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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an 06. 2016

50가지 사소한 글쓰기 워크북(3) 잠

선생님은 거짓말이 싫다고 하셨어.

에피드소(1) 저 안 잤는데요.


때는 바야흐로 학구열이 절정에 달해야 했던 고 3시절. 앞서 밝힌 것처럼 불타올라야 할 학구열의 발목을 잡은 것은 식곤증이었다. 그것도 점심 시간 이후의 식곤증이 아니라 도시락을 까먹는 행위로 인해 나의 식곤증은 한창 또렷해야 할 2교시쯤 찾아왔다. 담임 선생님은 세계사와 역사를 맡고 계셨는데 난 불행하게도 암기 혹은 역사의 큰 줄기를 보는 데는 젬병이었기 때문에 식곤증의 타겟은 늘 담임 선생님의 수업이었다. 그 날도 지루함과 노곤함의 크로스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담임 선생님께 발각?된 후였다. 잠깐 눈만 감았을 뿐이었는데 앞으로 나오라는 담임 선생님의 냉랭한 목소리를 이해하지 못했고 순수?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나의 어이없는 주장에 담임 선생님은 화가 나셨고 복도로 나오라고 한 뒤 나의 수면(이라 쓰고 유죄라 읽는다.)을 인정하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나는 진실(물론 3인칭 시점으로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을 고했을 뿐인데 담임 선생님은 수업 끝나고 보자며 나를 교무실로 내려보냈다. 이 사건으로 난 무섭기로 소문 난 담임 선생님의 주목을 받는 학생이 되었고 담임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졸지 않기 위해 허벅지 꼬집기 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나보다. 교무실로 내려가서 모든 선생님의 주목을 받으며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에피스드(2) 숙면형 인간


자는 건 좋아하는데 기본적으로 저녁과 밤에는 깨어 있는 걸 좋아했다. 새벽잠이 많았고 글을 쓰거나 일을 하다 12시 넘어 자는 것이 때로는 뿌듯하게 느껴졌다. 밤에 자다보니 커피를 마실 때가 종종 있었고 배가 고프면 야식을 먹기도 했다. 모든 원인이 거기에 있지는 않겠지만 위와 장에 이상 신호가 온 것은 회사를 그만 두고 불규칙한 생활을 한 지 3년이 넘었을 때 쯤이었다. 생활 패턴을 직장인처럼 바꾸는 것이 건강을 되찾기 위한 방법이었고 지금은 투 잡으로 출근을 하기 때문에 꽤나 안정적인 숙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잠의 사생활이란 책에서는 숙면을 하지 못하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일 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를 한다. 숙면이 쾌적한 일상 생활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대목일 것이다. 실제로 12시 넘어 잘 일이 잘 없고 혼자 방을 쓸 때는 이것저것 하면서 12시 전에 자는 걸 아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여동생이랑 잠을 같이 자다보니 여동생의 생활 패턴에 길들여져 가는 중이다. 11시만 되면 불을 꺼버리는 독재자 기질이 다분하지만 그 덕분에 건강한 바이오리듬을 유지하는 중이니 혁명을 일으킬 필요는 없는 듯하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건강한 바이오리듬을 위해 숙면을 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인 듯하다. 아침형 인간에게나, 저녁형 인간에게나.


에피소드(3) 더러운 꿈, 무서운 꿈, 재미난 꿈

* 다소 더러울 수 있으니 비위가 약하신 분께는 주의를 드립니다.


꿈을 자주 꾸는 건 아니지만 벙커에서 했던 고혜경님의 '나의 꿈 사용법' 강의를 들은 이후로 꿈에 대해 곰곰이(하지만 짧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제일 많이 꾸는 꿈은 화장실 꿈이다. 늘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찾아가는데 내 꿈 속 미화원 분들은 다 파업 중인지 당최 깨끗한 화장실을 찾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볼일을 보다가도 뭐가 튀면 닦기 급급한데 꿈에서 깨고 나면 나의 청결함이 왜 이렇게 원망스러운지. 현실에서는 그렇게 청결하지도 않은데 말이다.(현실과 꿈은 반대인 것이 맞나보다.) 기억에 가장 남는 꿈은 누군가를 죽이는 꿈이다. 꿈 속에서는 살기 위해 누군가를 처참하게 죽이기도 하는데 나의 과감함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나의 무의식이 반영된 나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누군가를 죽이는 꿈이거나 자살하는 꿈이 그리 나쁜 꿈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런 꿈을 꾼 날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마지막 꿈은 학창시절에 꿨던 꿈으로 유머 섹션이다. 더러운 꿈, 무서운 꿈, 재미난 꿈 ㅋㅋㅋ 뭔가 3종세트가 완성된 기분이다. 사실 마지막 꿈은 꿈 자체는 재미 요소보다는 짜증 유발 요소가 강하다. 목이 너무 말라 정수기 앞에서 계속 물을 마시는데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고 자꾸 입술 언저리에서 아래로 흐르는 거다. 몇번을 시도해도 물을 삼킬 수 없는 갈증의 심연에 빠지려는 찰나 종이 울렸다. 엥? 웬 종? 그렇다! 난 쉬는 시간에 교재에 얼굴을 파묻고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교재에 남겨진 흥건한 흔적을 보며 물을 마시지 못한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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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머리가 어지럽고 마음은 답답한 제가 뭐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시작하는 소소한 에세이입니다. 글을 통해 '자기 이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주제를 통해 글을 써 보는 것으로 '자기 이해'를 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매주 주어지는 주제로 글을 써보고 댓글에 링크를 달아주시면 글에 대한 감상(비평을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ㅡㅡ)도 공유하고 토닥토닥 & 으쌰으쌰 하는 것으로 멘탈을 단련시켜보고자 합니다. 이건 정말 무지개빛 시나리오지만 그렇게 모인 글들을 한 데 엮어 책으로 내보낸다면 그것만큼 므흣한 일도 없겠습니다. 매주 일상 속 아주 사소한 주제로 찾아갑니다. 서른 다섯, 자기 이해를 위한 사소한 에세이 시작합니다. 프롤로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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