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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21. 2024

세상 하찮은 창의력 부심

고딩 때 이런 재능을 발견랬더라면 삶이 좀 달라졌을까? 어릴 적부터 그런 재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딱히 창의력이라고 떠오를만한 기억은 없다는 것. 탈직장을 시작하고 혼자만의 삶을 꾸리기 시작하면서 내 뇌의 일부가 약간의 창의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남들에게 인정받을만한 엄청난 창의력이라던가 이건 꼭 특허로 내야해같은 일종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닌 남들은 딱히 관심없고 나만 기발해하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에 가깝다. 그래서 아주 오래 전 좌석(경기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이 입석일 때 버스 고개받이 가생이?에 가방 걸이 같은 게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툭 튀어나와 있으면 버스 통로 통행에 걸리적 거리고 누가 다치거나 할 수 있으니까 똑딱이 형식으로. 평소에는 등받이 통로쪽에 숨겨져 있다가 달칵하고 누르면 튀어나와 가방을 걸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너무 얇아선 안된다. 보통 가방 걸이에 걸고 싶은 가방은 무거울 확률이 높으므로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정도의 두께로 설계되어야 할 것. 그래서 그냥 상상해보고 혼자 그림으로 끄적거렸지 그걸로 뭘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 후로 10년이 지나 두둥. 어느날 탄 좌석 버스 의자에 내가 생각했던 가방 걸이 같은 게 있는 게 아닌가? 헛!! 이거 뭐지? 하면서 바로 검색 돌입. 진짜 가방걸이였다! 그 이후로는 그 버스 외에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고 자주 애용하는 좌석버스에도 없는 걸 보면 아마 시범적으로 만들거본 게 아닌가 추측해본 바, 상용화는 어려웠겠지 생각하며 ’특허 안내?길 잘했네‘ 속으로 안도?했다. 그렇게 별 씰데없는 상상을 가끔 하는데 최근 감탄한 창의력 대마왕을 만났다. 언제부턴가 모든 이들이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데(세균이 튀어나온다고;;) 몇 번의 더러운 까꿍을 만난 뒤로 나는 변기 뚜껑을 닫지 않는다. 하여간 그런데 가끔 변기가 막혀서 혹은 막힌 변기를 만나서 이걸 뒷사람한테 어떻게 알려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한 번은 펜과 종이가 있어 친절?히 설명(아마 사용불가 라고 적었던 듯)을 써놓은 적이 있는데 수중에 아무것도 없는 어느 날 복병을 만났다. 혼자 고민을 하며 나의 창의력에 SOS를 요청했다. 쓰잘데없는 창의력이라 문제 해결을 위한 쓰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화장실에는 뭔가를 표시할 그 무엇도 없었다. 그렇게 무력?하게 변기뚜껑만을 덮고 후일에 아무일 없기를 바랬다. 얼마나 지났을 까 그 이후로 막힌 변기를 또 만났다. 그런데 이럴수가!! 나는 내가 열망했던 창의력 대마왕을 만난 것이다. 닫힌 변기 뚜껑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X. 휴지를 팔뚝 길이 정도로 잘라 알파벳 X를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라니!! 당신을 진정한 창의력 대마왕으로 인정합니다. 그렇다. 화장실엔 휴지가 있었다. 나는 펜과 종이만 생각했고 그 외의 것은 필기 도구로 생각하지 못했다. 아, 이 표현력의 벽! 나는 생각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사진으로 남겨놓는 버릇이 있지만 그 당시엔 감탄만 하고 사진을 찍는 걸 깜빡했다. 아직 나의 창의력은 쪼렙에 불과하다. 조금 더 정진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할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휴지로 큰 일?을 막은 창의력 대마왕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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