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출근 시간이 조금 더 여유롭다면, 만원 버스와 만원 지하철이 5천원 버스와 5천원 지하철(아재 개그입니다. ㅋㅋ)이 된다면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허나 유튜브의 어떤 짤을 보니 취업에 계속 실패하다 성공한 이는 그 대열에 끼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고 하더라) 열에 아홉은 핸드폰을 한다. 고개를 떨구고 손바닥만한 모니터에 시선을 가둔다. 그 외 사람들은 정면을 주시하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다. 내 앞으로 가방에 임산부 배지를 단 여성이 지나간다. 우리 칸에는 임산부 좌석이 만석인가보다. 내 근처에 앉은 사람이 임산부인지 확인하고 싶은데 꽉 찬 사람들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짐으로 꽉찬 백팩을 앞으로 메고 있자니 임산부의 고충이 느껴지는 듯 하다. 10년 전에 커다란 백팩을 등에 메고 이리저리 사람을 치고 지나가는 남성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남성의 키는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10cm 이상 크므로 그들의 백팩은 여성의 얼굴에 가벼운 찰과상을 낼 수도 있다) 요즘 내가 확인한 백팩러들은 30% 이상 가방을 앞으로 멘다. 내가 쓴 글 때문은 아니겠지만 시나브로 발전하고 있는 문화?를 내 눈으로 확인하니 조금은 뿌듯하다.(그럼에도 아직 많이 멀었다) 자리가 없어 문에 서 있는데 슬슬 더워졌다. 반대편에 서 있는 남성을 보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는다. 오... (손수건 쓰는) 문화인. 손수건을 검색해본다.(검색만 하고 사지는 않는다) 나 역시 아직은 괜찮지만, 이런 식이면 곧 이마와 겨드랑이에 땀이 찰 기세다. 지하철 문 위에 붙은 불편신고 번호를 봤다. XXXX-XXXX 덥다고 신고할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좀 귀찮다. 10초 정도 갈등하다 단념했다. 대각선으로 보이는 남성도 겉옷을 벗는다. 지하철 유리를 거울 삼아 열심히 화장 중인 여성도 화장을 하다말다 연신 손부채질을 한다. 나만 더운 것이 아닌 것이다. 덥다. 누군가 불편 문자로 '에어컨 좀 틀어달라'고 연락해줬으면.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불편문자 신고하는 사람이 없다면 대한민국에 실망할 일이다.(그러면서 나는 안 한다) 우리는 자칭 민원의 나라(부정적 의미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에어컨이 가동됐다. 훗... 누군가 연락을 했군. 손가락만 몇 번 사용하면 되는데 역시 모든 일은 '시작'이 어렵다. 내릴 때가 되어 지하철 문에 비친 얼굴을 보며 입을 크게 벌려본다. 디폴트 표정이 웃상인 것도 뭔가 이상할 것 같지만 너무 딱딱하게 굳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입운동을 해본다. 아.에.이.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