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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r 20. 2018

사소한 글쓰기(48)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

혼자하는 글쓰기 5권

생활 속의 많은 것들이 글쓰기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친근한 것일수록 설명하기란 쉽습니다. 요즘은 '동네'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라는 수식어도 쓰지 않지요. 독립해서 한 1년 정도 살다보니 마음에 드는 구석들이 하나 둘씩 생겨났고 그런 부분들이 제가 살고 있는 '집'의 부족한 점을 상당 부분 채워주었습니다. 원룸 골목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1인 생활자들에게 필요한 인프라가 곳곳에 있고 그러한 점이 '우리 동네'라는 애정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이번 화에서는 우리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줄여서 '[우동소]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 입니다.


에피소드(1) 탄천 러버


집 가까운 곳에 탄천이 있습니다. 중학생 때만 해도 가끔 탄천에 뛰어들어 노는 남학생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은 결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때는 물도 더 더럽고, 고기도 잘 살지 않았는데 말이죠. 지금은 행정적 노력덕분인지 꽤 많이 변화했습니다. 일단 물고기들이 많아졌습니다. 중학생이었던 시절이 20년 전이었다는 것은 안 비밀이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맞습니다. 10년이 2번이 지나 탄천이 변한 것이지요. 굉장히 큰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을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오리들도 생겼습니다. 갈색 털을 가진 오리들이 탄천 곳곳에서 쉬기도 하고, 목욕도 하고, 치장도 하고, 연애?도 합니다. 그래서 연애?의 결실인 아기 오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아기 오리들은 탄천에서 볼 수 있는 힐링 풍경 중의 하나입니다. 


올해는 더 많은 새들이 생겼습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말에 의하면 성남시에서 탄천의 자연화?를 위해 신경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탄천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저의 눈에 새로운 새들이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작은 새들이 탄천 근처에서 먹이를 찾기도 하고요. 오리 외에도 까만색의 오리가 출몰했는데 검색해보니 물닭이라는 새였습니다. 갈색 오리보다 크기는 좀 작지만 갈색 오리들과 어울려 밥도 잘 먹고 하더라고요. 다른 종이 함께 어울려 분란?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니 그들이 새삼 대견해보였습니다. 탄천이 넓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밥그릇 싸움없이 공존하는 건 너네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겨울은 꽤 삭막하지만 봄에는 벚꽃과 개나리 등으로 절경을 이룹니다. 벚꽃 구경을 하러 여의도에 간다고 하지만 탄천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여의도(분당에서 여의도는 꽤 멉니다)까지 나갈 필요가 없지요. 벚꽃이 수놓은 탄천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하다보면 바람에 벚꽃이 휘날립니다. 그 때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틀어줍니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이쯤에서 꺼도 좋습니다) 걸어요~' 물과 꽃, 바람 등 자연이 주는 감성은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대한 자연이 도시에 자리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더욱 분당이라는 큰 도시를 가로지르는 탄천을 사랑합니다. 원래 있던 물줄기지만 어떻게 하면 자연을 침해하지 않고 도시와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탄천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에피소드(2) 주말 글쟁이를 위한 까페


글작업을 하는 저에게 집 근처의 까페 또한 중요한 존재입니다. 글작업하기 좋은 까페란 일단 가까울 것, 커피 맛이 좋을 것, 분위기도 괜찮을 것입니다. 가격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래서 주말마다 집 근처의 까페를 순회하며 글을 써봤습니다. 후보(1) 월화수목금토일 이라는 까페 입니다.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습니다. 그나마 큰 대로변에 위치한 까페라 그런지 가격이 좀 쎈 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 카페모카가 5,500원이니까 말이죠. 그래도 글작업하기 좋은 요소를 두루 충족시킨 까페라 몇 번 갔었는데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아 주말 낮시간(황금 시간대)에 가면 자리가 없었습니다. 약간 맥이 빠지니 다른 곳을 찾게 되더라고요. 후보(2)는 HARANG이라는 까페입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까페인 것 같고 그래서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까페 라떼가 3,500원인 걸로 기억합니다. 맛도 좋고, 분위기도 괜찮았죠. 다소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애용하는 것 빼고는 말입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일요일에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저같은 주말 글쟁이?에겐 치명적인 단점이었습니다. 전 주로 주말에 점심먹고 글작업을 하러 가니 말입니다. 


