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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Sep 08. 2017

나는 이제 머리가 잘못되어도 울지 않는다.

난 그저 나에게 어울리는 앞머리를 원했을 뿐인데.



(원래 몇 년간 머리를 맡겼던 선생님이 그만두셔서 추천받은 다른 선생님께 머리를 하게 된.

보통 컷트와 펌 등을 하면서 이 선생님한테 머리를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처음 했던 커트는 평타 이상이었기에 이번엔 어떨까 기대를 했는데....)


머리를 할 때는 늘 고민이다. 

나름 스타일 관련 일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내 머리를 해주는 선생님과 의견 조율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자기 직업을 밝히며 머리를 하진 않으니 말이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정확하기에

후회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늘 

이미지 사진을 가져가서 선생님과 이야기하곤 한다.


중학교 때부터 20대까지의 나는

머리가 잘못되면 울거나(10대), 화를 내거나

내가 원한 머리가 아니라며 컴플레인을 했다. 


지금은 선생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원하는 머리 스타일로 짠하고 

컷 & 펌 해주는 것이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원하는 게 명확하지 않을 경우, 혹은 명확하더라도

어찌어찌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는 다른

헤어 스타일이 나올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뭐가 잘못된걸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주 슬프지만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의 전문성과

나의 기대치(난 그저 나에게 어울리는 앞머리를 원했을 뿐인데...)의 괴리감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설명하고,

그런 스타일 구현이 어렵다면 왜 어려운지 알려주고

그런 스타일이 가능하다면 이렇게 시술할거라 설명해주고

그런 과정을 통해 의뢰인이 가장 만족할만한 스타일로 만들어주는 것.


내가 하는 코칭도 마찬가지다.

의뢰인이 돈을 썼다면, 돈 쓴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전문가의 역량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잘 하고 있는가?)

의뢰인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구현하는 것.


이번 머리는 망했지만 이제 울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선생님한테 화를 내지도 않았다. 

선생님은 최선을 다해 A/S를 해주셨고, 머리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슬프지만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

(근데 정말 울고 싶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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