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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r 21. 2022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 책 리뷰

영화는 거들 뿐, 엄마성장 에세이



2015, 독립잡지 1세대쯤이라고   있는 노처녀를 위한 잡지 '노처녀에게 건네는 ' 있었다. 에디터로 지원해 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고, 다양한 활동에도 참가했다. 세종문화회관  공원에서 열린 세종 예술 시장 '소소마켓'에서 잡지를 판다던가, 서로  입는 옷과 물건들을 가져와 열었던 플리마켓이라던가. 작가였던 편집장님의 센스가 곳곳에 묻어난 컨셉과  글빨 하던 에디터들 때문에 독립잡지 중에서는 나름 핫했는데 독립잡지 특성상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고 다들 특별한 수익없이 좋아서 참여하는 프로젝트 형식이었던 터라 5호인가, 6호까지만 행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육아에 전념하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인스타를 통해 알게  즈음, 거주하는 곳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랜만에 만나 밥을 먹었다.  당시 책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렇게 나온 책이 바로 <육퇴한 , 혼자 보는 영화>. 한달  쯤에 책을 받았는데 책을 받고 나서 반쯤 읽고 한달이 지난 지금 반을 읽었는데  때의 기분과 지금의 기분이 달라서 그런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앞부분보다 뒷부분이 나에게는 훨씬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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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무렵이었다. 한방이는 한동안 병원 놀이에 심취했다. 하얀색 의사 가운을 걸친 채 인형의 배에 청진기를 이리저리 대 보고 주사도 놓는 모습을 보자니 엄마 귀엔 실시간으로 BGM이 흐른다. '위 올 라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라마 <하얀 거탑>의 장준혁 쌤이 한방이한테 잠깐 왕림했다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한방아~ 너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의사?"


엄마의 검은 속내를 눈치 챈 듯 한방이는 뒤통수를 날렸다.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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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은 저자가 한방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일들을 영화와 함께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형태이다. 아 물론 빵빵 터지는 유머는 책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거는 기대감을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에게 맞춰가는 여자의 엄마 성장기이다. 모든 부모가 그러겠지만 배우려고 하는 부모는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성장한다. 특히 공감이 갔던 두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하나는 받아쓰기를 틀리고 와서 자기는 어제 빵점 맞았지만 오늘은 (10개 중에) 3개를 맞았으니 잘 한거고, 또 다른 친구는 어제 9개를 맞았지만 오늘은 10개를 다 맞았으니 그 아이도 잘 한 거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성장한 거고 잘 했다는 아이의 논리. (님 좀 짱인 듯!)


나 역시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그림 일기에서 맞춤법 하나 잘 못써서 그거 맞을 때까지 맞으면서(헐! 답이 맞다와 매를 맞다가 같은 라임이라니!) 고쳤던 기억이 있는지라 내가 어릴 때 저 정도의 낙관?과 용기?가 있었다면 좀 다르게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 엄마는 편집장님보다 100배는 무서워서 불가능했겠지만.


그리고 담임 친구와의 대화에서 초등학교 2학년이 다니는 학원이 8개라는 것도 별로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나 역시 논술학원에서 일했을 때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6개 학원을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고 그것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것도, 엄마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학습 능력이 좋았고 머리가 또래보다 똘똘한 편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그런 능력?을 살려주고 싶어했고 그게 아이를 힘들게 했다.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말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수업시간마다 엄청 서럽게 울면서도 결코 이유를 말하지 않았으니까. 엄마의 기대가 버거우면서도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아이의 마음. 초등학교 3학년일 뿐인데 그냥 안쓰럽게 휴지만 가져다줄 수 있을 뿐이었다.


저자는 사람들의 차원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끼리끼리 모인다고 했다. 나도 꽤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나는 편집장님과 비슷한 사람이기보다는 편집장님같은 사람을 동경(넉살과 오지랖, 대중적 똘끼, 재미난 필력, 통통튀는 아이디어)했기 때문에 그녀의 차원에 발을 들였고 그녀와 이어진 것이리라. 하지만 이 책은 차원이 비슷한 사람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차원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이를 다르게 보는 힘을 줄 것이다. 그녀가 이 책을 나에게 선물했듯이 나 역시 내 주위의 엄마들(관심있는)에게 이 책을 선물할 예정이다. 울며 웃으며 읽기 좋은 엄마 성장기 한 번 읽어보실라우?


저자는 엄마들과 함께 하는 책과 영화 이야기 '씨네맘의 부귀영화(북 with 영화)'도 운영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1000juna 에 방문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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