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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n 30. 2023

할리 베일리 인어공주의 드레스 스타일링이 아쉬웠던 이유

스타일 코치가 본 인어공주 스타일링의 문제점


영화 미녀와 야수 - 네이버 영화

인어공주 영화는 참 말이 많다. 흑인 인어공주로 인한 PC주의 논란부터 원작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왠지 모를 괴리감까지. 여러가지 논쟁을 재미있게 지켜보면서 가장 납득이 갔던 건 PC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 영화의 본질을 놓친 것이다. 재미있고 볼거리 많았던 원작 영화에 비해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따라가지 못한 점과 PC에 치중해서인지 인어공주만 바뀌었을 뿐, 특별한 재미가 없다는 비판을 쌍으로 먹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뜨헉!한 것은 인어공주의 패션에 있었으니. 


나는 흑인이건, 히스패닉이건, 아시안이건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재미가 있다면 디즈니의 PC주의를 존중하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 베일리의 캐스팅이 그렇게 열을 낼 일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공주로 캐스팅을 했다면 디즈니의 스타일리스트들은 할리 베일리의 스타일링을 이렇게 해서는 안 되었다. 원작의 인어공주가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였어도 실사화의 인어공주가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해도 할리 베일리의 미모를 떨어뜨리는 스타일링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실제로 그녀가 못 생겼다는 평이 많은데 이건 전적으로 스타일링 탓도 있다.


영화 미녀와 야수 - 네이버 영화


뭐가 문제인지 하나씩 짚어보자면 일단 헤어밴드다. 저 헤어밴드를 착용한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봤다. 예쁜 머리끈과 머리띠도 많은데 대체 왜 저렇게 굵고 두상을 반이나 가리는 헤어밴드를 선택한 것일까. 아마도 긴 드레드 머리를 고정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물 속에서의 드레드 머리는 풍성해보이고 신비로워 보인다. 하지만 육지로 나온 드레드 머리가 두피에 딱 붙었을 때는 이마와 머리 카락의 경계가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물론 머리카락이 마르면 조금 볼륨감이 생기겠지만 물 속에서의 신비감을 주기에는 너무 무거운 느낌인 것이다. 그래서 헤어밴드를 착용한 것이 아닌가 스타일리스트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영화 인어공주 - 네이버 영화


두번째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늘색 원피스다. 할리 베일리의 퍼스널 컬러를 모르지만 퍼스널 컬러 측면에서 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이다. 게다 신체적 비율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다. 넓게 퍼져 어깨에 걸쳐진 라운드 넥은 프릴로 인해 어깨가 더 넓어 보이고 코르셋 모양의 허리 부분은 허리 아래까지 형태가 잡혀 다리가 짧아 보인다. 넓게 퍼진 A라인 드레스는 층층이 레이스가 달려 있어 마치 스트라이프를 연상시키는데 이렇게 뚝뚝 끊기는 디자인은 절대 다리가 길어 보이지도 우아해 보이지도 않는다. 발목 위로 올라오는 길이도 전신 비율을 최악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래서 왕자 옆의 공주는 마치 성인 여성이 아닌, 아이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어공주를 공주답게는 표현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스타일링을 해야 괜찮았을까 고민했다. 우선 육지에 나왔어도 그녀의 상징성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꼬리는 청록색에서 보라색으로 이어지는 오묘한 색인데 그래서 옷도 청록색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레드 머리는 푸르는 것으로 대책이 없었다면 아예 완전히 업해서 할리 베일리의 발랄한 이미지를 강조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마지막 신발은 공주라는 품위와 세련미를 보여줄 수 있는 금색으로 택했다.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 드레스나 미녀와 야수의 미녀 드레스가 그녀들과 잘 어울렸던 만큼 그래도 ‘어울린다’하는 비주얼은 갖췄어야 하지 않냐는 것.



디즈니의 스타일리스트들이 날고 기는 전문가들인데 이유 없이 저렇게 스타일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르슬라의 스타일은 정말 멋지게 해놓고 인어공주의 스타일은 대부분의 관객들이 ‘납득이 가지 않게’ 한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지금의 시대는 PC도 중요하지만 영화는 엔터의 영역이다. 즐기면서 생각할 꺼리를 던져줘야지, 납득이 되지 않는 비주얼과 스토리를 던져놓고 ‘이게 PC야’라고 백날 외쳐봐야 관객들은 외면할 뿐이다. 안타깝지만 디즈니가 할리 베일리에게 준 것은 인어공주로 노래할 자격 그 뿐이었다. 스토리가 아쉬웠고 비주얼은 더더욱 아쉬웠다. 디즈니는 관객들에게 논란만 안겨주었고 그들의 PC주의는 흥행하지 못한 인어공주 영화와 함께 거품이 되었다. 


영화 알라딘 - 네이버 영화


영화 미녀와 야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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