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글쓰기] 216. 졸지에 영문명 3개

by 이문연

가끔 인생의 흑역사를 만들 때가 있다. 흑역사도 역사니까 잘 끌어안고 보듬어야 할까? 그러기엔 너무 쪽팔리고 한심한 기억이라 어디 대놓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바보같은 일을 글로 기록하는 것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 또한 내 안에 숨어있는 자긍심을 지키는 일이다. 자긍심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약점, 볼품없는 점, 흑역사까지 끌어안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때 '하하하- 너 진짜 몽충하다. 바보같아. Yor are 스뚜핏!'을 외치는 사람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그래 나 멍청하다. 그래서 너가 보태준 거 있냐? 쨔샤!' 그래서 말인데 최근에 생성한 흑역사는 여권의 영문명을 잘못 알았던 거다. 나는 오랫동안 내 이름의 '연'을 youn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연이 yeun과 yeon 등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2019년에 여권을 갱신할 때 뭔 바람이 불어서 yeun으로 갱신한 것을 까맣게 잊고 이번에 뱅기표 예약할 때 youn으로 쓴 것이다. 다행히 발음이 같을 경우 추가 금액을 내고 변경이 가능했고, 피같은 돈을 꽤 많이 토해내야 했다. 예전에 원룸 비번 까먹어서 배상한 금액이 OO이었는데, 이번의 영문명 교체 비용도 비슷했다. 아오 돈 아까워!!! 2026년 새해에 이런 일로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나니 마흔쨜(+@)이나 먹어서 이런 실수나 하고 아주 자긍심이 쪼그라들었지만, (아직 안 끝난 my dark chapter) 공항 라운지 사용을 위해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만든 카드에 영문명을 yeon으로 입력하는 바람에(이 때까지만 해도 충격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해 제정신이 아니었음. 이라고 변명해본다) 졸지에 영문명이 3개나 되어 버렸다. 가끔 이런 실수를 할 때 궁금하다. 실수도 실수 나름이지, 대체 왜 이런 아무도 안 할 것 같은 시련을 주시는 거죠? 하여간, 이러한 에피소드로 지갑은 더 가벼워지고, 흑역사 전용 해마만 통통해지는 중이다.


* 글을 쓰고 보니 적당한(+적절한) 실수는 자긍심 근육을 키우는데(어릴 때 도전/실수 많이 하라는 이유??)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똑똑하거나 현명하거나 이성적이라 실수가 적은 사람들은 왜인지 한 번의 실수로 자긍심이 과하게 떨어질 것 같은 느낌도… 결론은 다 커도(어른이 되어도) 실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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