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로 기록된 후기보다는 글로 기록된 후기를 선호해요. 그 지속성에 있어서 10년 전, 글로 받은 후기는 지금 읽어도 촌스러운 느낌이 안들 수 있지만 10년 전, 이미지로 받은 후기는 분명 촌스러울 거거든요.


Q. 이렇게 이야기 들으니 정말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네요. 선택에 대해 감수한다는 것까지. 다 털어놓으니 후련하신가요?


A.  후련하네요. 제가 마케팅을  못하기도 하고 비주얼 이런  원체 약하다보니 주변에서 가끔 조언을 해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있고요. 제가 선택해서  하는 것도 있고 그러네요. 그래도 생각해서 말씀해주시는 것들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이 '그래,   굵다.'라고 하실 같은데 저도 이런 저랑 살아가려니  이 듭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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