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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pr 23. 2018

기본의 멋[8] 모자 활용 룩

패션 심플리스트의 4계절 옷장 에세이 <겨울편>

<모자 활용 룩>


아무리 예쁜 모자를 써도 모자가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자는 얼굴에 쓰는 아이템이니만큼 얼굴 형태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모자가 안 어울리는 얼굴인데 굳이 억지로 모자를 쓸 필요는 없지만

모자를 써야 할 때(보통 햇빛을 피할 때 많이 쓰죠) 어울리는 모자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편하긴 합니다.

그리고 야구 모자는 얼굴 형태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지만

360도 챙이 있는 밀짚모자는 야구 모자보다는 넓은 포용력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휴가를 갈 때 야구 모자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말고

다양한 모자를 시도해보는 것으로 태양을 피하는 나만의 모자를 찾았으면 합니다.




(1) 인생템 앞에선 과감해져야해


사실 야구 모자라고 해서 다 같은 모자는 아닙니다.

야구 모자도 머리 둘레 크기에 따라, 모자의 깊이에 따라, 챙의 모양에 따라

썼을 때 느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머리 둘레가 큰 편이라 잘 어울리는 모자를 찾기 힘든 편입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도 머리에 썼을 때 쏙 들어와 적당한 핏을 선보여야 하는데

모자의 적정 둘레가 머리의 둘레보다 작아 모자의 형태가 깨지는 순간

'대두'라는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상상해보지요. 보통 모자는 크기를 조절하는 똑딱이가 달린 모자와

늘어나는 고무 소재가 사용된 모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해도 모자의 원래 형태에서

과하게 넓혀질 경우 정수리에서 귀로 내려오는 그 포물선은 점점 더 넓어집니다.


모자를 쓰는 용도는 다양하겠지만 모자를 쓴 것이 안 쓴 것보다 못할 경우

굳이 내 몸에 아이템을 더하는 것으로 마이너스가 되는 스타일링을 하는 것은 좋은 스타일러의 자세가 아닙니다. 

그래서 무엇을 더하느냐가 아닌, 무엇을 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MLB 모자는 그래서 사이즈별로 나오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 아기들까지 온 가족이 커플 모자를 쓸 수도 있지요. 


이 모자는 친구랑 모자 매니아인 친구 남편과 셋이 

모자 매장에 구경갔다가 득템한 아이템입니다. 


스냅백(스냅은 뒤에 똑딱이를 말하지만, 보통 챙이 납작한 모자를 칭함)은 하나가 있었지만

야구 모자는 없었지요. 야구 모자를 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덩달아 같이 구경하다

너무 마음에 드는 모자를 발견했습니다. 게다 50% 세일이라니!

이 세일이라는 단어는 어째서 이렇게 강력한 것일까요?


구매를 할 경우 너무 잘 쓸 것 같은 게 그려졌습니다.(자기 합리화의 시작이죠)

그리고 까다로운 제 머리 사이즈에 너무 잘 맞더라고요. 

보통 야구모자는 눌러 썼을 때 귀에 닿지 않아 머리 사이즈를 원망하게 만드는데

이 모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품에 꼭 안기는 듯한 안락함을 두피로 느꼈다면 아시려나요?


저는 결정했습니다. 아 이건 인생템이다! 

너와 나는 만날 운명이었던거야. 

그렇게 만난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다행히 이 뉴에라 모자는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생활에서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모자를 쓴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템이라는 증거입니다.




(2) 머리 안 감았을 때 최고


모자를 패션템으로 쓰기도 하지만

저의 경우엔 머리 안 감은 날 귀차니즘을 숨겨주는 민폐방지 아이템에 가깝습니다.


매일매일하는 것의 성실함은 그 자체로 존경스럽습니다.

매일매일 머리를 감는 것.

매일매일 화장을 하는 것.

매일매일 출근을 하는 것 등등.


머리를 얼마나 자주 감는 것이 두피에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일하러 나갈 때를 빼놓고 자연인에 가깝게 생활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모자는 패션템이기보다 필수템인 것이죠.


저도 매일매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집 근처 까페에 출근하는 것입니다. 

별 일이 있지 않는 한 집 근처 까페를 작업 공간 삼아 매일 출근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갈 때 머리 모양이 괜찮다면 OK지만

삐죽빼죽 자기멋대로 뻗어나간 머리를 발견한 날에는 모자가 특효약입니다. 

그저 세수하고, 양치하고, 모자를 눌러 써주기만 하면 출근룩 완성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출근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므로 

'사회화에 걸맞는 룩'을 갖춰입도록 교육받습니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 허용되는 룩의 폭은 달라집니다. 

보수적인 직장, 자유로운 직장, 개인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직장 등등

옷은 사람의 사고에 영향을 줍니다. 다른 건 몰라도 창의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업무라면

매너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룩을 인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매일 아침 머리를 감을까, 말까를 고민하기보다

안 감고 모자를 선택하는 것은 창의적인 사고를 위한 행동 패턴의 결과물이라 우겨봅니다.

저는 이상하게 차려 입었을 때보다 집에서 막 나온 것처럼 후리(free)하게 입었을 때 글이 잘 써지더라고요.




(3) 모자 하나로 개구져 보이고 싶다면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내일모레 마흔입니다.

불혹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 네이버 두산백과>라는데

아직도 개구쟁이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걸 보면 

불혹이라는 나이에 걸맞기는 먼 이야기같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어른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다보니 나이는 해가 가면 먹는 것이고

'어른화'는 스스로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더라고요.


나이를 먹을 수록 청소년과, 청년, 어른의 사고와 행동은 무엇이 다른가 고민하게 되고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 삶에 녹아들 때 비로소 어른으로 한 단계 성장한다는 것을

주변의 진짜 어른같아 보이는 사람을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너무 어려보이는 것은 아닌지 옷차림에 대해 걱정하는 분을 만납니다. 

옷(정확히는 분위기)은 첫 인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때 옷차림을 신경쓰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옷차림이 아무리 나이에 맞고 어른스러워도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옷은 그 사람의 인성이나, 사고, 가치를 다 보여주지 못합니다. 

옷이라는 하나의 일면만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성급한 것인지 알기에

스타일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스타일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내 주변에 진짜 어른은 얼마나 있는지, 나는 진짜 어른인지 

고민하지 않고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좋아하고, 모자를 쓰는 것으로 개구져 보이고 싶습니다. 

마흔이 되도 저 룩을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질문을 멈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개구쟁이처럼 보이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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