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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일기 100화 앞치마의 중요성(하)

기름얼룩 제거제 사지 마세요.

by 이문연

결국 기름얼룩 제거제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거금 13,000원을 주고 샀더니 손가락 만한 제거제가 집에 도착. 사용법은 쉬웠지만 사용이 쉽지는 않았다. 붓처럼 생긴 솔을 얼룩에 바르면 액체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줄 알았더니 꾹꾹 눌러야 찔끔찔끔 나와서 기름 얼룩 전체에 제거제를 도포하는 게 고난도였다. 옷감이 상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얼룩이 지워진다면야 하는 생각에 열심히 바르고 세척했는데 역시 광고는 믿을 게 못 되는 것인가. 얼룩은 옅어졌지만 말끔히 복구되지는 않았다. '돈 버렸네.'하는 생각도 잠시 엄마가 기름 때는 퐁퐁을 바르면 지워지지 않을까라고 지나가는 말로 하신 걸 떠올렸다. 검색해보니 실제 퐁퐁으로 기름얼룩을 지운 사람이 있어서 나도 바로 실행했다. '왜 엄마의 말씀은 얼룩 제거제를 사기 전엔 떠오르지 않았지?' 기름 얼룩에 퐁퐁을 도포한다. 13,000원짜리 얼룩 제거제보다 훨씬 쉽게 도포되고 한 번의 펌핑으로 기름 얼룩을 다 커버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5분 정도 놔뒀다가 세탁기로 고고~ 따뜻한 햇빛에 잘 말려주었더니 거의 원상태로 복귀되었다. 13,000원이면 1L짜리 주방세제 2개는 살 수 있는데. 이런 후회를 해봤자 뭐하겠노. 기름 얼룩은 퐁퐁으로 지우는 것이 직빵이라는 큰 교훈을 얻은 것으로 위로해본다. 생돈 쓴 것 같은 억울함에 이러한 옷하우를 널리 알려야겠다. 옷에 묻은 기름 얼룩은 퐁퐁으로 지우세요. 돈 아깝게 기름얼룩 제거제 사지 마시구요. 그 돈으로 퐁퐁 1L짜리 사면 기름 얼룩 1,000번은 지울 수 있답니다.

* 500자 일기 100회 완료입니다. 5월 연휴 쉬고 7일에 새로운 글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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