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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Feb 01. 2018

혼글 10계명 2편 - 이래서 가능합니다.

혼자 하는 글쓰기 어떻게 가능할까?

혼글 10계명 1편 - 저는 이렇게 씁니다. 에 이어집니다.


1. 그냥 씁니다.


쓸 주제를 정해놓으면 뭐에 대해 써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정리해 놓은 주제에 대해서 씁니다.

일단 쓰려고 마음 먹으면 노트북을 켜놓고 

블로그 포스팅(저는 워드/한글 파일이 아닌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쓰기를 누른 후

흰 화면을 쳐다봅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내용이 있으면 그 내용에 대해서 쓰고

조금 어려운 주제들은 이번 주에는 이 주제에 대해서 쓸 거니까

어떤 글로 쓸지 일주일 정도 내리 생각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소주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운동을 하고 탕에 들어가서도 소주제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에 흰 화면에 생각한 것들을 씁니다.


2. 혼자 씁니다.


집 주위에 글쓰기 적합한 분위기의 까페를 알아둡니다.

위치도 가깝고,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습니다.


그러면 평일 하루나 주말 하루쯤 시간을 내어 노트북을 가지고 갑니다.

그런 다음 까페에서 글을 씁니다.

커피 한 잔과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든 좋습니다.

조금 시끄럽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이어폰을 끼고 제 나름의 글쓰기 플레이리스트를 듣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서 글을 쓰면

이게 마치 옛날의 엠씨스퀘어(집중력 높이는) 같은 효과를 줍니다.


그렇게 2시간 - 3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면

A4 한 장 - 한 장 반 정도의 분량을 쓸 수 있습니다.


3. 심심해서 씁니다.


9시부터 6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직장을 다니지 않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기계발도 하지 않습니다.

연애도 하지 않습니다. ㅜㅜ


그래서 저는 심심합니다.

책을 읽어도 좋고, 영화를 봐도 좋고, 무언가를 배워도 좋지만

그 심심함을 글쓰기로 채우는 것이 저는 좋습니다.


돈도 많이 안 들고, 세상에 없는 기획을 하는 것 자체가 저에겐 재미입니다.

그래서 심심함을 채우는 자기만의 방법들을 다 가지고 있지만

저에겐 그게 글쓰기입니다.


4. 허세입니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에 뭔가를 쓰는 모습이 좋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집에서는 생각보다 잘 안 써집니다.


커피숍의 분위기가 오히려 글쓰기에는 도움이 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커피 한 잔에 맞먹는 값을 하고 가야 한다는 압박과

남들 눈에 보여지는 비주얼적 아이덴티티가 만족스럽습니다.


전자책 대담에서 전자책 출간의 동기부여 중의 하나로 '관종'을 꼽았는데

어쩌면 저는 허세력과 관종력을 발판삼아 글쓰기와 책출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5. 기대가 없습니다.


저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없는 편입니다.

예전부터 뭔가를 뛰어나게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없고

저 또한 뭔가를 뛰어나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잘 없습니다.

(단, 남들과 다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능력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기질 자체가 헐렁헐렁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저는 기대치를 달성해야지 하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 '하는 것'에 만족하는 편입니다.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갖는 기대치가 스스로를 몰아붙여

더 높은 성과를 내게도 하고, 뛰어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저는 그게 잘 안 되는 인간입니다.


어쩌면 실망하지 않기 위해 발현된 방어기제일 수도 있습니다.

기대하면 자꾸 실망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아예 멈추게 되겠지요.

실망하고 멈추는 것보다는 기대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을 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6. 목표가 작습니다.


전자책 출간을 목표로 했을 때 첫 수입이 25,000원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내가 낸 전자책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에게 그게 뭐야 적어도 얼마는 벌어야지'

'책 출간을 했으면 적어도 몇 부는 팔아야지' 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 책 출간의 제 1의 관심사는 꾸준히 쓰고 재미있는 책을 내자입니다.

많이 팔리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는 건 제 2의 관심사입니다.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입니다.


사실 제가 하는 많은 것들의 기본 마인드는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에 가깝습니다.

안 되도 좋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큰 목표를 설정하지 않습니다.

