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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글쓰기] 168. 딸들만 성찰하는 사회

by 이문연

최근에 엄마의 삶을 기록하는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딸의 시선에서 바라본 엄마의 인생, 한 여자의 인생이다. 그러한 책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엄마를 인터뷰하고, 엄마의 이야기를 쓴 책이나 글들을 보면 반복되는 레퍼토리가 있다.(물론 안 그런 내용도 있을 것이다) 딸과 아들을 자식으로 둔 엄마가 남아선호 사상적 가치관으로 (물론 5,60년대생이어도 딸, 아들 편애하지 않고 키운 부모도 있지만) 딸에게 상처를 주고, 성인이 된 딸은 성찰을 통해 엄마가 미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엄마를 이해해본다는 그런 이야기.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중 한 권의 책 제목이 이렇다. <니는 딸이니까, 니한테만 말하지> 내가 아직 인격적으로 덜 성숙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저게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들한테는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하고, 딸에게는 힘든 모습을 드러낸다. 자식이 한 명이라면 이해 가능한 소통의 밀도는 자식이 여러명일 경우 균형보다는 불균형하게 돌아갈 확률이 높고, 불균형의 퍼센티지를 많이 차지한 자식의 달팽이관에는 웃수저인 달팽이보다 암울한 달팽이가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딸들이 이런 책을 계속 내는 이유는 아마 성찰을 통해 모순적인 아이덴티티를 탈피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모순적인 아이덴티티는 동일하게 교육을 시키고 사랑을 준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체감하는 것에 있어서는 차별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남성과 대등한 인간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엄마의 바램에 있다) 아마 이런 책이 나오는 것도 7,80년대생 작가들이 끝일 것이다. 7,80년대생 엄마를 둔 아이들은 그렇게 크지 않을테니까. 편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게 대한민국 남자(물론 7,80년대생)의 삶이라고 생각하며 커 온 아들들은 성찰하지 않는다. 원래 성찰은 불편한 감정과 불합리한 관계성에서 시작되므로 '선호된 출생자'에게 성찰은 애초에 불필요한 과정이다. 딸들의 이야기가 익숙하고, 또 조금 지겹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3권의 책 모두 다 읽어볼 참이다. 작가들이 어떤 생각으로 엄마의 삶과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는 조금 더 성숙할 수 있을까?



https://n.news.naver.com/article/308/0000037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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