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구경한다. 출근 길 횡단보도에 서 있는 여성들을 구경한다. 요즘은 옷을 못 입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꼽는 3가지는 이렇다.
1) 다양한 디자인, 다양한 사이즈의 패션의 출현. 아주 오래?전에는 백화점 아니면 보세(동대문이나 로드샵)에서 옷을 샀다. 옷을 구매할 창구가 다양하지 않았고 그나마 동대문에 가야 다양한? 옷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제는 핸드폰 하나로 전 세계 옷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사이즈가 없다고, 어울리는 옷을 찾기 힘들다고 패션을 포기하는 이들이 2,30대에는 없어 보인다.
2) 남이 어떻게 옷을 입든 내 알빠노? 타인에 대한 관심과 오지랖의 감소. 윗세대는 가족 중심주의였다. 그리고 이웃사촌이라는 문화도 적지 않았다. 쉽게 말을 걸고, 타인에 대한 거리감이 적은 세대다. 하지만 아래로 갈 수록 개인주의는 강화되고 아주 친한 사람과도 적정한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타인이 옷을 어떻게 입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무관심이 표현의 자유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패션은 상향평준화 되었기에, 알빠노라고는 하지만 티를 내지 않을 뿐 타인이 입은 옷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은 듯 보인다)
3) 영상 매체를 통한 전문가의 손쉬운 코칭/컨설팅. 또 아주 오래 전?에는 지식인에 물었다. 오늘의 코디가 좀 애매한데 물어볼 곳이 없을 땐 가족이나 친구 아니면 지식인이었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난다. 핀터레스트만 해도 색깔 조합으로 검색하면 꽤 많은 조합을 찾을 수 있고, 개인 컨설팅과 퍼스널 컬러 컨설팅 역시 잠들어있던 패션 센스의 발현에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다양해진 패션의 물결을 보는 건 즐겁다. (그러면서 일관된 트렌드도 반영되어 있다) 저 코디 조합은 어떻게 나온 걸까. 와이드핏 바지(스타일은 다르지만 와이드핏 바지라는 공통점이 있다)에 탑과 셔츠로 시원하게 매치한 이, 크롭 가디건으로 귀여움을 드러낸 이, 오버핏으로 힙스터같은 느낌을 표현한 이 등 내 세대?와는 다른 패셔너블함이 돋보인다.
패션의 상향평준화, 전세계 유통 시스템,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자기표현
어떤 현상이든 장,단점이 있다.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어떤 장점과 단점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낼지 모르지만 아직까진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그녀들의 옷차림에서 개성을 찾는 것, 유행을 찾는 것,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상상해보는 일이 나를 심심하지 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