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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Sep 04. 2022

청와대 패션화보, 문화재청이 잘못한 점 3가지

스타일 꼬치꼬치 51화


뒷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서야 글을  에너지가 났다. 엄마가 삶아주신 옥수수때문일까.  펀치 쓰리 강냉이로 블로그에 써보고 싶어졌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겠지만 마침내. (사실 보그 코리아에서 청와대 패션화보 기사가 나오고 오마이뉴스에서 기사 청탁을 받았는데 보그 코리아에서 기사를 바로 내려서  일이 없어졌다)


문화재청이 잘못한 점은 3가지다. 물로 보그 코리아도 잘 한 건 없지만 허가를 내주고 패션화보를 검토했어야 하는 당사자는 문화재청이 아닌가. 보그 코리아는 자기네 일을 열심히 한 잘못밖에 없다. 물론 패션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건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나 역시 일반 대중의 안목이므로 그들의 하이 패션적인 면모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그 코리아가 청와대 화보에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하이 패션을 추구하는 건 컨셉을 잘못 잡아도 한 참 잘못 잡았다고 본다. 보그 코리아의 잘못은 그것 뿐이다.


이제 문화재청의 3가지 잘못을 꼽아보자.


1) 패션이 구리다. ​


나는 청와대에서 패션 화보를 찍었다는 사실에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청와대를 개방하고 나서 그 장소가 상징성을 갖고는 있지만 패션 화보를 찍는다고 청와대의 위상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장소의 상징성에 어우러지는 컨셉과 의미가 잘 맞아떨어질 때의 일이다. 이번 패션 화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리다는 것이다. 미안하다. 아름답지 못하다로 정정하겠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패션계의 하이 패션적인 면모가 들어가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미의식일 수 있지만 보그라는 잡지도 일반인들이 보는 패션 잡지가 아니던가. 일반인들이 봤을 때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정도의 아름다움은 담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2) 한복이 아니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한복 전문가에게 검토를 받았어야 했다. 이 부분은 보그 코리아 관계자들 역시 부끄러워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어딜 봐서 패션화보의 옷들에 한복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나. 일반 드레스에 두루마기 하나 걸친다고 한국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스파게티에 김치 하나 올려서 한국의 음식이라고 포장하는 꼴이 아닌가. 버선에 하이힐 신는다고 그게 한국적인가.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1차원적인 사고(고심했다고 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처참)와 문화재청의 무책임한 업무역량이 만들어낸 흑역사다. 보그 코리아의 기사는 내려갔지만 괴상망측한 패션의 이미지는 여전히 검색되고 있으니 온라인에 길이 남아서 자랑스럽긴 할까.

3) 국뽕이 안 차오른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2년전에 난리가 났었던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의 영상들이 떠올랐다. 음악부터 장소, 영상, 댄스, 패션까지! 영상을 보는 내내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한국 홍보 영상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전주, 목포 등 시리즈로 계속 만들어졌고 전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영상의 패션은 놀랍게도 댄스를 담당했던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직접 스타일링한 것인데 보그 코리아는 댄스팀에 가서 한 수 배워야 할 듯 싶다. 그 장소를 잘 드러내는 패션이 무엇인지를 이미 2년전에 핫했던 영상들이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데 보그 코리아와 문화재청을 우아하게 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뽕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부끄럽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청와대 패션 화보를 검색하다 기사 하나를 보고 빵 터졌다. 경복궁 구찌 패션쇼가 취소되었다는 기사였다. 푸핫. 시리즈로 기획했나 보다. 청와대 패션화보, 경복궁 구찌 패션쇼 그 다음은 어디였을꼬. 차라리 청와대 패션 화보가 잘 터졌나 싶다. 잘못 끼운 첫 단추는 이래서 위험한 건데 그래도 첫단추에서 끝났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하지만 곧 슬퍼졌다. 이번 정부의 장관들이나 업무능력이나 하나같이 별로(윤석열 뽑으신 분들 다 어디갔나요?)인데 아랫물이 윗물보다 맑은 이변이 일어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패션화보 유튜브 기사에도 우아하게 욕을 쓰려다 발견한 댓글이 하나 있는데 이번 포스팅의 공을 이 댓글러에게 바치며 글을 마친다.

'이번 정부는 하는 짓이 다 이상해 ㅋㅋㅋㅋ'


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해결 심리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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