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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글은 참 좋은 도구다. 말로하지 못하거나, 말로 하기 어려운 것들을 글로 풀어냄으로써 내 속은 편해지고 내 의사도 전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도 글이다. 한 번 내 뱉은 말도 주워 담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 말은 들은 사람이 있을 때만 위험하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었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글은 한 번 오픈되면 누구나 읽을 수 있기에 쓰는 사람의 신중함과 섬세함을 더더욱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10년 넘게 일반인들의 옷고민과 옷문제를 코칭하고 교육하면서 느꼈던 물음들에 대해 기록한 글이다. 세상이 망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옷을 사서 입을 것이며 지구가 아프다 한들 한 사람의 옷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각오나 다짐이 필요한데 각오나 다짐에 앞서 필요한 것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이럴까, 우리는 왜 이렇게 입을까,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옷을 입을까.
목차에 적힌 25가지 질문은 아무도 관심없지만, 나는 궁금한 것들에 대한 딴지다. 사람들의 쇼핑을 도와주고 옷생활의 변화를 돕는 코칭을 진행하고 있기에 패션 분야에 몸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개인의 긍정적 변화를 돕기를 좋아하고 덜 파괴하는 옷입기에 관심이 있을 뿐, 나를 패션 업계 사람으로 소개하기란 상당히 어색하다. 그래서 지금도 나의 외향만을 보고 옷과 관련된 코칭과 교육을 하리란 것을 예측하기란, 하늘을 보고 특정 위성이 어디쯤 떠 있는지를 맞추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글을 계속 쓴다. 내 외향이 내가 하는 일과 싱크가 되질 않으니 내가 쓰는 글 정도는 내가 하는 일과 싱크가 맞게 하자는 일련의 발버둥이다. 입을 옷 없는 옷장, 실패하는 쇼핑, 매일 똑 같은 코디에 지친 여성들의 옷고민을 돕고 실패와 낭비로 인해 반복되는 패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돕는 코칭과 교육을 진행하는 사람.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이 실용적인 부분을 다뤄왔다면 이 글은 실용과는 멀다. 다만, 곱씹어봤으면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각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가 다를 것이다. 나는 이런 답을 했으니 독자들은 어떤 답을 떠올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