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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워서 기억하는 법

by 이문연

기억하려고 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특히 기억력이 나쁜 사람은 더 그렇다. 그래서 기억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으면 몇번씩 되뇌이고 입으로 말해서 해마에 심어놓아야 한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암기에 특히 약했다. 그래서 외워서 시험을 봐야 하는 과목은 정말 너~무 싫어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보니 특별히 외워야 할 무언가가 생기지 않으면 그 능력을 쓰지 않게 되더라. 그래서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어 가장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이다. 그런데 이건 말할 때 뿐 아니라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글을 쓰다가 쓰고 싶은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몇 번의 검색을 통해 찾아내고는 하는데 이 과정이 진짜 답답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 머리의 한계를 인식하는 과정이려니 하고 다시 찾아 해마에 심어놓을 뿐. 그래서 말할 때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유창하게 쓰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오- 저 말 기억해야지.' 최근에 내가 외워야지 다짐해서 외우게 된 단어는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단어다. 물비늘의 또 다른 말이 윤슬인데 둘 다 마음에 들어서 기억해야지 했지만 '윤슬'이 그렇게 외워지지가 않았다. 물비늘은 직관적이라 한 번에 기억했는데 윤슬은 한글이라 그런가 예쁜 대신에 입에 붙지가 않더니 10번의 시도 끝에(아마 3달쯤 걸린 듯;;) 해마 보관에 성공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이름을 외웠다. 원래 한 명이었는데 최근에 2명이 더 생겼다. 1명의 이름은 쉽게 기억하지만 기억해야 할 이름이 3명이 되면 바로바로 떠올려지지가 않는다. 다행히 이름을 연달아 부르면서 외우는 중인데 세명 다 김/이/박씨는 아니라 뭔가 더 라임이 맞는 느낌이다. 찾아보니 장기 기억은 용량이 아주 크고 무한정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데 그래서 죽을 때까지 아무리 채워도 다 채우기 어렵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한 10번은 반복해야 외울똥 말똥인데 너무 효율이 떨어지는 기관이 아닌가 했지만 앞으로 40년은 더 살 것 같으니 열심히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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