큰 목표를 설정했다면 애시당초 '안되도 좋다'는 마음을 갖지 않겠지요.


그래서 그냥 소소하게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희한한 컨셉의 전자책을 내는 것이 좋습니다.

어쨌든 저는 목표를 크게 잡는 사람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7. 비교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잘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고,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게 됩니다.


그러면 이 사람은 이렇게 잘하는구나를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의 실력은 이 사람에 비하면 형편이 없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안 될까 자책합니다.

그러면 신이 나지를 않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잘한다(어느 저도 재능이 있)는 생각이 있어야

계속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언가가 될 수도 있었던 재능은 사그라듭니다.


저도 비교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비교를 합니다.

하지만 비교로 그칠뿐, 저를 자책하거나 제 실력을 비하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잘 쓰고, 잘난 것일뿐.

So what? 이 사람은 글을 이런 식으로 참 잘 쓰는 구나.

이 사람은 기획을 참 잘하는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배울 점이 있다면 취합니다.


그러고 저에게로 돌아옵니다. 그러면 나는 어떤가?

그 사람들에게 벤치마킹할 점이 있나? 글쓰기 시장에서 내가 나답게 승부를 보려면

어떤 것이 더 필요할까를 고민합니다. 


우리는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찾으면 찾을 수록 

어떻게 하면 '나답게 승부'를 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8. 돈이 되니 씁니다.


한 달에 2만원? 코웃음을 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제가 낸 전자책이 돈이 된다는 것이 좋습니다.


전자책 대담에도 썼지만 한 100권 내면

매 달 30만원 정도는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50살 쯤에서 100권을 채울 수 있겠지만

그런 소소한 상상이 즐겁습니다.


한 달에 2만원이면 작은 돈일 수도 있지만

코천이(반려견)에겐 중요한 간식 비용입니다.


2만원이면 코천이가 좋아하는 오리목뼈과 오리 도가니를

한 달(하루에 한 개씩 급식할 경우) 급식할 수 있는 돈입니다.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동물)을 기쁘게 하기 위해 돈을 버는 목적도 있습니다.

전자책 출간을 통해 코천이에게 간식을 사줄 수 있는 건 저에게도 큰 기쁨입니다.


그래서 한 달에 2만원이 찍히는 전자책 인세가 나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글도 쓰고, 돈도 벌고 코천이는 저의 이런 마음을 알까요?


9. 뭐라도 되니 씁니다.


글쓰기는 그 과정만으로 즐거울 수 있지만

'책'이라는 하나의 완성본으로 묶였을 때 또 가치가 달라집니다.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에도 있지만

전자책이라는 하나의 결과물로 세상에 남길 수 있다는 것에도 있습니다.


하나의 글로도 그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지만

책이 파워풀한 건 그런 글들의 모음으로

글 하나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모여 커다란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도, 

사람들이 손으로 잡아볼 수 없는 결과물이 없다면 사실 인정받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입증하고 싶어 계속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명함으로 정체성을 입증합니다.

어느 회사에 다닌다. 어떤 일을 한다. 명확하고 구체적입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합니다. 전 설명하는 걸 좀 꺼려합니다. (<= 희한합니다)


그래서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아, 이런 사람이구나 했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책을 내는 것도 있습니다. 저 대신 제가 낸 결과물이 저를 나타내면 좋겠습니다.


10. 그래서 저는 씁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씁니다. 

시간도 많고, 심심하기도 하고,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좋고.

다양한 것들이 만족되는 한 글쓰기를 멈추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직 유명해지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제 글에 비평을 달지 않아서 

아직 쌩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비판에 좀 약하거든요.


그래도 네임드가 되면 그런 비판에 익숙해지고 그걸 발판으로

더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맷짚을 튼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자책이 모여 저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세상에 없는 희한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기쁨을 느끼는 한 계속 쓸 것 같습니다.


혼글 10계명 2편 - 이래서 가능합니다.


1. 그냥 씁니다.

2. 혼자 씁니다.

3. 심심해서 씁니다.

4. 허세입니다.

5. 기대가 없습니다.

6. 목표가 작습니다.

7. 비교하지 않습니다.

8. 돈이 되니 씁니다.

9. 뭐라도 되니 씁니다.

10. 그래서 저는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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