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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글쓰기] 100-4. 너는 무엇이니?

by 이문연

이제 곧 너가 필요해지는 계절이 와. 솔직히 나는 너와 함께 하고 싶지 않았어. 너와 함께 한다는 건 자유를 잃는 것이기도 하거든. 하지만 좋은 점도 있지. 너와 함께일 땐 너가 나를 보호해줄 테고 그러면 난 하나의 걱정거리를 덜게 되는 셈이거든. 너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설파하는 친구를 보며 너를 찾아보기도 했어. 하지만 너를 받아들이기에는 난 아직도 내게 주어진 자유를 더 사랑하더라. 솔직히 겉과 속이 다른 너가 좀 무섭기도 해. 너의 검은 속내는 너의 강점이자 매력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난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몰라. 너의 차가운 창살을 손으로 만졌을 때의 촉감, 너와 함께 하는 동안 내가 지어야 할 무게는 어쩌면 기쁨이자 굴레겠지. 길에서 너를 만날 때마다 궁금하긴 해.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너와 함께 하게 되는 건지. 내가 만약 너를 만나게 된다면 너의 화려함보다는 심플함에 집중할 거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보다 우리 둘의 시간이 더 중요하거든. 아직 너를 받아들일 준비는 안 됐지만 그 날이 되면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자. 나는 평소의 너가 얼마나 겸손한지 알고 있거든. 너는 필요할 때만 너의 날개를 펼쳐 보이니까. 너의 그런 성향은 참 마음에 든달까. 낄끼빠빠가 몸에 탑재되어 있기란 얼마나 어려워? 아직은 때가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너를 필요로 할 때, 그 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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