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Unsplash의Christian Wiediger
어쩌다 수선 업체가 고소를 당했는지 몰라도 참 웃긴? 판결이 나왔다. 루이비통 제품을 리폼한 수선업체가 루이비통의 상표권을 침해했으니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판결 하루 전날 브랜드 리폼에 대해 이야기한 크랩의 영상을 카페에 올린 게 무색하게 말이다.
https://youtu.be/-mFgrjqdy1Q?si=uLR7QMaRM9WT4JHx
영상에서는 재판매할 목적의 수선은 상표권 침해가 맞지만 소비자가 개인 소장용으로 하는 수선은 상표권 침해의 소지가 적다고 나왔다. 나 역시 이 부분에 공감한다. 내 돈 주고 샀을 때 이미 이 물건에 대한 소유권은 나에게 있는 것이고 내가 이걸 불태우건, 지지고 볶던 그건 내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루이비통은 왜 수선업체를 걸고 넘어졌을까.
우리나라 수선업체의 고퀄리티와 리폼의 활성화 그리고 만만한 한국시장이어서라고 본다. 리폼은 앞으로 더 다양해지고 활성화되면 활성화되었지 규모가 줄어드는 시장은 아닐 거라 본다. 이미 오래된, 부모님께 물려받은, 어딘가 훼손된 명품을 고쳐서(정확히는 업사이클링) 쓰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수요에 맞춰 리폼 업체 역시 활황기에 있다. 유튜브만 봐도 명품을 해체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경이로운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못한 제품을 업사이클링해서 다시 쓸 수 있다면 트렌드(환경 친화)적으로나, 알뜰소비(새 가방을 사지 않아도 된) 측면에서나 환영받아 마땅한 태도지 않을까.
기사들의 문제는 이슈만 만들 뿐, 문제점이나 질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기사를 보면서 느낀 점은 왜 수선업체가 타겟이 되었냐는 것이다. 수선업체는 소비자가 리폼을 해달라는 의뢰에 응한 것일 뿐, 수선의 정확한 주체도 아니고 배상을 해야 할 책임에서도 벗어나 있다. 루이비통이 상표권 침해에 대한 배상을 했어야 하는 타겟은 리폼 의뢰를 맡긴 소비자여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네 소비자는 건드리고 싶지는 않고 상표권 침해는 막고 싶고 브랜드 가치는 유지하고 싶은 명품 브랜드의 건방진 태도가 이번 판결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그에 응한 판사 역시 리폼을 맡긴 소비자는 가만히 두고 그 의뢰를 받아 제품을 만들어 준 죄?밖에 없는 수선업체에게 칼을 들이댔으니 제대로 판결을 했다고 사람들이 인정할리가 없다.
다행인 것은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 한 마디 한 것이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111413080523047
가만히 있지 않고 한 마디 하는 전문가가 있어서 다행이다. 왜 한국의 패션 전문가는 이 부분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는가. 배상의 판결의 핵심은 리폼한 제품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제3자에게 혼동을 줄 요인이 있어서 상표권 침해라고 한 것인데 이 부분을 들으면 더더욱 리폼한 제품을 들고다닐 소비자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이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명품 리폼을 검색해봤더니 외국 사례는 거의 없고 한국의 리폼 장인들의 영상만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에 봤을 때는 없던 '이 영상은 개인의 기록이며 리폼 제작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루이비통은 한국 리폼 시장의 위축을 노렸을 것이다.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은 수선 시장 전체의 위축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판사는 대체 왜 그런 판결을 했을까. 안그래도 짝퉁시장이 판을 치고 있고 루이비통 역시 짝퉁이 가장 많은 명품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말이다.
https://catalk.kr/information/most-faked-luxury-brands.html
리폼 업체 잡는다고 짝퉁이 줄어드나? 노노노- 위에서 언급했듯이 수선의 고퀄리티와 리폼의 활성화, 한국 시장의 만만함이 시너지를 일으켜 루이비통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유의 디자인이 아닌, 리폼된 디자인이 가장 많은 명품 브랜드' 앞으로는 아마 이런 순위도 나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리폼을 왜 그렇게 많이 할까?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일단 가장 대중적이다. 그리고 대중적이니만큼 집에 하나씩 갖고 있는데 또 명품을 한 번 쓰면 오래 쓰니까 지겨우면 새로운 걸 사야 하는데 딱히 그 비싼 돈을 주고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지도 않다. 그러니 커스터마이징해서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다면 10만원, 20마원 주고 리폼을 해서 쓰는 것이다.
https://www.news1.kr/articles/5229057
명품 리폼과 관련해 2003년 4월 11일 대법원은 '본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상표권 침해(상표법 제108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한다'고 판결(2002도3445), 이후 유사한 소송의 기준점을 잡은 바 있다.
판사는 아마 위의 판례를 참고했을텐데 20년 전에 나온 판결이다. 대체 사법부는 언제까지 20년, 30년 전 판례를 가지고(물론 저것만 고려하지는 않았을테지만 보수적인 집단에서 판례는 판사의 책임 소지를 덜어줄 중요한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법을 집행할 것인가. 고려대 박경신 교수가 이야기했지만 제품을 구매한 소유자가 리폼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없다. 만약 그게 가능하려면 앞으로 루이비통은 제품 택에 '이 제품을 리폼하는 사람은 상표권 침해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할 것이다.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건 그 제품을 수선을 해서라도 더 오래 쓰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키나 유명한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리폼 자랑?을 보고서도 가만히 있는 것이다. 외국의 유명한 셀럽이 루이비통의 제품을 수선해서 인스타에 올렸다면 루이비통이 손해배상 청구를 했을까? 아마 자기들의 브래드 가치가 높아지고 애정?을 갖고 리폼?까지 해주셨다며 마케팅 부서에서는 기사화하느라 바쁠지도 모른다. 이렇듯 수선 장인들의 고퀄의 리폼 능력과 대중화된 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커스터마이징 욕구, 그리고 만만한 한국시장이라 이런 웃긴 판결이 나온 건데 판사는 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의 시대착오적인 판결이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을 더 만만하게 보이게 하는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