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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Sep 06. 2022

#6 (비싸기만한) 백화점이란 무엇인가?

오랜만에 사전 쇼핑(의뢰인과 동행 쇼핑을 하기 며칠 전에 그 장소에 가서 입어볼 옷을 골라놓는 작업)을 했다. 오프라인 쇼핑보다는 온라인 쇼핑 컨설팅을 선호하고 거의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동행 쇼핑을 원하는 분들이 있을 때는 동행 쇼핑도 진행을 한다. 하지만 이번 사전쇼핑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아, 이제 오프라인 쇼핑으로 원하는 아이템을 고르기는 어려운 환경이 되었구나'였다. 내가 간 곳은 총 3군데 죽전 신세계, 수내 롯대, 삼성역 현대 백화점이다. 의뢰인이 가을 옷부터 신발, 가방까지 총체적으로 구매하길 원해서 두루두루 볼 수 있는 곳을 찾아야(백화점 한 군데서 모든 쇼핑을 완료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곳이 없어 3군데나 갔었다는 슬픈 이야기)했는데 백화점이 예전의 백화점이 아니었다. ​


우선 신발 매장은 처참했다. 아울렛에 비해 백화점이 월등히 비싸지만 구매할만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만큼 세련되고 신상이고 예쁜 아이템이 많기 때문이다. 아울렛은 아무리 아울렛 전용 제품이 생산된다고 해도 특유의 '아울렛스러움(신상의 느낌이 거의 없고 화사한 색깔이 잘 없다)'때문에 온갖 촉을 다 동원해서 물건을 찾아야 괜찮은 아이템을 득템할까 말까다. 물론 아울렛의 존재 이유는 가격대비 괜찮은 퀄리티의 브랜드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라 기본템을 구매한다면 아울렛만큼 좋은 쇼핑 장소도 없다. 그렇게 백화점과 아울렛은 구별되어져 왔다. 그런데 사전 쇼핑을 갔던 백화점에서 느낀 점은 '눈에 들어오는 예쁜 아이템이 거의 없다'였다. 신발부터 가방, 옷까지. ​


예전에는 그래도 명품이 아닌 준명품 가방 브랜드들이 적어도 7-8가지 정도는 포진해 있었다. 그래서 쇼핑을 할 만 했는데 가방 브랜드도 몇 개 없고 신발 매장 역시 축소시키는 추세같았다. 신세계와 현대 백화점은 일부가 리모델링 중이었는데 백화점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예전같지 않음에 자꾸 변화와 시도를 모색하는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삼성역 현대 백화점에서는 Obzee와 클럽 모나코에서 재킷과 가디건 등을 찜해놨는데 Obzee 가을 재킷은 캐시미어라 그런지 70만원대였다. 의뢰인에게 어울릴만한 디자인이긴 했지만 예산을 초과한 아이템이라 일단 찜만 해놓았는데 나는 이런 쇼핑을 할 때 의뢰인에게 빙의해서 옷을 고르는 편이라 고민하게 된다. 과연 저 값에 살 만한 아이템일까? (예산이 여유로운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는다.)​


백화점에서 찜한 가방과 옷을 집에 돌아오면서 검색해 본다. 브랜드와 품목만 알면 웬만한 건 다 검색이 된다. 더한섬닷컴에서 판매 중이다. 가방은 최저가를 검색하면 무려 2만원 정도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입어보는 건 오프라인에서 입어보더라도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게 훨씬 이득인 것이다. 온라인 구매가 저렴하기도 하거니와 패션회사 어플리케이션(모바일 쇼핑몰)에서 구매할 경우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쿠폰 발행 등의 이점도 있다. 패션 회사는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으로 모바일 쇼핑몰을 시작했는데 무료 반품 또는 쿠폰 발행 등으로 공격적으로 소비자를 모집하고 있다. 굳이 큰 수수료를 내가며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아도 고객과의 접점을 찾은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면 쇼핑의 시대가 저물고 비대면 쇼핑의 시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니즈는 유튜브같은 채널을 통해 다양해지고 장벽없는 쇼핑 플랫폼이 가득한 모바일 세상에서 훨씬 더 적극적이 된다.

그러니 백가지 제품을 모아놓은 상점이 요즘 세상에 먹히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모바일 세상에는 무한대의 제품이 우리를 유혹하지 않는가. 백화점에 가봤자 내 니즈에 맞는 제품은 비싸기만할 뿐이다. 좋아하는 디자인의 옷이나 신발, 가방을 발견했다고 해도 비슷한 디자인의 더 저렴한 제품이 없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모바일 쇼핑 플랫폼의 발전으로 개인 디자이너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그들의 참신한, 퀄리티도 꽤 괜찮은 아이템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전에 오프라인 쇼핑을 백화점으로 갔던 이유는 옷, 신발, 가방을 한 번의 쇼핑으로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7군데의 가방 브랜드를 돌면 그래도 괜찮은 제품이 3-4개 정도 보였고, 신발 역시 7군데 정도 돌면 괜찮은 제품을 3가지 정도는 발견할 수 있었다. 옷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백화점 3군데를 돌아도 괜찮은 아이템을 발견하기 어려워졌다.(물론 이건 내가 예산을 정해놓고 쇼핑을 해서일지 모른다. 가을 아우터 하나의 예산을 7-90만원으로 잡았다면 더 다양한 아이템을 발견했을지도)​


모바일 쇼핑 플랫폼은 다양해졌고 그로 인해 백화점의 차별점은 떨어졌다. 예전에는 브랜드의 옷을 백화점에서 샀지만 이제는 패션 회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 모바일 화면 속 제품과 실제 제품의 괴리(제발 아예 다른 색으로 보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연광과 모니터 사양 어쩌고 핑계대지 말라구!!)때문에 애러가 있긴 하지만 자기 제품을 어떻게든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야 무료 반품만 해준다면 너그러이 이해해줄 수 있다. 백화점은 더 이상 옷을 구매하는 장소가 아니다. 야외가 아닌 실내 외출을 원할 때 가족들끼리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여의도 '더 현대'에 유모차가 그렇게 많은 걸 보면 '쾌적함과 편리함'은 역시 백화점을 따라올만한 곳이 없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가 아닌 기존의 백화점을 유지하는 곳은 더 이상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을 것이다. 옷은 온라인에서 사고, 백화점에서는 그저 먹고 즐길 뿐이다. ​


오늘은 AK플라자에 가볼 참이다. 오프라인 백화점의 마지막 보루. 별로 기대는  되지만 그래도 가볼  있는 매장은  확인해봐야 하니까. ​


* 19년에 <백화점은  망하지 않을까 싶다> 글을 썼었는데 점점 실체화되는 느낌적인 느낌이……

https://m.blog.naver.com/ansyd/22168820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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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해결 심리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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