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Jul 04. 2023

말하기/듣기도 글쓰기만큼 중요하다.

이미지 출처 UnsplashPriscilla Du Preez


글쓰기 수업이라고 글만 쓰는 것은 아니다. 자기 이야기를 글로 쓰기 전에 말하기를 진행한다. 머릿 속에 있는 내용을 말로 하면서 한 번 정리하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면서 느끼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생각해온 에피소드 이외에 이야기를 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글의 추가적인 살이 되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듣기만 하느냐. 그건 또 아니다.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할 게 많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나서 궁금한 점도 물어봐야 한다. 화자는 다른 사람들의 질문과 의견에 답하면서 기존의 내용에 덧붙일 내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글쓰기 수업은 글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말로도 이루어져 있으며 듣기로도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다른 글쓰기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진행하는 수업은 말하기와 듣기 훈련도 같이 하게 된다. 어쩔수없이! 하지만 내가 주로 타겟으로 하고 있는 40대부터 60대까지의 중년 여성들을 만나다 보면 글쓰기를 넘어 말하기와 듣기의 니즈도 함께 갖고 있다.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생활 용어 위주로 쓰기 때문에 머리를 많이 쓰거나 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일상 수다'로만 이루어져 있다 보면 늘 쓰던 어휘만 쓰게 되고 그 외의 것을 생각하는 훈련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어색한 사이의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논리적인 흐름을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말하기 훈련이 되는 것이다. 


잘 듣지 않으면 질문할 수 없다. 듣기가 잘 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잘 간파해서 궁금한 것을 떠올리고 다시 질문한다. 난 이게 대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이야기만 한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떠올리면서 고개만 끄덕이다. 진실된 듣기가 아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훈련이 된다면 어떤 대화에서도 적절히 끼고 적절히 빠지는 낄끼빠빠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이 삼천포로 빠질 때 잘 캐치하여 본래 이야기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 사람이 말하기 훈련이 안 되었을 경우 자기도 모르게 삼천포로 빠지게 되는데 말하기 또한 글쓰기와 같아서 하나의 맥락에 맞게 흘러가다가 끝맺음을 맺어야지, 내가 말하는 건지, 입이 말하는 건지도 모르게 말하다가 어영부영 끝나버리면 제대로 된 말하기라 할 수 없다. 


자기소개 첨삭 컨설팅을 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서는 그 사람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 들어야 했다. 보통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이 얼추 다 정리가 되는데 이 때 잘 듣고 있다가 궁금한 점을 물어봐야지 취업 준비생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얻어낼 수가 있다. 사람은 본인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 본인의 내면(강점 혹은 약점)을 보기도 한다. 최근에 수강생 중 한 분이 밥에 대한 글을 작성했는데 큰 딸에 맞춰진 식사였고 그 때는 당연히 그랬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듣다가 둘째의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했고 수강생은 그렇게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이제와서라도 둘째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했다. 


가끔 강의도 하고 있지만 나도 말하기보다는 듣기가 훨씬 편하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듣는 것을 좋아하며 그래서 자기소개서 첨삭할 때도 오랜 시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글쓰기 수업이라고 주구장창 쓰기만 하는 건 재미가 없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 30대, 40대 수강생 3분과 글쓰기 수업을 했는데 수강생들이 이야기하는 과정이 왜 이렇게 재미있나 했더니 두 분이 '국어 선생님'이었다. (신청할 때 국어 선생님이라고 밝혔으면 엄청 부담스러웠을 듯;;) 말을 어찌나 재미있게 하던지. 개인의 이야기는 다 개성있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재미있다. 그리고 각자의 삶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에게 말하기와 듣기를 훈련시키는 것이 좋다. 잘 말하고, 잘 듣다보면 더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글쓰기 수업'이지만 수업에 오는 수강생들이 말하기와 듣기 스킬까지 훈련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무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뎌지지 않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채워야 한다. 말하기와 듣기, 글쓰기가 바로 그것이다. 내 생각을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간결하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덧붙일 것이 있는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면서 이걸 글쓰기로 어떻게 쓸 것인지 흐름을 잡는 것. 물론 처음부터 이 세가지가 잘 될리가 없다. 하지만 하다보면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어휘를 찾게 되고 말과 글의 흐름을 생각하게 되며 상대방이 삼천포로 빠지는지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아닌지 간파하게 될 것이다. 어휘가 잘 생각이 안 나고 말하는 게 어눌해졌다면?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종종 놓친다면?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면? 무뎌지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글쓴이 이문연

작심삶글 글코치

매거진의 이전글 할리 베일리 인어공주의 드레스 스타일링이 아쉬웠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