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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l 04. 2017

50가지 사소한 글쓰기(18) 공부

에피소드(1) 공부는 암기순이 아니잖아요. 

에피소드(1) 공부는 암기순이 아니잖아요. (<= 7080 세대만 알 수 있는 제목 ㅡㅡㅋㅋㅋㅋㅋㅋ)


엄마~!! 엄마~!! 나 수학경시대회에서 장려상 탔어!!! 선생님의 채점이 끝나자마자 시험지를 받아들고 집으로 뛰어갔다. 신발을 허둥지둥 급하게 벗어던지고는 안방에서 아줌마들과 함께 뭔가를 보던 엄마에게 자랑을 했다. 그 때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잘 했다고 하셨던 것 같다. 4학년 때의 일이다. 그 수학경시대회에서 동생은 1개를 틀렸고, 언니는 만점을 받았던 것 같다. 하여간 둘은 나보다 더 잘봤음에도 엄마에게 호들갑 떨지 않았다. 그 시절 초등학교에서는 수학경시대회라는 것을 했고 무려 상도 줬다. 지금도 선생님 주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삥 둘러서서 빨간 색연필로 갱지(요즘 학생들은 갱지를 알까나 ㅡㅡㅋㅋㅋ) 시험지를 채점하는 걸 숨죽여 구경?했던 장면이 생생하다. 


공부를 잘 하지는 않았다. 그냥 해야되니까 했을 뿐이다. 뭐 나만 그랬겠으랴. 목표가 없어서 그랬던 건지, 욕심이 없어서 그랬던 건지 그저 중간 이상만으로 만족했다. 고 3 담임 선생님은 수능 점수를 받고 나를 지방의 모 캠퍼스로 보내려고 했는데 엄마와 나는 담임 선생님과 맞짱을 뜨는 심정으로 다른 학교를 고집했고 무사히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자신있었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수학은 시키지 않아도 문제집을 사서 풀었고, 하나의 답에 다양한 공식이 적용된다는 유연함에서 매력이 있었다. 반대로 내가 가장 싫어했던 과목은 암기 과목이었다. 아니, 암기과목으로 둔갑해버린 비운?의 과목들이었다. 국사나 세계사, 한문 등등은 지금 보면 그 배경 지식만 설명하는 것으로 엄청 흥미로운 과목 같아 보이는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선생님의 마음에나 학생들의 마음에 '배경 지식'이 들어갈 여유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로 JUST 암기. 평소에도 기억력이 안 좋아 친구랑 방문했던 액세서리 가게를 그 다음 날 친구에게 소개시켜주는 '신끼'를 가지고 있는 내가 성적이 안 좋았던 이유는 순전히 암기과목(But 시험과목의 대부분은 암기로 이루어져 있다.)때문이라고 주장해본다.  


공부에 대한 반항은 대학교 때 절정에 이르는데 난 대학만 가면 그냥 팽팽 놀아도 되는 줄 알았다.(사실 놀아도 된다. 시험때만 공부하면 되니까. 그런데 그것도 하기 싫었으므로;; 등록금은 왜 내냐 ㅡㅡ)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하면 고등학교 때는 막연했던 미래에 대한 목표가 자연스레 생기는 줄 알았다. 하지만 OT때 자연스레 무리가 된 친구들과 뭔가 잘 맞지 않다는 걸 인식한 후 혼자 다니기 시작했고 심드렁했던 학교가 더 심드렁해졌다. 대학교 초반에는 그래도 좀 수업이란 걸 들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적어도 고등학교 때랑 뭔 차이가 있는지(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알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고등학교 때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왜 땜에 계속 암기해야 하는 거죠?) 안 그래도 0이었던 전공에 대한 흥미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정말 너~~~무 재미없었던 마케팅 수업을 필두로 수학을 좋아했기에 자신만만했던 회계(수학이랑 회계의 연관성을 멋대로 넘겨짚었던 니 잘못)원리까지. 수업이 재미없으니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어졌고 학교에 가질 않았다. 공부는 흥미가 있거나 적어도 해야 할 당위성이 있어야 했는데 그 당시의 나는 (부모님께서 내주신 등록금이란 명확한 당위성이 있었지만 20대의 나는 철딱서니가 가출했었나보다.) '나는 누구인가, 대학교는 왜 다녀야 하는가' 등등의 생각을 하며 멍 때리기 바빴다.


대학교 신입생 때 가장 집중했던 건 동아리 활동이었고 그나마 기타도 열심히 쳤다면 기타 실력이 꽤 괜찮았을텐데 뭘 하나 진득하게 배우질 않아서 기타 실력도 초보 수준에 그쳤다. 그리고 나는 2학년 2학기 때 투고(두 번의 학사경고)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는 뭣도 안 될 것 같아 1년 휴학을 했고 나머지 2년 동안 계절학기를 총 동원해 학점을 메꾸는 불효력(계절학기에 든 돈도 어마무시 ㅡㅡ)을 발휘했다. 난 그냥 내가 공부를 못해서 공부가 싫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써 놓고 보니 환경적인 부분도 무시 못하는 것 같다. 대학교는 주입식 교육에서 다를 거라는(분명 다른 부분도 있었을 거다. 정을 붙이지 못해 그런 부분까지 무시했던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기대를 저버렸고 그렇게 나는 대학생이라는 아이덴티티만 가진 채 대학교 언저리에서 둥둥 떠다녔다. 그래서 난 지금도 그저 암기만 하는 교육을 싫어한다. 직접 해보고 경험하는 것으로 습득하는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공부는 즐거운 것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힘들면서 즐겁기도 한 것. 20대까지의 공부가 하기 싫고 어렵기만 했다면 30대 부터의 공부는 다를 것이다. 몸으로 경험하고, 머리로 기억하는 공부. 난 여전히 기억력이 좋지 않지만 암기하지 않아도 되는 배움의 기쁨을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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