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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ug 24. 2022

#4 (난 CEO도 아닌데) 옷장 경영이란 무엇인가?

내가 만약 CEO가 된다면 어떨까? 눈을 감고 한 번 상상해보라. 어떤 리더가 될 것 같은가? 어떻게 관리를 해야 모든 것들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잘 굴러갈 수 있을까? 물론 삐그덕댈 수도 있고, 기름칠도 해줘야 하며 낡은 부품들은 갈아줘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경영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일이 처리되는지를 알고 컨트롤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닐까.(아 물론 똑똑한 직원을 잘 두면 그 직원만 잘 다뤄도 일은 수월하다) 그래서 생소하지만 '경영'이라는 단어를 붙여봤다. 마음 경영, 살림 경영, 옷장 경영. 


자식들은 어느 정도 머리가 크면 부모님으로 하여금 자기 방의 물건을 마음대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 자기 영역 내의 물건은 자기가 관리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하지만 집이라는 커다란 공간 속의 방은 집의 부속물이라 볼 수 있으며 자식 역시 내가 끼고 있는 한 어느 정도의 발언권은 있어야 하지 않나 부모들은 갸우뚱할테지만, 집이라는 공간 역시 공동의 공간이 있고 개인의 공간이 있는 것이니, 자식들이 어느 정도 큰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잘 하는 것인지만 본보기를 보여준 후 자기만의 경영 방식으로 물건을 관리하게 하는 것이 관계 경영과 공간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난 아직 자식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발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해가 안 가는 행태 중 하나는 결혼을 했음에도 자기 물건을 꾸역꾸역 부모님 집에 놔두는 것이다. 자기 물건을 관리한다는 것은 많은 부분이 '책임'에 있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의무가 있어야 권리도 줄 수 있는 것인데 책임은 지지 않지만 내 물건이니 마음대로 버리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물건으로서도 '나는 주인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나는 무엇? 여긴 어디?'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어른으로서의 발상보다는 아이의 발상에 가깝다. 내가 떠안기는 싫고, 비우는 것도 귀찮은데 기회를 놓쳤으니 누가 대신 치워주면 고맙지만 그러기에는 소유욕이 발동한다. '버려도 될까? 아니 일단 냅둬봐.' 경영이란, 책임감이다. 내 일을, 내 직원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래서 몸과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일도 경영이고, 엄마가 살림에 최선(어머니 감사합니다)을 다하는 것도 경영이다. 


내가 산 옷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 그래서 옷장 경영인 것이다. 내가 산 옷이 공간을 점점 차지한다면 그것 역시 공간 경영에 해당한다. 내가 가진 한정된 자원과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래서 넓은 집에 살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지고 넓은 집에 살수록 채울 것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고 한다. 혹은 채우고자 하는 욕망으로 더 큰 집을 욕망하게 된다고 한다. 작은 집에 살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작아지고 그러다 보니 효율을 찾게 된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사는 1인가구들이 옷때문에 근심걱정이 많은 이유는 옷장의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옷은 부피가 큰데 집이라는 공간에서 옷장의 공간이 정해져 있으니 더 채울 수 없는 현실에 다른 공간을 찾아 나선다. 옷이 많다고 옷 관리에 서툰 것도 아니고 옷이 적다고 옷 관리에 능숙한 것도 아니다. 자기만의 기준과 체계가 잡혀 있어야 옷 관리에 유연할 수 있다.


그래서 옷장 경영은 옷장의 크기와 상관없다. 물론 보관할 공간이 크다면 옷이 많을 때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옷을 어떻게 관리하고 싶으냐이다. 옷장이 크다고 미니멀에 꽂히지 않는 건 아니지 않나. 가볍고 심플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은 공간의 크기보다는 그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1인가구든 50평에 사는 3인 가족이든 개인의 옷장은 개인에게 부여된 공간이며 스스로 관리할 수 있을 때 '나는 말이야. CEO가 되기로 했어. 내 옷장을 경영하고 있단다.'라고 말할 수 있다. 옷장을 경영한다는 것은 마음을 경영하는 것과 일상을 경영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오늘 입은 옷이 나의 멘탈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다면 옷장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건강한 멘탈의 하루를 보낼 확률이 높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500원을 걸어본다. CEO가 되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 될 일도 없겠지만 CEO의 마음가짐 정도는 가져볼 수 있다. 당신의 옷장을 잘 경영할 수 있다면 말이다.


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해결 심리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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