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동 글쓰기 수업 첫째날.
아들 셋을 다 키우고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다는 수강생이 질문을 한다.
독서토론 모임에서 즐겁게 한 일은 희생이 아니라고 하던데
결혼하고 30년동안 남편 내조와 아들 셋을 키우고 가정주부로 살아왔는데
자기는 그것도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임에서는 즐겁게 한 일은 희생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두둥! 갑자기 심오한 질문. 머리를 굴려본다.
희생의 정의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1. 어떤 사물(事物), 사람을 위(爲)해서 자기(自己) 몸을 돌보지 않고 자신(自身)의 목숨, 재산(財産), 명예(名譽)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2. 사고(事故)나 자연재해(自然災害) 따위로 애석(哀惜)하게 목숨을 잃음.
3. 천지신명(天地神明) 따위에 제사(祭祀) 지낼 때 제물(祭物)로 바치는, 산 짐승.
犧牲(희생) 한자도 희생 희에 희생 생이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는 게 포인트인데 삶의 중심이 나가 아닌, 하지만 가족 역시 내 삶의 일부이기에
가족을 돌본다는 것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한 것.
그러니 희생이라도 부정적인 희생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희생이냐로 설명하는 게 맞지 않냐고 이야기했다.
희생도 여러 희생이 있지 않겠냐고. 주체적 희생과 강압적 희생 등등.
그럼에도 내가 즐겁게 기꺼이 했다면 그건 犧牲(희생)이 아닌 喜牲(희생)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래서 수업하면서 생각한 걸 블로그에 정리해본다.
* 이웃 블로거 분이 '헌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고 댓글 달아주셨는데 그러고 보니 헌신이라는 개념이 더 어울리는 것도 같다. 헌신과 희생. 두 가지 모두 몸을 다 바친다는 의미가 있는데 뭔가 '기쁘고, 즐겁다'라는 느낌은 아니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