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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l 29. 2016

스타일 코치 칼럼 #12 각자의 패션엔 이유가 있다.

타인의 패션에 순위를 매기지 말 것

계속 칼럼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듯이 저는 옷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스타일 코치 입니다. 여성들 스스로 찾지 못한 매력을 옷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그녀들의 옷장을 점검하고 그녀들이 원하는, 그녀들의 삶에 맞는 아이템을 채우는 것으로 자기만의 옷장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옷을 화려하게 입는다거나 정말 누가봐도 스타일링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인 것처럼 입고 다니지는 않지요. 전 그냥 튀지 않는 스타일이 좋습니다. 가끔 포인트가 될 만한 옷을 입기도 하지만 그건 내 안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지요. 


저를 처음 보는 분들은 제 소개를 들으면 자기 스타일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를 원합니다. 진짜 원하는 것인지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 사람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다양한 스타일링이 활개?치는 그런 환경을 꿈꾸는지라 그저 '허허허~'하고 넘어갈 뿐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전문가라 할 지라도 처음 본 사람에게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저에게는 부담이랄까요. 정말 원하는 눈빛이라면 '이러한 부분은 이렇게 바꾸면 훨씬 더 괜찮을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코멘트해드리긴 합니다만 뭔가 관상가를 만났을 때 '제 관상은 어떤가요?'라고 묻는 것처럼 뭔가 의례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해 그냥 10에 9는 '허허허~'로 넘어갑니다. 


그럼에도 보이는 게 있는지라 길을 가다보면 '요렇게 입으면 더 예쁠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각은 상대적이고 나에게는 별루일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정말 멋진 스타일일 수 있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잘 입었다'라고 생각하는 옷차림은 어느 정도 매체로부터 받은 영향력이 있고, 미의식처럼 일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이 가진 매력을 외적인 미로만 판단할 수 없듯이 옷차림 역시 사회 생활에서 요구되는 정형화된 룩이 아닌 이상 아무리 전문가라 할 지라도 자신의 기준을 개인에게 들이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데 있어 소극적인 이유는 아마 이런 기준에 미치지 못할 시에 받을 수 있는 시선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 하지 못하더라도(그 기준도 상대적이지만) 과감히 나를 표현하는 것에 박수를 쳐 줘야 하는데 어디 트집잡을 건 없나 하는 시선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옷은 그저 편하기만 하면 된다.' '스타일은 나를 표현하는 도구다.' '패션의 완성은 태도다.' '내 스타일은 자유다.' '옷이 나를 말해준다.' '난 저렴하고 실용적인 옷이 좋다.' 처럼 스타일은 내가 옷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옷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삶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 때야말로 저같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친구가 단벌 신사라고, 딸이 여성스럽지 않아 걱정이라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건 어떨까요? (실제로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데 주변인들로부터 코칭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의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비꼬지 말고, 트집잡지 말고, 놀리지 말고 어렵더라도 좋은 점을 발견하여 칭찬해보면 어떨까요? 스스로도 잘 모르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지만, 나만의 기준이 있기에 다름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우리는 1부터 10까지 순위에 매겨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내 안의 다양한 매력을 찾고 그걸 드러내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대해 좀 안다고 상대방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건 한 사람의 자기다움이 좀 더 자기답게 표현되기 위한 시작을 꺾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건 마치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현재 가치 11조달러인 핀터레스트가 어떤 컨설턴트로부터 무가치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스스로가 깨닫기 전까지 내가 어떤 잠재력과 잠재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뷰티 매체나 스타일링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은 자기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노력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많은 방법이나 노하우가 존재하더라도 그걸 시도해볼만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용기를 내어 시도한 룩에 지적질을 받는다면 그 어떤 방법도 개인들로 하여금 꽃피워지긴 어려울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 대해 온전히 알 수 없습니다.(내가 나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각자의 패션이 단지 '미'의 측면에서만 소비되고 판단되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나는 나를 위해 입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패션엔 이유가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스타일 코치 이문연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http://cafe.naver.com/awesome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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