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라
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유심히 관찰하곤 하는데
특히 마을버스 기사님들의 일화가 많다.
대부분의 승객은 미리 벨을 누른 후 내리기 전에 문 앞에 서서 기다린다.
그렇기 때문에 뒷문이 열림과 동시에 내리게 되고 문이 닫히기까지의 시간이 10초(5초?)가 걸리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내린다 해도 카드가 잘 안 찍히거나 하는 변수가 있지 않는 이상 크게 기다릴일이 없는 것이다.
한 정류장에서 버스가 선 후 문이 열렸다.
뒷 문 앞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는데
뒷문이 우측열이라면 좌측열 좌석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천천히 일어났다.
딱 봐도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60대 아저씨였다.
다리가 불편한데 의자 밑에 짐까지 있어
카드를 먼저 찍고 짐을 들어야 했기에
(이러는 와중에 한 5초가 지남)
기사님이 먼저 ‘아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큰 소리를 쳤고
그 60대 아저씨도 같이 화를 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뭐라고 하시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몸이 성치 않는데 기사가 짜증을 내니 화가 났을 것이다.
다리가 불편하므로 뒷문 발판을 내려갈 때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한 5초가 지났다)
기사님이 아저씨의 두 다리가 모두 땅에 닫기 전에 뒷문을 미리 닫(자동문이기때문에 보통 미리 닫으면 1-2초 뒤에 문이 닫힘)았다.
그러자 짐을 들고 내리는 아저씨가 알 수 없는 소리로 또 화를 냈다.
마을 버스 안에는 적지 않은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마땅히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묵묵히 그 상황을 지켜볼 따름이었다.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 가까이 앉아 있었다면 짐이라도 문 근처에 놔드렸을텐데
(흔쾌히는 아니고 갈등하다 도와드렸을 것 같다)
멀리 앉아 있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성큼성큼 걸어가서 짐을 들어드릴 만큼의 이타심은 나에게 없다)
그런 후 3정거장 뒤에
자매처럼 느껴지는 엄마(둘 다 아이가 있었음) 둘이 내렸다.
젊은 엄마 1명은 자고 있는 3살 아기를 안고 있었고
또 다른 젊은 엄마 1명은 5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함께 내렸는데 손을 잡고 내린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한 칸 한 칸 내려갔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렸다.
이미 앞 전에 일련의 사건이 있었기에 자매 2명은 혹시라도 생길 일에 대해 ‘아이에게 빨리 내리라’고 다그쳤다.(정확히는 둘이 동시에 소리쳤다)
그렇게 뒷문이 닫히고 예전의 일이 생각났다.
그 때도 비슷한 나이의 아이였던 것 같다.
그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 스스로 내리게 도와주면서 기사님께 ‘아이와 함께여서 좀 천천히내릴게요!’ 하고 이야기했다.
물론 우리 사회가 저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대중교통 문화라면 베스트겠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문화가 존재하고 마을버스에서 문이 열리기 전에 미리 가서 서 있다.
(다행인 건 좌석버스는 이런 교육을 하는지 언제부턴가 꼭 문이 열린 후 하차하라고 기사님이 이야기한다.
미리 일어나면 어떤 분은 화낸다. 아마도 버스 정지 후 하차 안내가 규정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그래서 아까도 버스 기사님이 먼저 '천천히 내리시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다리가 불편한 분도 '다리가 불편하니(물론 아쉬운 소리처럼 보일 수 있다) 천천히 내리겠다'고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천천히 내렸다 하더라도 끽해야 30초? 걸렸을텐데 기사님한테 30초는 긴 시간이겠지만 어디 몸이 성한 사람만 버스를 타는 건 아니지 않는가.
이러니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쉽게 보지 못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장애인의 이동권을 이야기하자면 대중교통 뿐 아니라 화장실 문제, 건물의 입구, 도로의 상태 등등 끝이 없으므로)
마을 버스 안의 사람들 대부분 그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그런 어른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기사님의 한 마디는 가시가 되어 몸이 불편한 승객을 찌르고 그 상처는 더 큰 가시가 되어 기사님의 프라이드(직업인으로서나 사회인으로서 부정적 자아를 형성)를 파괴한다.
또한 아이 엄마들에게 전달되어 아이를 다그치게 하는 촉매가 된다.
운전을 잘 하는 게 기사님들의 기본 역량이긴 하지만
화내지 않아도 소리치지 않아도 그 상황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은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으면 탑재하기 힘든 능력이어 보인다.
약한 사람들에게 주로 솟구치는 화와 짜증.
건장한 성인 남성들에게만 발휘되는 자제력과 인내력.
마을 버스 회사에 전화를 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주머니 마을 버스 기사님이 아저씨들 대상으로 교육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많이 들었다.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교육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흠......)
물론 마을버스 승차 문화 역시 미리 서 있지 않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겠지만,
그래서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가 문이 열린 후 일어나고
모든 사람들이 내린 후 문을 닫는 정도의 여유가 배차시간에 적용이 된다면 좋겠지만,
(참 그러고보니 전에 어떤 할머니께서 두 발이 땅에 닿기 전에(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옆에 봉을 잡고 한 발, 한 발 내리시기 때문에 시간이 걸림) 기사님이 문을 닫아 할머니께서 넘어졌던 일화도 있네;;)
좌석버스와는 달리 이거 쉽게 바뀔 것 같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