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Aug 30. 2022

#5 (궁극의 미니멀) 미니멋이란 무엇인가?

'새 옷을 사면 기분이 좋지 않나요?' 강의 중에 수강생이 물었다. '그렇죠. 기분이 좋죠. 하지만 갖고 있는 옷으로 충만감을 느낀다면 새옷을 사는 일이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요?'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 스타일을 잘 알고 나에게 어떤 디자인이 어울리는지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모래 사장에서 반짝이는 진주를 누구보다 쉽게 찾고 그런 진주들이 눈에 많이 보이기 때문에 어떤 진주를 집에 갖고 갈까 고민하게 된다. 쇼핑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그 반대다. 눈 씻고 봐도 모래 사장에는 모래 뿐이다. 뭐라도 가져가야 하는데 진주는 발견되지 않고 엄한 모래만 만지작거리다 그나마 진주에 가까워 보이는 모래를 선택한다. 


갖고 있는 옷을 왜 줄이려고 할까? [1) 트렌드라서 2) 안 입는 옷이 많아서 3) 공간 부족으로 4) 스트레스받기 싫어서 5) 잘 살고 싶어서] 당신에게 해당하는 답은? 우리가 미니멀을 추구하는 이유는 5가지 모두에 해당된다. 정리라는 키워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우리가 이제까지 너무 많은 옷을 소비해왔다는 사실이 미디어로 인해 '인식'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부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곤도 마리에가 책으로 일으킨 나비효과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꺼질 줄 모르고 여전히 미니멀과 관련된 책은 정기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물질적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멀었던 5,60년대에 출생한 부모님 세대는 '주로 채우는 것'이 가치로운 삶의 실현이었다면, 인터넷의 발달로 무엇이든 손에 쥘 수 있는 그 자식들에겐 '채우는 것'보다 '무엇을 채우느냐'가 가치로운 삶의 실현이 되었다. 그러다 곤도 마리에가 나와 '설레지 않으면 버리세요.'라고 설파하니 '그래, 불필요한 것이 삶에 주는 이로움이 무엇이더냐. 당장 비우기를 시작하자!'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정리를 넘어 착한 소비, 환경까지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건을 사기만 했지 그 물건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건지, 그 물건의 대체제는 없는지, 그 물건의 효용을 언제까지로 볼 건지 디테일하게 따지지는 않았다. 옷도 마찬가지다. ‘입을 옷이 없으니 쇼핑을 해야겠어!’ 패턴에서 그렇다면 '왜 입을 옷이 없는지' 따져 보는 것으로 똑똑한 소비자가 되려고 한다. 채우기만 했던 '습'에서 깨어나 물건을 주체적으로 소비하고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조금 더 까다롭게 물건을 고르는, 취향이 다양해진 이유도 있지만 더불어 버려지는 옷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심각성이 옷생활로 전이된 것이다. 너무 많은 옷을 사는 것이 문제고, 멀쩡한데 안 입는 옷이 버려지는 것도 문제고, 쉽게 사고 쉽게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이 문제라는 인식이 옷장에 스며든 것이다.


옷을 잘 입고 싶어 옷을 많이 사겠지만, 센스가 없다면 옷이 많아봤자다. 그래서 나만의 멋을 찾기 위해서는 미니멀, 나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아이템만 남겨보는 것이 좋다. 거기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정리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생각보다 계절당 많은 옷(50-60)을 소비해왔고 그걸 적정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50벌의 옷을 갖고 있어도 그 옷을 한 계절에 다 입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기준과 체계없는 맥시멀 옷장은 결정 어려움(결정 장애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한다)을 동반한다. 옷이 너무 많아 무엇을 어떻게 코디해야 할지 결정 어려움이 있으며, 옷이 많아 비우려고 하면 무엇부터 비워야 할지 결정 어려움이 있다. 게다 옷이 많아도 만족스럽지 않으니 옷을 사고는 싶은데 비슷한 옷만 살 게 뻔하니 쇼핑에도 결정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미니멀을 지향한다. 단순한 삶에 대한 갈망, 평안한 마음에 대한 갈증이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미니멀을 달성했지만 뭔가 아쉽다. 비워져서 옷장은 가볍고 삶은 홀가분해졌지만 멋이 사라졌다. 단순함에서 오는 마음의 평화는 있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누군가를 만날 때 내 모습이 이랬으면 하는 이미지가 있다. 우리는 그 이미지에 맞게 옷을 입는데 옷만 비우다보면 자칫 이 부분을 간과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느낌의 옷을 적정히 갖추는 것. 이것이야말로 궁극의 미니멀이라 생각한다. 미니멀에 멋을 더해 미니멋하게 입는 것. 옷을 입었을 때 내 모습이 마음에 들면 결핍감으로 인한 쇼핑은 줄어들것이다. 우리는 옷의 개수가 아닌, 옷을 입은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옷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옷을 비워놓고 허전함을 느낌다면 진정한 미니멀이라 할 수 있을까? 평안한 마음에 대한 갈증으로 미니멀을 실현했지만 미니멀이 또 다른 고민을 만들어 낸다면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미니멀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 기질과 성향에 따라 미니멀 지향과 맥시멀 지향이 갈리듯 마음이 편하고 선호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단, 맥시멀이 단순히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로써의 방식으로 존재한다면, 미니멀은 더 넓은 의미에서의 가치로운 옷입기에 가깝다. 가볍게 입겠다는 의지는 적정 소비로 이어지고 옷 쓰레기를 덜 만들어낸다. 원하는 삶의 방식이 세상의 이로움에 기여한다면 그것만큼 멋진 일도 없어 보인다. 누구나 미니멀할 필요는 없지만 세상의 옷 쓰레기는 분명 줄어들어야 한다. 또 다른 의미로의 미니멋이다.


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해결 심리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운영

작가의 이전글 #4 (난 CEO도 아닌데) 옷장 경영이란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