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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ug 18. 2022

#2 (옷에서의) 퀄리티란 무엇인가?

9,000원짜리 티셔츠가 90,000원처럼 보일 수 있을까? 하지만 9천원짜리 티셔츠를 9만원이라고 우긴다면 믿는 사람이 속출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명품 카테고리 혹은 금액을 높게 설정한 후 페이지에 나온 아이템만 봐도 그 가격처럼 보이지 않는 제품들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옷은 옷 자체의 퀄리티만으로 승부를 보지 않는다. 옷만 봤을 때와 그 옷을 어떤 사람이 입느냐는 다르다. 그래서 옷의 퀄리티는 옷만으로 정해진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어울림과 소화력이다. 구멍이 숭숭 나고 찢어진 티셔츠가 퀄리티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품질의 등급에서 소재가 좋을지는 몰라도 그런 디자인을 소화할만한 사람이 래어템이라는 측면에서 많이 팔리기는 어려운 제품이다. 물론 그런지룩(낡아서 해진 듯한 의상으로 편안함과 자유스러움을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 - 네이버 지식백과)이라고 하여 해진것에서 자유로움을 찾는 패션 경향이 있지만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정도의 소화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그런지룩'이 아닌 '거지룩'으로 오해받기 딱 좋다.



어울림과 소화력은 잘생김을 떠나서 분위기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보통 패완얼이라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화를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잘 어울리는 옷은 따로 있다. 조지 클루니한테 아무리 구멍 뚫린 티셔츠를 입혀본 들 '어울림'에서 오는 퀄리티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같은 9천원짜리 티셔츠라 하더라도 어울리는 사람이 입는다면 5만원 정도까지는 보일 수도,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입는다면 9천원짜리 티셔츠로 보이는 것이 옷과 옷을 입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퀄리티이다.



나이들수록 소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이유는 나이들수록 선택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디자인 선택의 폭이 줄어(그래도 점점 나이지고 있다)드니 소재가 좋은 옷을 사면 적당히 어울려도 부족한 부분이 커버가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30대가 넘어가면 온라인 쇼핑몰보다는 백화점의 브랜드에서 옷을 사기를 권하는데 모든 옷이 다 그렇지는 않아도 '괜찮은 소재'의 아이템을 만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게다 온라인 쇼핑몰의 아이템 이미지는 모니터 화면에서는 꽤 퀄리티가 있어 보여도 막상 받아보고 몇 번 입어보면 브랜드 옷과 차이가 난다. 그래서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 옷은 처음 받아서가 아닌 2-3번 빨아서 입었을 때의 퀄리티를 확인해보면 왜 온라인 쇼핑에 신중하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당신의 주머니 사정은 소중하니까.



'비싼 옷만 입을 수는 없지 않나요?'라는 항변이 들리는 듯 하다. 그렇다. 하지만 처음에 이야기했듯 비싸도 비싸 보이지 않는 옷이 있는 반면, 싸도 싸 보이지 않는 옷이 꽤 있다. 우리가 파고 들어야 할 지점은 거기다.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다. 내가 입었을 때의 퀄리티가 있어 보이느냐 없어 보이느냐다. 남여공용 티셔츠를 제작하는 유니섹스 브랜드의 경우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이미지라면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런 여성이 미샤의 블라우스나 니트를 입는다면 옷 자체의 퀄리티만 살아나 입었을 때의 어울림과 소화력은 상당히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로맨틱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여성이 미샤의 블라우스를 입는다면 옷 자체의 퀄리티에 이미지의 어울림까지 더해져 4,50만원 하는 옷 값이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금액의 자딕앤 볼테르(강하고 거친 느낌의 디자인이 베이스) 티셔츠를 입는다면 그 퀄리티가 온전히 내 것이라 할 수 있을까?



고로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저렴하지만 저렴해 보이지 않는 제품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셀럽이 저렴한 원피스를 입어도 저렴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1) 셀럽이 입는 원피스는 다 고가일 것이다. 라는 편견과 2) 셀럽이라는 후광(비주얼)이 더해지는 것도 있지만 결국에는 3) 어울리는 디자인 선택에 의한 소화력에 기반한다. 나이가 들수록 소재가 좋은 옷을 입으라는 것은 퀄리티가 좋은 옷이 오래 가고 나의 에너지를 덜 쓰게 하기 때문이다. 패스트 패션에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걸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이지만 그걸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꾸 새롭게 채워야 하는 쇼핑 일거리다.



옷에서의 퀄리티는 가격으로만 정해지지 않는다. 어울리면 퀄리티는 높아지고  어울리면 퀄리티는 낮아진다. 모임에서 알게  40 후반 여성분이 청록색  가디건을 입고 왔다.  어울린다고 했더니 아울렛에서 구입하긴 했지만 LANVAN 제품이었다. 어울리지 않으면 퀄리티가 아무리 좋아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퀄리티는 어울림 다음이다. 소재만 좋았다면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퀄리티는 중요하다. 하지만 퀄리티가 만능은 아니며 소재가 좋아서 버리지 못하는 옛날옷만 찾아봐도 ‘ 입게 되는 옷의 퀄리티가 주는 효용이란?’ 질문의 상실감만 느낄 뿐이다.  어울리는 옷이 퀄리티까지 떨어진다면 슬픈 일이다. 퀄리티가  떨어져도 어울린다면 그럭저럭 입을만 하다.  어울리지만 퀄리티가 괜찮다면 잉템이 하나  늘어난 것이다. 진정한 퀄리티는 사람을 같이 봐야 한다. 고퀄이란, 입는 것으로 완성된다.






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해결 심리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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