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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패션 꼰대

#24 (자기검열 강해지는) 40대에 미니스커트란?

by 이문연

언제부턴가 스커트를 잘 입지 않는다. 원피스도, 스커트도 몇 개 갖고는 있지만 안 입은지 좀 되었고 입을 일이 있을까 싶지만 아직은 보내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갖고 있다.(옷생활 경영 코치도 이렇습니다. 여러분) 그럼에도 강의 때마다 옷장템 진단의 시간을 갖는다. 안 입지만 계속 갖고 있는 비워야 할지 남겨야 할지 잘 모르겠는 아이템을 가져와서 이야기를 나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아이템들이 속출?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제 나이에 어울릴까요?' 아이템이다.


우리 나라에서 옷 입기가 가장 애매한 연령대는 몇 살일까? 아마도 4,50대가 아닐까 싶은데 이유는 그 낀 세대를 위한 브랜드가 잘 없기 때문이다. 너무 고가이거나, 너무 저렴하거나. 그나마 요즘은 아이들에게 아줌마로 불리기 시작하는 이 연령대를 위한 쇼핑몰이 많이 생기다 보니 예전보다 형편은 나아진 편이다. 게다 많은 여성들이 어려워하는 '영(젊어)해 보이지만 너무 학생같아 보이지는 않는' 스타일로 입는 것에는 약간의 센스가 필요하다. 캐주얼한 느낌의 아이템과 세련미가 있는 아이템을 적절히 섞어 입어야만 20대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만 중요하다고 하기에는 '나다운 멋'이란 여러가지가 얽혀 있다.


일단 우리는 나이에 따라서 원하는 분위기란 것을 갖게 된다. 20대에 원하는 분위기, 30대에 원하는 분위기, 40대에 원하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리고 40대가 되었더라도 상황에 따라 또 원하는 분위기가 다르다. 가족 나들이 갈 때의 분위기, 일상 생활에서의 분위기, 친구들 만날 때의 분위기 등. 내가 어떤 분위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서야 스타일과 아이템의 바운더리가 정해진다. 만약 우아한 느낌을 추구하는 40대라면 미니 스커트를 고를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옷의 길이는 짧아질 수록 귀엽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 우아함은 정적인 느낌과 성숙한 느낌을 담고 있으므로 생기발랄함보다는 차분한 스타일에 가깝다. 그러므로 원하는 분위기는 스타일과 아이템에 영향을 준다.


두번째는 어울림이다. 사람에 따라서 저렴한 아이템도 저렴하지 않게 소화가능한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저렴한 아이템을 입으면 옷의 퀄리티가 더 두드러져 보이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이미지에 따라 달라지는 효과이긴 한데 맨투맨이나 후드 티셔츠가 잘 안 어울리는 사람은 저렴한 옷보다는 퀄리티가 좋은 옷을 입는 것이 잘 어울릴 확률이 높다. 이유는 어울림이자 소화력이다. 저렴한 아이템도 어울리면 저렴해보이지 않듯이, 비싼 옷도 안 어울리면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퀄리티가 보장되어야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40대, 50대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품목의 문제라기보다는 퀄리티의 문제일 수 있다. 미니스커트라고 해도 어느 정도 고급스러움이 받쳐주는 고가의 아이템이라면 잘 어울릴 수 있다.


세번째는 자기검열(남의 시선에 대한 신경)이다. 1번도 2번도 다 필요없다. 내가 입었을 때 스스로가 마음에 들고 행복하다면 입는 거다. 나 역시 자기 스타일에 대한 기준이 있고 그걸 실천하는 사람에 대해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어떤 아이템을 입지 못하는 사람을 나무라지는 않는다. 전자는 전자의 스타일로, 후자는 후자의 스타일로 입는 것일 뿐이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스타일적 재미 또는 노잼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건 있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대로 남도 생각하듯이 타인에게 무관심할수록 자유롭게 입게 되며 타인에게 유관심할수록 자기검열에 심해진다. 내가 남한테 관심이 많기 때문에 남도 나에게 관심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타일에 제약을 준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런 생각이 들겠지. 그래서 '입으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답은 스스로가 다 알고 있다. 내가 입으라고 한다고 입을 것도 아니고 입지 말라고 한다고 안 입을 것도 아니다. 결국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이냐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고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내 나이에 미니스커트를 입는 게 조금 자신은 없지만 이번 나들이에는 미니스커트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어.'라면 도전해보는 것이고 그렇게 구매한 미니 스커트를 1-2번만 입고 안 입는다고 해도 '나들이에서의 미니스커트와의 추억?'은 생각보다 오래 남을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어떤 아이템을 구매할 때 장기적인 착용 여부를 고민하고 구매하는 것이 맞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지금 이걸 입는 것이 내 삶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면 그 선택 또한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는 선택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옷 또한 일종의 선택이다. 계속 같은 선택만 한다면 그 선택의 바운더리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사는 것이고 다른 선택을 한다면 성공과 실패, 반반의 확률에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일렁이는 파동을 느낄 것이다. 생기로움과 활력은 안정감보다는 불안정감에 가깝다. 젊음이 생기롭고 활력있어 보이는 이유는 안정을 취하는 나이이기보다는 도전하고 실패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면 도전하고 실패하기보다는 안정을 좇아 안정적인 스타일에 안주한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자유지만 40년을 살아본 입장에서 꼰대같은 소리 하나 하자면 삶의 재미는 안정감이라는 친구와 불안정감(기대감, 설렘, 실패, 도전, 색다른)이라는 새로운 만남이 조화(사람에 따라 퍼센티지는 다를 수 있음)를 이룰 때 느낄 수 있더라.


글쓴이 이문연

옷생활 경영 코치

옷생활 경영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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