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Sep 13. 2022

내가 글을 쓰는 이유 feat. 작심삼글 수업

작심삼글 4기를 시작했다. 오전반, 오후반 2분씩. 원래는 생활주제 글쓰기로 시작을 했는데 이번에는 '글을 쓰고 싶은 이유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를 생각해오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내가 글을 왜 쓰는지 글로 정리해본 적이 없더라. 그냥 첫 책은 내가 아는 지식과 정보를 정제된 책으로 나누고 싶어서였다.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는 그렇게 출간이 되었고 두번째 책인 <주말엔 옷장 정리>는 한 권으로 부족한 브랜딩을 채우기 위해 썼다. 대학교에 입학해도 남자친구는 안 생기듯이 첫 책을 출간해도 인생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래서 썼다. 두번째 책을 내면 좀 달라지려나.

두번째 책 역시 브랜딩을 위해 썼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 되고 싶은 분야가 아니었다면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 원하는(규모가 있고 괜찮은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를 만난 것이 더 자극이 되어서 꼭 출판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두번째 책 역시 출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첫번째 책이 2번의 계약 무산 후 3년 걸려 출간했다면 두번째 책도 계약 후 1년 반이 지난 후에 출간이 되었으니 기다리는 동안 내 주름살은 2개 정도는 더 생겼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책을 위한 글과 글을 위한 글이 다른 것 같다. 책으로 엮길 정하고 쓴 글은 실용서와 브랜딩 이 두 가지 목적이 다다. 사람들에게 유용하길 바라는 마음과 그로 인한 브랜딩이 되길 바라는 마음.

옷과 관련되지 않은 글도 꽤 썼는데 그건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지점을 남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운동을 하면서 재밌다고 느낀 점을 짧은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걸 모아 <온탕의 추억>이라는 전자책으로 냈다. 사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50가지로 묶어서 냈을텐데 갑자기 코로나로 인해 운동이 끊어지면서 이 경험담의 맥이 끊겼다. 한 번 끊어진 맥은 다시 살리기 어렵더라.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탈의실의 할머니들의 대화였는데 사각 팬티를 입고 다니는 할머니에게 다른 할머니가 팬티가 멋지네라고 했더니 사각팬티 할머니가 죽은 남편 꺼라며 맞받아치는 장면이다. 그 대화가 아니었다면 사각팬티의 숨은 이야기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난 그런 지점들이 재미있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넘어 남들과 공유하는데서 즐거움을 느낀다. ‘나만 재밌어? 너도 재밌지 않아?’ 라며 즐거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

최근에는 <주말모녀>라고 역시 옷과 전혀 관련없는 책을 내보려고 한다. 부제는 '말 안듣는 딸, 멋대로인 엄마와 뚱땅뚱땅 잘 지내는 법'이라고 지어봤다. 한컷툰과 짧은 글이 함께 들어간 한컷툰 에세이인데 이런 콘텐츠를 자꾸 만들어내는 이유는 이런 걸 공유하는 게 삶에 재미를 주는 액티비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는 내가 재미있어 하는 활동을 알고 그 활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가 재미있어 하고 남들도 재미있어(확신은 못하겠다)할 것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것이 좋고, 삶에 재미를 채우고 싶다. 그리고 엄마한테 선물하고 싶다.(살갑지 않은 딸의 살가운 선물이랄까)

내 책은 보통 인기가 없다. 출판사에서 냈던, 자비로 냈던, 텀블벅으로 냈던, 2쇄를 찍은 건 <주말엔 옷장 정리>가 유일하다. 나에게 매력적인 글이란, 통찰이 있거나 재미가 있거나다. 두 가지를 모두 담고 있다면 베스트지만 그런 책은 드물다. 그래서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막 샘솟는다.(사실 글로는 재미 하나만 제대로 주기도 어렵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자기만의 동기부여를 손에 쥐고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려댄다. 꽤 많은 자기만족과 그러한 자기만족이 타인의 만족감으로 전달되는 그런 글을 쓰기를 바라며 말이다. 혹시 아는가? 이렇게 쓰다 보면 3쇄를 찍게 되는 그런 작가가 될지. 목표가 너무 소박한가? 자네, 요즘 출판 시장을 모르는군. 요즘은 3쇄 찍기도 힘들다네.

글쓴이 이문연

옷글옷글 자영업자

초심자 여성 글쓰기 수업, 작심삼글 운영

매거진의 이전글 청와대 패션화보, 문화재청이 잘못한 점 3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