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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에프킬라가 필요해

by 이문연

’반사’라는 놀이?가 있다.(요즘은 없나??) 말로 장난같은 걸 당하면 ‘반사’라는 말로 한 번에 되갚아줄 수 있는 아주 신박한 대처법이다. 인스타와 블로그, 문자로 오는 다양한 스팸에 ‘반사’를 날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일이 차단하느라 피곤한 건 물론이거니와 아무리 차단해도 끊임없이 연결되는 그 집요함에 ‘디지털 똥파리‘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진짜 똥파리는 똥에만 붙는데 디지털 똥파리들은 여기저기 다 붙는다. 그래서 더 기분 나쁘다. 내가 똥이 아닌데 나한테 붙는 똥파리 3대장. 1번은 스팸 문자다. 가장 자주 있고 가장 지능적이다. 대처법은 2가지로 오는 족족 차단하거나 <후후> 어플에서 메시지 필터링을 하면 된다. 두번째가 진짜 효과가 좋은데 정말 스팸 문자가 많이 올 때는 하루에 4번도 받아본 적이 있다. 자영업자는 문의가 핸드폰으로 오기 때문에 새로운 번호로 문자가 왔을 때의 기대감이 있는데 그 기대감을 허탈함으로 바꿈으로써 상당한 기분나쁨을 선사한다. 후후 어플을 통해 필터링할 단어를 10개 등록할 수 있는데 하나 받을 때마다 등록했더니 스팸 문자가 확 줄었다. 하지만 스팸도 진화한다. 메시지 등록이 어렵도록 온갖 특수문자를 사용해 문자를 보낸다. 지능형 똥파리들이다. 2번은 인스타 스팸이다. 인스타는 좋아요나 팔로워를 하는데 종류는 2가지로 재무 설계를 빙자한 사기꾼이거나 섹파를 찾는 포르노 유형이다. 인스타는 발견한 즉시 차단하거나 신고하지 않으면 계속 내 피드에 연결되어 있어 의도치 않게 디지털 똥파리가 붙어있는 형국?이 된다. 기분이 아주 더럽다. 마치 내가 아무렇지 않게 길을 다니는데 내 머리에 똥파리가 하나 붙어 있는 느낌이랄까. 차단하거나 신고할 때 제발 일신상에 불이익이 있기를 기도한다. 3번은 그나마 양반이다. 블로그에 다는 댓글인데 ‘좋은 포스팅 잘 봤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방문해주세요.‘ 유형이다. 놉. 댓글을 정성스레 달아도 구경을 갈까말까인데 방문해달라고 하는 댓글러는 100% 인간이 아니다. 매크로로 돌려서 댓글을 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바로 차단. SNS 활동을 덜하면 이런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 정도면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다른 사람들은 그 많은 똥파리 스팸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심히 궁금하다. 세상의 흐름이 그렇다고 마냥 받아들이기에는 똥파리들 뒤에서 통신 업체와 메타가 뒷짐지고 있는 것 같아 더 기분나쁘다. 안 쓸 수도 없고 가만 놔둘 수도 없고 이런 디지털 똥파리들 없애주는 구독 서비스는 누가 안 만드나. 만든다면 매달 구독하고 싶다. 그러면 내가 굳이 지우거나 차단하지 않아도 나 대신 지우거나 차단해줌으로써 아주 깨끗한 SNS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서비스 이름은 Digital F-killer로, 줄여서 데프킬라. 케케케. 치이이익- 디지털 똥파리들, 사라져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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