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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Feb 15. 2022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 3줄 리뷰  

스포 많음



실체없는 허상은 어떻게 젊은 창업가의 비전이 되는가

강력한 자기확신과 화려한 언변, 럭셔리 비주얼이 

개개인의 욕망과 결합해 만들어진 MZ세대형 사기꾼


* 총 9부작인데 6화부터 늘어짐. 넷플릭스는 회차를 늘리는 경향이 있는 듯. 7부작으로 만들었어도 될 듯.

* SNS 속 인물(실제 어떤 인물인지는 상관없음)이 중요해짐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전형적인 사기꾼이다. 우리나라도 몇몇 케이스가 떠오름.

* 줄리아 가너는 오자크에서만 봤는데 연기 잘하더라. 러시안 특유의 억양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한다고나 할까.

* 사기꾼들의 특징은 소시오패스적 기질(자기만 잘 되면 됨)과 함께 약간의 천재성(자기확신과 언변, 똑똑함) 그리고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것 같은데 애나 델비 역시 그렇다. 실제도 그랬을지 모르지만 변호사 토드랑 기자 비비안은 어째서인지 애나 델비에게서 자유롭지 못하고 계속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비비안은 특히 애나가 가스 라이팅하는 것처럼 보이는 몇몇 장면이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프로를 보면 사기를 당한 시골의 할머니들이 '갸는 그런 애가 아니야.'라고 믿으며 잘 살고 있는지 걱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잘 갖고 다룬다는 것이겠지. 

* 그래서 모르긴 몰라도 '욕망 투사' '리플리 증후군' '가스라이팅' '소시오패스' 등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할 게 많은 미드같다. 

* 애나를 직접 본 사람들은 다 애나가 진짜 돈이 많은 부자라고 생각하지만 한다리 건너서 그 이야기를 듣는 인물들은 모두 사기꾼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애나가 사람을 홀리는 마력(매력을 넘어)이 있다고 보여지는데 아마도 그녀가 휘감은 명품과 씀씀이를 직접 본다면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어울리진 않을 듯.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 일단 경계.)

* 초반에 체이스라는 창업가가 나오는데 보면서 사기꾼과 창업가는 한끗차이 아날까 라는 생각도 했다. 어쨌든 실체 없는 비전을 팔아 펀딩을 받아 사업을 실체화 시키는 것이 창업이기 때문이다. 애나 역시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작업이 실체화 되진 않았지만 그녀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펀딩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펀딩 심사를 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궁금하다. 그녀는 진짜 펀딩을 받기에 적절한 인물이었는지, 가능한 사업이었는지.

* 애나 델비가 재판장에 들어가기 전 제대로 된 옷을 준비하지 않으면 못 들어간다고 말하는 장면과 멍청한 사업가로 낙인 찍히느니 그냥 감옥에서 썩겠다고 변호사랑 악을 지르며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녀는 회차 내내 'Normal People' 평번한 사람들과 자신을 대비시키면서 자신은 특별하다고, 자신이 하는 일은 아무나 못하는 일이라는 자기확신에 똘똘 뭉쳐 있는데 반팔십을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진짜 특별한 사람들은 자신을 특별하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노멀 피플이라며 깔보지는 더더욱 않는 듯. 

* 그녀가 대단한 일을 하는 부잣집 상속녀가 아니라는 포인트가 몇몇 지점에서 드러나는데 돈이 있을 땐 누구보다 자기확신에 차고 똑독하고 강인한 여성처럼 보이지만 돈이 없을 땐 자기 주변에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땐 초등학생 정도의 대처 능력밖에 없다. 울면서 도와달라고 떼쓰기. 궁금하다 220억 상당의 사업을 계획 중인 사람이 한없이 나약해졌을 때 저렇게 울면서 떼를 쓰는 게 과연 동일인물일 수 있는지. 

* 하여간 그녀는 넷플릭스에 애나 델비의 판권을 3억원 정도에 팔았는데 미국의 Son of Sam law(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로 얻은 대중적 인지도를 이용해 수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하는 법 -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해 압수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영상을 찾아보니 그걸 피해자들에게 돈을 갚는데 쓰겠다고 해 계좌를 동결해지 시켜주고 돈을 갚고 변호사 비용을 댔다고 함. 얼마 전 본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 성범죄자가 327년형을 받은 것도 그렇고 법만큼은 미국이 선진국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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