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머리를 하고 미용실을 다시 찾았다. 선생님과 처음에 이야기 나눴던 헤어를 설명하며, 지금 헤어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헤어의 모양이 아몬드 모양이 되지 않고, 베토벤 머리라는 점(물론 베토벤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좀 순화하자면, 세잎 크로버 머리 정도?). 웨이브가 정수리에는 없고, 옆부분부터 있다가 아래쪽에서 증폭된다는 점. 선생님과의 의견 조율을 통해 윗 부분에는 펌을 다시 하고, 아랫 부분은 조금 더 숱을 치기로 했다. 오케이를 하고, 머리를 한 후 친구에게 '오스칼'(베르사이유의 장미라는 만화책에 나오는 남장미녀 군인 - 정확한 풀 네임은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얘가 오스칼 팬들한테 돌멩이 맞을 소리를 하네'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오스칼의 ㅇ에도 가깝지 않은 비주얼이기에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반어법이었나... 비교군이 망한 머리라 A/S는 성공적이었다. 정갈하고 단정한 머리 보다는 부스스하고 거친 텍스쳐를 좋아하기에 마음에 들었다. 역시 머리가 망했을 때는 A/S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선생님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나도 내 시간과 에너지를 추가로 들여야 하지만 망한 머리를 복구(물론 흔치는 않을 듯)할 기회를 얻으며 이러한 과정은 서로에게 득이 된다. (정확히는 미용실의 퀄을 높여준다) 왜냐하면 이런 A/S의 과정없이 고객이 잠수를 타고 미용실을 옮길 경우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돈을 두 배로 쓰고, 디자이너는 잘못을 커버(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놓치므로 그냥 늘 하던대로 시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막연하게는 자신의 스타일링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생각할지언정, 끝내는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기에 그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한 사람은 미용실과 연을 끊고, 디자이너는 단골을 만들지 못하고 계속 새로운 고객만 다루게 된다. 하지만 A/S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헤어 스타일 구현에 대한 감과 센스(문제점을 알아야 개선점을 논의할 수 있는 것처럼)를 갖고 있어야 하니, 만만한 작업은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 그럼에도 괜찮은 디자이너라면 소비자가 개선점을 제시하지 못해도 본인이 100% 환불해줄 걸 감안하고서라도 더 나은 헤어 스타일링에 대해 제시하고 구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걸 전제로 한다면 A/S를 받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또 그걸 악용하는 사례들이 나타날 것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은 아예 불가능한 것일까? 글을 쓰다보니 애매해졌네. 결론은 머리가 망하면 속상하겠지만, 어른이라면 속상한 마음을 부여잡고 A/S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디자이너 선생님과 성숙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전제이므로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건 아닐 것이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다행히 A/S를 거쳐 마음에 드는 머리로 발전?했고, 오스칼이라는 되도 않는 칭찬?을 들었으므로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는 잠수를 타는 것보다는 A/S를 요청하는 것이 서로의 앞날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