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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an 05. 2017

50가지 사소한 글쓰기(14) 성격

지금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에피소드(1) 내 창의성 돌려주세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시절은 내 생애 가장 활발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학예회나 수학여행 때 어김없이 친구들과 팀을 짜서 무언가를 선보이곤 했는데 그걸 알아봐준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확실히 창의적인 면모는 좀 있었던 것 같다. 때는 바야흐로 26년 전,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때만 해도 학기의 마지막에 학예회라는 재능 발표회같은 걸 했더랬다. 난 친구들과 좀 특별한 걸 하고 싶었고 엄마의 공부 잔소리에 시달리는 초딩의 처절한 하루를 유머러스하게 담은 연극을 기획했다. 달력 뒤(공책도 있는데 굳이;;)에 대화체의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친구 4명을 섭외해 방과 후 스파르타 연습에 돌입했다. 기획, 시나리오, 연출, 배우까지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 재능 다 어디갔나라는 생각도 든다. 


에피소드(2) 누가 뭐래도 My Way


분당으로 이사 온 중학생 시절부터 꾸준하게 해 온 것이 있다면 독서이다. 만화책 독서.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한창 만화방과 비디오방이 성행했을 때라 동네 어디서든 쉽게 만화방을 볼 수 있었다. 매년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조사하고는 했는데 내 장래 희망은 그 당시 내가 어떤 만화책을 읽느냐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굿모닝 티처라는 만화책에 빠져 있을 때 나의 장래희망은 '선생님'이었다. 그걸 본 선생님은 내 본의와는 다르게 흐뭇해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이틀 걸러 만화방을 들락거려야 심신의 안정을 얻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내가 다닌 독서실 1층에는 만화방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으니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항변해본다.


나의 인내력과 꾸준함은 만화책 다음 호를 기다리면서 생겨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양한 만화책을 섭렵하면서 한 권이 마무리되서 발행하기까지의 시간은 얼마나 지난한가. 어쩌다 들른 만화방에서 다음 호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고 3때는 한 달권을 끊어 독서실을 애용하곤 했는데 1/3은 만화책보는데, 1/3은 자는데, 1/3은 공부하는데 썼던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시기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더 많이 자고 리프레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만화책을 더 챙겨봤던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은 지금도 유지 중인데 뭔가를 독하게 하는 것보다 지금 즐겁고 편한 걸 더 선호하기에 독한 마음을 가져야 쟁취할 수 있는 목표는 내 꺼 하고 싶지가 않다. 


얼마 전에 들었던 장항준 감독이 자기는 편한게 좋다는 말을 했다. 김태호 PD를 보면서 뭘 저렇게 빡세게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것이라 본다. 나는 장항준 감독(물론 어느 정도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처럼 편한 게 좋은 사람이다. 수능 보기 하루 전 마인드 콘트롤이라는 미명하에 하루 종일 만화책을 빌려봤다. 수능이 끝나고 봐도 늦지 않거늘. 그래도 그런 합리화가 내 삶을 더 유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니까 잘 안 바꾸는 것 같다. 그게 남의 말을 안 듣게 되는 My Way 적 성향을 만드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에피소드(3)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요.


각자의 삶에 듣기 총량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면 난 꽤 많은 량을 채웠을 것이다. 스타일 코치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났을 때 쯤 친구의 자소서를 봐준 적이 있다. 그 친구가 그 자소서로 취업에 합격한 후 자기소개 첨삭 컨설팅을 1년 동안 진행했었는데 빈곤한 나에게 꽤 쏠쏠한 수입원이 되주었다. 자기소개 첨삭을 넘어 사실 거의 대필에 가까웠는데 신청이 들어오면 취업 준비생들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3시간 가량 듣는다. 그들이 지원하는 분야에 맞는 소스를 뽑아내기 위해 유년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경험에 대해 질문하고 듣는 것이다. 그러면 대략적으로 굵고 작은 10개 남짓의 스토리가 나온다. 그 중에 자기소개서에 적합한 이야기를 골라 형식에 맞게 써주는 것이었다. 


내가 잘하는 일이었고 만족도도 높았으며 수입도 나쁘지 않았지만 양심에 걸려 오래하진 못했다. 그래도 다양한 이들의 인생(나보단 다들 어렸지만)에 대해 듣는 즐거움이 있었고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던 개인의 강점을 발견하게 해준 보람도 있었다. 3시간의 풀어냄을 끝내고 헤어질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내 이야기를 이렇게 오래 해본 적은 처음이다. 뭔가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라는 말이었다. 대필이라는 방식은 잘못되었지만 스스로가 알지 못했던 강점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잘 맞았던 자기소개서 컨설팅은 색다른 글쓰기 훈련법이 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에게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해준 많은 취업 준비생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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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가족, 친구, 지인들한테 자료 조사를 했다. '나라는 사람을 표현한다고 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 3가지를 알려주세요.' 그랬더니 총 21명이 아래와 같은 답변을 주었다. 결과는?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나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성격에 대한 에피소드를 적으려고 성격을 조사했는데 에피소드가 그다지 성격과 연관성이 있지는 않아보인다. 쩝;; 사람들한테 표현된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면(물론 좋지 않은 건 알아서 걸러준 거라 생각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높을 거라 생각한다. 심심할 때 은근 슬쩍 가족/친구/지인에게 물어보라. 내 눈엔 보이지 않는 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가족/친구

무덤덤한 똑똑한 직설적인

무덤덤한, 도전적인, 추진력있는

시크, 열정가득, 나름세심

온화한, 따뜻한

따뜻한, 차분한, 강한 ㅎㅎㅎ

용감한, 다재다능한, 엉뚱한


1번 이상 본 SNS 지인

신중한, 성실한, 편안한 ㅎㅎㅎㅎ

은근 발랄한, 말랑하게 우직한

1) 우직한 2)꾸준한 3) 성실한

한가한, 은은한, 강한 ㅋㅋ

꾸준한, 지긋한, 가만히있기보다는 움직이는, 실행하는...??

성실한, 단단한, 은근귀여운..?ㅎㅎ

새로운 즐거운 유쾌한

꾸준한 담담한 현명한

야무진, 은근웃긴, 은근부지런한

잘 녹아드는, 느긋한, 꾸준한

야무진, 다정한, 꾸준한

약간 무뚝뚝한, 그럼에도 마음은 따스한, 하지만 의욕은 강한

진지한 엉뚱한 훌륭한

창의적인, 끊임없이 생산하는, 자기만의 생각을 가진

마이 페이스, 유유자적


비슷한 느낌의 단어끼리 정리

공동 1위 성실한(2), 말랑하게 우직한(2), 꾸준한(5), 마이 페이스

공동 1위 도전적인, 추진력있는, 열정가득, 실행하는, 가만히 있기보다 움직이는, 은근 부지런한, 의욕은 강한, 끊임없이 생산하는, 용감한

공동 2위 나름 세심, 온화한, 따뜻한, 차분한, 편안한, 다정한, 마음은 따스한

공동 2위 똑똑한, 현명한, 야무진(2), 자기만의 생각을 가진, 창의적인, 다재다능한

공동 2위 은근 발랄한, 은근 귀여운, 즐거운, 유쾌한, 은근 웃긴, 엉뚱한(2)

3위 한가한, 느긋한, 지긋한, 은은한, 담담한, 유유자적

5위 무덤덤한(2), 시크, 약간 무뚝뚝한

그 외 강한, 단단한, 신중한, 새로운, 진지한, 훌륭한, 직설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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