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많이 부는 날, 버즘나무 잎이 떨어진다. 정확한 이름은 플라타너스. 이 예쁜 이름이 한국에 들어와서 버즘나무로 바뀌었다. 나무껍질이 떨어져 얼룩덜룩해진 나무 기둥이 얼굴에 핀 버즘같아서란다. (그거 말고 이름이 없었을까) 하지만 가로수로써 장점이 너무 많아 가로수로 많이 쓰이는데 유일한 단점은 너무 단단하고 커서 보도블럭이 깨지거나, 주변 상가를 가린?다는 점이란다. 플라타너스 잎은 아이들 얼굴 만하다. 그래서일까. 오래된 잎이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그 모습이 아주 우아하다. 처음이자 마지막 비행이기도 하다. 날개가 되어주는 잎이 크기 때문에 수직으로 하강하지 않고 갈지자로 유유자적 마지막 비행을 즐기는 듯, 꽤 오랫동안 공중에 머문다. 공해에 강하고 공기정화능력도 상위권이라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영국의 트라팔가 광장과 버킹엄 궁전으로 가는 거리의 가로수도 플라타너스란다. (나무위키) 이렇게 멋진 나무임에도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가로수이므로 우리는 플라타너스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잎이 커다란 나무란 것만 알지, 이 나무가 한국에 들어와서 버짐나무가 된 것도, 이름이 플라타너스라는 것도, 잎이 떨어질 때 우아하게 떨어진다는 것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이번에 찾아보면서 플라타너스의 꽃말이 '천재'라는 걸 새로 알았는데 하늘에서 준 재능이라는 의미처럼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가로수를 소중하게(제발 무식하게 가지치기 좀 하지 말고) 여겼으면 좋겠다. 플라타너스의 잎이 어떻게 떨어지는지 감상해보면 더욱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