그래서 세번째 후보를 찾았습니다. 후보(3) 커피에 반하다 라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입니다. 마침 제가 커피숍을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의 기로에 빠졌을 때 오픈한 반가운 커피숍이죠. 커피에 반하다는 2,500원이라는 획기?적인 가격대의 라떼를 팔고 있습니다. 맛도 괜찮아 단골 글작업 까페로 낙찰되었죠. 하지만 처음 방문했을 때 1인좌석이 없다는 것이 불안했습니다. 원룸 골목에 혼자사는 1인 생활자들이 수두룩빽빽일텐데 이렇게 저렴한 커피숍에 4인좌석이 6개, 2인 좌석이 달랑 하나라니요. 그래서 좌석 배치도를 그려봤습니다. 이 까페의 장점 중의 하나는 거의 통 유리인데 3군데의 통 유리 중 한 곳을 1인 전용 좌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스타벅스의 창가쪽을 바라보며 앉는 형태로요. 그럼 매출에도 더 도움이 되지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 소심해서 이런 이야기는 결코 하지 못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창가쪽 좌석에 앉았다가 2인 좌석으로 안내를 받았죠. 황금 시간대에 1인이 4인 좌석을 차지하고 있는 건 저도 눈치보이는 일이니까요. 한 번 안내를 받고나니 더 이상 4인 좌석에 앉기가 미안해졌습니다.


창가 자리는 누구나 앉고 싶어하는 자리입니다. 작은 매장일 수록 햇빛도 잘 들고, 바깥 풍경(그래봤자 차도지만)과 연결된 시야가 사람들에게 덜 답답함을 선사합니다. 이번 주말에 작업하러 갔더니 3명이 각각 4인 좌석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원룸 골목에 자리한 까페의 운명이랄까요. 매출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창가 자리에 앉고 싶은 1인의 욕구가 4인의 욕구보다 덜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딜레마에 빠졌을 때 까페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단골로 찜한 까페가 매출 걱정없이 오래오래 자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창가 자리의 1인 좌석 리모델링을 조심스레 제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도움이 될지에 대한 확신이 잘 서지 않습니다. 내가 선의라 생각할지라도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이 익숙치 않습니다.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리모델링의 실천 여부와는 상관없이 의견을 전달했을 때의 반응도 살짝 궁금하기는 합니다. 오지랖과 선의 사이에서 용기를 내 볼 날을 기다려봅니다. 


에피소드(3) 우리 동네 여행기


처음 독립하고 나서 동네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어디에 있나 알아야지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일단 카페나 슈퍼 같은 생활형 인프라가 나쁘지 않습니다. 닭발이나 돼지껍데기를 파는 맛집도 있습니다.(이런 음식 잘 먹는 사람이 없어 한 번도 가 본적은 없네요. ㅜㅜ) 그러다 발견한 문화형 인프라! 바로 만화방입니다. 근 3년 전부터 만화방의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퀴퀴하고, 찌든 그런 이미지에서 산뜻하고 편한 이미지로 말이죠. 대학생 때 애용하던 만화방의 기억을 떠올리며 방문해 보았습니다. 온 사방에 꽂혀 있는 만화책과 웹툰 단행본을 보니 흥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카페 모카를 하나 시키고 어떤 만화책을 볼까 찬찬히 둘러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슬퍼졌습니다. 20대 때의 감흥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왔으니 뭐라도 보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웹툰 '다이어터'를 다 읽긴 했지만 20대에 즐겨봤던 만화책(도 잘 없었지만)이 더 이상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만화책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나이가 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만간 한 번 더 방문해 만화책 감성을 소생시켜봐야겠습니다.


우리 동네가 힙하다라고 여기는 것들은 개인마다 다를 것입니다. 저에게 힙한 것은 '동네 책방'입니다. 이제 더 이상 동네 서점은 '서점'으로서의 역할이 아닙니다. 그 곳은 책을 팔며, 사람을 모으고, 무언가를 함께 합니다. 어느 순간 인스타에 뜬 동네 책방 주소가 집 근처라 클릭해보니 엄청 가까운 곳에 동네 책방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좋은 날의 책방'! 힙한 곳이 있다면 가 보아야겠지요. 마침 이다혜 기자의 출간 토크가 책방에서 열렸고 참여했습니다. 요즘은 곳곳에 동네 책방이 많이 생기다보니 저자들이 동네 책방 순회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동네 책방의 좋은 점은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고, 큰 규모의 서점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책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앤틱한 벽장에 숨겨진 책들과 따뜻하지만 화사한 민트색의 페인트 등 동네 책방을 들어서는 순간 책에 압도당하는 것이 아닌, '어서와, 동네 책방은 처음이지?'라고 말 걸어주는 것 같은 친근함이 있습니다. 그 후로 영화 벙개가 있어 한 번 참여하고, 책 구경을 하러 한 번 더 방문했습니다. 인스타에 올라온 최근 사진을 보니 큰 대로변의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했더라고요. 집에서는 더 멀어졌지만 저도 동네 책방에서 '저자 출간 토크'를 할 날을 상상해봅니다.


(1) 우리 동네 자랑 Best3를 설명해보자.

(2) 우리 동네에 있는 좋아하는 까페 1가지를 묘사(입구, 크기, 분위기, 주인의 느낌)해보자.

(3) 우리 동네를 1시간 동안 여행한다고 했을 때 그 과정을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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