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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Dec 23. 2015

50가지 사소한 글쓰기 워크북(1) 밥

밥순이라 햄볶아요.

에피소드(1-1) 밥순이들


우리집 딸들은 다 밥순이들이다. 된장찌개와 밥만 있으면 별 말씀없이 잘 드시는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게다 한 끼도 거르지 않고 밥을 챙겨주시는 부지런한 어머니의 밥철학?도 한 몫하는 것 같다.(어머니의 밥철학은 딸들과는 다른 막내 아들과 번번이 부딪히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아! 밥은 진밥이어야 된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밥을 몇 번 해보니 밥에도 미묘한 취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 덕분?에 매번 진밥만 먹다가 어느 날 된밥을 먹었는데 그 꼬들꼬들한 맛이 또 있더라. 된장찌개 역시 아버지는 강된장을 선호하는 반면 딸들은 삼삼한 맛의 된장찌개를 선호한다. 그래서 아버지와 같이 밥을 먹을 때면 어쩔 수 없이 강된장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밥을 선호하는 식사습관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물려받게 된 것이지만 꽤 마음에 드는 편이다.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밖에서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밥이 들어간 메뉴가 얼마나 많은가. 온갖 종류의 국부터 볶음밥, 덮밥 등 아주 므흣하다.


에피소드(1-2) 찬합의 추억


난 잘 먹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말 TOP3를 꼽는다면 그 안에 '참 복스럽게 잘 먹는다'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에는 내내 찬합(소풍갈 때 들고 다니는 3단 도시락)에 밥을 싸 다녔다. 나 때만 해도 도시락 세대였기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배고픔을 잘 못참는(정확히 말하면 밥 많이 먹고 공부 열심히하라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밥을 많이 먹는 건 졸리기만 하고 공부에 도움될 건 없었던 것 같다.) 나를 위해 소풍 날처럼 도시락을 싸주셨다. 그러면 나는 0교시 후 쉬는 시간에 한 번, 2교시가 끝나고 한 번, 점심 시간에 한 번 총 3번 이렇게 나눠서 도시락을 까 먹었다. 지금은 못할 것 같은데 위생 개념보다는 나눠 먹는 즐거움이 더 컸기에 그 시간만 되면 마더 테레사 수녀님으로 빙의되어 친구들에게 밥과 반찬을 먹여주었다. 2살 터울인 언니는 한 끼 도시락도 다 못 먹어 남겨왔는데 나는 찬합 도시락도 매번 깨끗하게 비워왔다. 어머니께서는 가끔 찬합 도시락을 싸주지 않았더라면 나의 위가 지금과 같이 늘어나지는 않았을 거라는 후회?의 말씀을 하곤 하신다.


에피소드(1-3) 저렴한 입맛의 즐거움


고급진 입맛이 주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저렴한 입맛의 즐거움이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맛의 즐거움을 꽤 잘 느낄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섬세한 미각을 필요로하는 음식에는 그다지 감흥을 못 느낄 확률이 높다. 그저 '와 맛있다!'로 퉁쳐 버리는 과감함이 있을 뿐. 실제로 이 글을 쓰기 위해 최근에 먹었던 것 중에 뭐가 제일 맛있었나를 떠올려 봤더니 버거킹의 신 메뉴인 치킨 프라이를 아이스크림에 찍어 먹었던 것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 날은 친구들과의 송년회가 있었던 날로 부페에 간 날인데 부페에서 먹었던 스테이크와 초밥, 참치보다 치킨 프라이가 먼저 떠오른 건 어떤 무의식의 작용인 것인가. 그런데 웃긴 건 그 부페에 곰돌이 젤리가 있었는데 친구들과 그 곰돌이 젤리를 먹으면서 굉장히 쌩뚱맞은 아이템(부페에서 잘 찾아보기 힘든)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만점일 거라는 의견 일치를 보았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은 부페가 비싼 건 비싼 음식을 팔아서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을 한 큐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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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머리가 어지럽고 마음은 답답한 제가 뭐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시작하는 소소한 에세이입니다. 글을 통해 '자기 이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주제를 통해 글을 써 보는 것으로 '자기 이해'를 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매주 주어지는 주제로 글을 써보고 댓글에 링크를 달아주시면 글에 대한 감상(비평을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ㅡㅡ)도 공유하고 토닥토닥 & 으쌰으쌰 하는 것으로 멘탈을 단련시켜보고자 합니다. 이건 정말 무지개빛 시나리오지만 그렇게 모인 글들을 한 데 엮어 책으로 내보낸다면 그것만큼 므흣한 일도 없겠습니다. 매주 일상 속 아주 사소한 주제로 찾아갑니다. 서른 다섯, 자기 이해를 위한 사소한 에세이 시작합니다. 프롤로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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