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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Feb 03. 2023

옷차림과 업무 능력의 상관관계(MBTI T와 F)

드라마 대행사 패션 지적 장면

원희 카피, 옷을 왜 그렇게 입고 다니지?



네??

일하기 편하기도 하고, 차려 입기 귀찮기도 하고.



왜 세상이랑 싸우는 거야?



네??



형식이 본질보다 중요할 때도 많다는 거 원희 카피 연차쯤 되면 충분히 알 것 같은데.

파자마 입고 뉴스 진행하는 앵커 봤어?

광고주가 대행사 직원에게 요구하는 이미지가 있으면 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일종의 업무 아닌가?



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저는......

그럼 제가 화장도 하고 옷도 신경써서 입으면



CD시켜 줄 거냐고?

됐어, 대답 안해도 돼.



에?



이번에 CD로 발령 날 거야.



네?



대행사가 무슨 모델 에이전시도 아니고.

넌 니가 잘 하는 일만 해.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무님. (울면서)

저 진짜 잘 할게요!



==============================================



알고리즘때문에 영상이 떠서 보게 됐는데

난 이 드라마를 안 보지만 감동 코드를 위해서 '울먹이며 말하는 장면'이 

잘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일 잘해서 CD가 되는 게 당연한 건데, 옷차림으로 그동안 승진에서 제외되었다는 거. 



물론 직장에서 부조리한 일은 참 많이도 일어난다지만

매맞는 아내 증후군처럼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직장에 있다보니

합리적인 승진을 시켜주는 이보영이 엄청난 아량을 베푼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 장면같았다. 



물론 이 장면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형식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형식에 쏟는 노력도 상대방이 일을 대하는 태도라고 여길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경우다. 



1) 세련된 차림 x 일 잘함

2) 초라한 차림 x 일 잘함

3) 세련된 차림 x 일 못함

4) 초라한 차림 x 일 못함



옷차림이 형식이고 일이 본질이라고 할 때 4가지의 경우로 나뉜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 란 속담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란 속담이 강력한 건

실패를 피하고자 하는 본성에 기반한 선택이 그 쪽이 많다보니 확률적으로 성공 데이터 역시 많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은 



1) 외관과 내관이 깔끔한 맛집과

2) 외관과 내관이 허름한 맛집

3) 그리고 외관과 내관이 깔끔한 노맛집과

4) 외관과 내관이 허름한 노맛집으로 비유될 수 있다. 



확률적으로 4가지는 모두 존재하며 그 비율이 무엇이 많고 무엇이 적은지는 알 수 없다. 

<= 누가 통계를 낸 것이 있을까요? 뭔가 연구 분야로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누가 연구했을 것 같기도 한데. 아닌가? ㅎㅎㅎ



다만,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성향 중 형식도 본질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형식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본질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MBTI로 단순화해서 이야기하자면 전자는 F를 갖고 있으며

후자는 T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F를 가진 사람이라면 실패를 줄이기 위해 옷차림에 큰 비중을 두고 사람을 뽑을 것이고

T를 가진 가진 사람이라면 실패를 줄이기 위해 능력을 좀 더 검증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 대행사의 이보영은 INTJ라고 생각이 되며

원희 카피는 ISTP라고 생각이 되는데



이보영은 J가 있기 때문에 옷차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T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원희 카피의 능력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승진을 시켰다고 본다. 



그리고 원희 카피는 T라서 일 중심이지만 S기 때문에 실용을 추구하고

옷차림에 신경쓸 시간에 내가 잘 하는 일에 좀 더 시간을 쓰자라는 주의라서 저런 차림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STP라면 울먹거리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직장에서 승진에 계속 물먹고 그랬으면 

승진해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줬다는 것에 흘린 기쁨의 눈물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상사가 T중심이고 직장의 문화가 T중심이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옷차림보다는 당연히 일을 먼저 볼 것이고 승진에서 누락되는 일도 없을테니.

하지만 F중심의 상사에 회사 분위기도 F라면 일을 아무리 잘 해도 

옷차림에서 보여지는 그 사람의 분위기가 능력을 깎아먹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이건 단순히 형식이 본질보다 중요할 때도 많다. 라는 한 문장으로 결론내려질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 내가 다니는 직장, 우리 나라의 문화 등등이 

형식과 본질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한 번 생각해볼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옷차림에 비유하면 어려우니까 

맛집을 예로 들어 



맛집 유튜버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과연 허름한 내관/외관의 맛집의 비중이 높은가.

깨끗하고 쾌적한 내관/외관의 맛집의 비중이 높은가.



그리고 일잘러에 대한 판단도 제각각이라

이것도 궁금하긴 하다.



옷 잘 입는 일잘러가 많을까.

옷차림은 그냥 그런 일잘러가 많을까. 



분야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시 패션/뷰티 쪽은 비주얼 쪽이라 형식의 비중을 높게 여길 수도 있고

(광고도 비주얼이지만 사람에게 직접 연출하는 비주얼과 상상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시각적 비주얼은 좀 다르다고 생각해 옷차림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광고는 좀 약하다고 판단한다)

보여지는 직업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로 하여금 외모적인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게 



머리만 해도 디자이너가 패셔너블하다고 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패셔너블하면서 머리를 잘하는 분도 만나봤고

패셔너블하지만 머리는 못하는 분도 있었다.

수수하지만 머리를 잘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데 수수하지만 머리를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내 기억에는. 이런 분은 빨리 퇴출되어서 그런가)



그래서 나는 어떤 직군을 보든, 사람을 보든 가급적 외모로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느껴지는 것이 판단이라면 어느 정도 확신이 들기 전에 판단을 유보하는 편)



어쩌면 수수한 옷차림의 헤어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실패를 줄이는 방법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옷차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수수하게 입는다? 그런 경우는 잘 없다고 본다. 



넷플릭스에서 재미있게 본 사기꾼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화려하거나, 역할에 맞게 자신을 잘 꾸미거나, 좋은 인상을 줬거나.



옷을 통해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나는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한다. 



예전에 유명한 일타강사가 자기는 강의할 때 옷에 절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유는 학생들이 수업에 좀 더 집중하고 자기를 '강의 퀄'로만 평가받기를 원해서라는 답을 했었다.

요즘은 강사들이 영상을 찍다보니 모두 옷을 자기답게 어울리게 잘 입는 편이다. 



글을 쓰려고 <이미지의 역설>, <이미지의 배신> 같은 책을 찾아봤는데 잘 없네.

(혹시 비슷한 류의 책을 아는 분이 있다면 추천바랍니다. 외국 서적이나 논문도 괜찮아요.)

다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책만 많다. 



여튼 생각이 정리가 잘 안 되어서 글이 중구난방처럼 됐는데

결론을 정리해보면



1) 옷차림과 업무 능력의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다. 상사와 회사 분위기에 따라 달라짐.

2) 사람은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으로 상대를 판단한다. 그게 상대방의 본질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음.

3) 눈이 달린 이상 이미지가 주는 신호를 무시하기는 어려움. 이미지와 함께 총체적인 정보를 받아들여 스스로 잘 판단해야 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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