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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r 14. 2022

글을 잘 쓰려면 일단 써야 하고, 옷을 잘 입으려면

옷장을 봐야 한다.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를 자비출판했을 때 워크숍 용으로 기획하긴 했어도 내가 워크숍을 진행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이 책이 워크숍용으로 많이 쓰이길 기대했을 뿐. 지금 생각해보면 책을 내자마자 수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오래 가지 못했을 거다. 왜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으면 뭐든 오래하기 어려운 성향 탓이다. 스타일 코칭이나 멋습관 워크숍이 인기가 많아 잘 되었다면 글쓰기 수업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결국 지금하는 글쓰기 수업도 어쩌다보니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뭐든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꾸준히 하는 것이 재능이고, 찾아주는 이가 있다면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므로 이제 옷입기 수업과 글쓰기 수업은 빼박캔트 고 위드 미다. 


이렇게 나는 스타일 코치에서 행복한 옷입기 코치로 또 옷글옷글 코치로 나의 아이덴티티를 바꾸는 중이다. 어쩌면 내가 더 편하게 느끼는 아이덴티티로 자꾸 탈피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느 한 분야의 대가가 되기에는 욕심도 야망도 관종끼도 없으므로 내가 좋아하고 잘 한다고 생각하는 분야로 변방에서 돈을 버는 것. 일이 잘 안되기 때문에 이런 생각으로 접어드는 것인지, 나라는 사람이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직도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그렇다. 상황에 맞춰 그 때 그 때 새로운 기회를 만들거나, 나에게 오는 기회를 잡고 더 나은 미래로의 스텝을 모색하는 것. 어제는 처음으로 밀리의 서재에 들어가 <주말엔 옷장 정리>를 찾아봤다. 많은 분들이 리뷰를 남겨주었고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리뷰와 '패션 전공자인데 이 책 인정'이라는 리뷰 등 다양한 리뷰를 보며 그래도 내가 이 세상에 유익한 영향력을 선사한다는 기분에 잠시 도취되었다. 나는 그런 기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유의미한 사람이라는 기분. 


글쓰기 책이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백날 읽어봤자 모든 노하우를 섭렵해봤자 쓰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서 내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은 일단 '말하고' 일단 '쓴다'. 글쓰기 수업의 본질은 '초고를 완성'하는 것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고를 완성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글코치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다. 잘 걷기 위해서는 일단 두 발로 일어서야 한다. 초고를 완성하는 일은 두 발로 내 몸을 지탱해 일어나는 일이다. 그 다음 순서가 걷기다. 일어나지 않고 걷기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초고를 완성해보지 않고 글쓰기를 말하는 사람은 순 뻥카다. 잘 쓰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 원리는 똑같다. 일단 쓸 것. 초고를 완성할 것. 좋은 피드백을 받을 것. 수정할 것.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만 3개월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글을 쓰면서 느낄 것이다. 처음 쓸 때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레벨업한 타이핑의 손맛을.


옷도 마찬가지다. 방송에 나오는 옷이 완판되는 이유는 그 옷을 입은 연예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 그 옷을 내가 입어도 아름다울 거라 생각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은 모두 다르다. 내가 TV 속의 그녀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옷을 입었을 때의 아름다움이 발현되지 않는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는데 드라마나 예능 등 모든 프로그램은 조명과 카메라 기능을 통해 색감을 맞춘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1번 카메라에서 보여지는 옷 색깔과 2번 카메라에서 보여지는 옷 색깔이 완전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연자들이 가장 화사하고 깔끔하게 나오는 색감으로 연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 옷 색과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하다. 내가 본 옷이 아닌데?라며 실망하더라도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방송의 생리에 맞춘 아름다움은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옷은 잘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누히 말하지만 나에게는 없는 아름다움을 좇기보다는 현실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물론 보기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건 오늘날까지 변치 않는 속담인 것을. 옷장의 쓴 맛을 이겨내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입었을 때 아쉬운 옷과 기분좋게 입는 옷의 원인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잘 안하고 살기 때문에 표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왜 아쉬운지, 왜 기분 좋은지 구별하다보면 공통된 원인이 보이게 된다. 거기에 바로 취향, 선호도, 어울림이 존재한다. 옷을 분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옷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분석하는 일이다. 나를 외면하고서는 결코 옷잘러가 될 수 없다. 글쓰기도 그렇고 옷입기도 그렇다. 스스로에 대한 기준을 높게 잡거나, 빨리 뭔가를 이루려고 하거나, 나에게 없는 무언가만을 좇을 때 성장의 씨앗은 시멘트로 덮혀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선생님과 비옥한 토양의 마음이다. 글쓰기 수업 2기를 시작하면서 글쓰기 수업과 옷습관 수업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만났으면 하는 바람에 이런 글을 써본다.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란 약간의 의심과 좋은 코치가 되고 싶다!라는 약간의 욕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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