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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y 22. 2024

헬스장에서의 거울치료

TV를 보면서 혼잣말을 즐긴?다는 것을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처음 알았다. 친구네 집에서 1박을 하면 아침형 인간인 나는 오전 7시 반쯤 일어나서 혼자 TV시청을 하곤 했는데 9시쯤 일어난 친구가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오며 하는 말. “누구랑 대화해?” 평소 코천이한테 말을 많이 걸어서 그런지 TV를 보면서도 조용히 보지 않고 이러쿵 저러쿵 말(정확히는 추임새)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습관?은 공공장소라고 다르지 않은데 런닝머신을 하기 전에 꼭 보고 싶은 프로를 찾아 채널을 고정한다. 그렇지 않으면 런닝머신을 하는 동안 거울 속 내 얼굴만 주구장창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프로를 찾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추임새도 넣으며 운동의 지겨움을 달래는데,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런닝머신에서 TV를 보며 웃고 있었다. 추임새까지는 아니었지만 다소 경박스러운 웃음소리를 내며 이 곳이 헬스장인지 안방인지 헷갈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헉! 순간 떠오른 나의 모습. 나는 추임새까지 넣는데 말이지.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저렇게 자연인같이 순수(안 좋은 의미로)해 보였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몰입?을 해야 걷기와 달리기가 조금이나마 덜 지루하단 말이다. 내숭을 떨며 지루하게 운동할 것인가. 안방마냥 소탈한 모습으로 운동할 것인가. 여기서 정답은 ‘아무도 나에게 관심 없다’이다. 타인에게서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마 친구네 집에서 친구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면 난 그렇게 내가 추임새를 넣으며 TV를 시청한다는 걸 몰랐겠지. 헬스장을 순간 안방화시키는 그 순수?한 시청태도가 썩 지성인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성인이 되기보다 운동의 지루함을 더는 게 먼저다. 그래서 거울치료가 되나 싶었지만 나의 시청 반응을 즐기기로 했다. 대신 혼잣말(추임새)은 좀 자제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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