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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pr 19. 2018

기본의 멋[7] 부츠 활용 룩

패션 심플리스트의 4계절 옷장 에세이 <겨울편>

<부츠 활용 룩>


한 겨울에 밑창이 얇은 스니커즈나 플랫슈즈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제 발에 한기가 드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두꺼운 양말을 신어도 밑창이 얇은 신발에는

땅의 한기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발등이 훤히 드러나는 플랫슈즈 역시 

한 겨울의 찬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영하의 날씨에 몸이 추운 것도 곤혹스럽지만

발이 찬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기에 겨울 신발의 존재는

외부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지요.

몸의 최전방에서 찬 기운을 막아내는 부츠의 고마움을 생각해볼까요?




(1) 기모 부츠로 따뜻하고 캐주얼하게


옷과 신발, 가방 등 안목과 감각이 부족하다면 

입어보고, 신어보고, 들어보고 사는 것을 추천하면서도

온라인에서'만' 파는 아이템에는 예외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백화점 신발은 너무 비쌉니다.

오프라인 샵의 신발들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쇼핑몰이나 해외 직구를 이용하게 됩니다. 


쥐색의 기모 부츠는 H&M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했습니다. 

유렵 신발 사이즈 표가 우리나라 사이즈 표와 다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요.

저는 운동화와 구두 모두 245사이즈를 신습니다. 

유럽 사이즈로는 5.5, 미국 사이즈로는 7.5 사이즈입니다. 


가끔 0.5 사이즈가 없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머리가 아프게 고민을 해야 합니다.

5를 살 것이냐, 6을 살 것이냐. 제가 구매해보니 그렇더라고요. 

양말 없이 신는 신발이나 늘어나는 천 소재의 신발은 5를 사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늘어나지 않는 피혁 소재나 양말과 함께 신어야 하는 가을과 겨울 신발은 100% 크게 사야 하더라고요. 


늘어나지 않는 소재의 신발을 5로 샀다가 온 몸이 랩으로 꽁꽁 묶여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발로 느끼기도 했습니다. 

발은 실제로 걷다보면 좀 붓게 마련입니다. 그러면 꼭 맞는 사이즈의 신발은 발을 더 조여오게 되지요.

불편한 옷은 활동성을 방해합니다. 그럴 땐 안 움직이는 것으로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신발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발을 못살게 굴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러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이즈와 발이 붓는 것의 합이 고통을 선사하는 것이죠.


그런 일련의 실패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고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쥐색의 기모 부츠도 6사이즈로 샀고요.

양말을 신고 신으니 그렇게 딱 맞을 수가 없더라고요. 

덩달아 겨울을 아주 따뜻하고 편하게 보낸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지퍼가 없어 신고 벗기가 살짝 불편하긴 하지만

그 외에는 디자인과 실용성, 보온성을 만족시키기에 잘 신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템을 살 때 아주 꼼꼼이 봐야 하는데 

신고 벗는 발목 부분의 통을 간과한 것이 저의 실수였습니다.


신어보고 사지 않으면 2% 부족한 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원숭이(스타일 코치)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냐구요?

네 이건 비밀이지만, 저도 가-끔 실수합니다. 


* 검색으로 알게 된 사실인데, 신발 수선집에서 지퍼를 달아주기도 하네요.




(2) 첼시 부츠는 겨울용은 아니더라


* 첼시 부츠 [Chelsea boots]: 영국 빅토리아 시대 (1837~1901) 때 착용하던 발목까지 오는 꼭 끼는 승마용 부츠로 굽이 보통 것보다 높은 편이며 옆선에 신축성있는 고무 소재를 붙여넣은 디자인이다. 1960년대부터 인기를 얻어 일반적으로 착용하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패션전문자료사전, 1997. 8. 25. 한국사전연구사)


* 사이드 고어 부츠 [side gore boots]: 양옆에 고무천을 고어로 넣은 조금 얕은 부츠. 1836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때문에 J스파카홀에 의해 고안된 것. 여왕의 부근 알바토공이 신었기 때문에 알바토 부츠라고 불렸고 19세기에 들어서는 런던의 첼시지구 중심으로 신사화 스타일로 부활해 유행하여 첼시 부츠라고 불리기도. 이전에는 모닝 코트나 프록코트 착용시 신던 예장용이었으나 점차 캐주얼에도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선보이게 됐다. 사이드 고어즈(side gores)라고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패션전문자료사전, 1997. 8. 25. 한국사전연구사)


몇 년 전부터 첼시부츠가 계속 유행입니다. 

저도 이번에 첼시 부츠의 유래를 처음 찾아봤는데

첼시가 지역 이름이었네요. 


통이 넓은 완전 캐주얼한 부츠만 있었기에

굽은 없지만 조금 더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의 첼시 부츠를 구매했습니다. 


첼시 부츠를 사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의 첼시 부츠를 보았습니다.

발목에서 발등으로 떨어지는 라인의 모양, 신발 입구 둘레의 크기(1,2 cm 차이로 느낌이 완전 달라집니다)

그리고 발볼에서 발가락 부분의 라인이 뾰족한지, 둥근지, 둥근 삼각형인지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아마 첼시 부츠를 구매했던 분들 중에

꽤 많은 분들이 사서 신어보니 '이 느낌이 아닌데'라는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의외로 스키니 바지와는 다양한 매치가 어려웠습니다.

발목의 통이 바지를 안에 넣어서 입기에 좁고, 넣었을 때 맵시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지가 첼시 부츠의 끝단에서 딱 끝나거나 살색이 보이게 롤업(접어서)해서 입는 것이 가장 괜찮았죠.

첼시 부츠를 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코디로 입었지만 그래서인지

저는 첼시 부츠가 바지보다는 스커트나 원피스랑 매치했을 때 더 활용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를 혼란스럽게 했던 건 첼시 부츠는 겨울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첼시 부츠를 신고 다녔지만 맵시와 스타일만 있을 뿐 따뜻하지는 않더라고요.

오늘에서야 이유를 찾았습니다. 영국의 겨울은 어지간해서는 영하로 내려가지 않으니까요.

우리 나라 겨울의 꽁꽁 얼어붙은 땅의 기운을 첼시 부츠가 이겨낼 리가 없죠.


몸이 추우면 몸은 두 팔로 꼭 끌어안으면 됩니다. 

발은 어떻게 해도 오롯이 두 발로만 추위를 이겨내야 합니다.

이렇게 쓰니까 제가 진짜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같이 보이네요.(사실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멋이 중요한 많은 분들이 첼시 부츠를 잘 신고 다녔습니다.

전 영상으로 올라간 날씨에만 가끔 신었습니다. 

첼시 부츠는 겨울보다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더 어울리는 신발이 아닐까 합니다. 

땅의 기운이 겨울을 벗어나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기에

스키니 바지 뿐 아니라 스커트와 원피스 등에 매치하는 것으로 스타일에 다양성을 주는 것.

영국에서 물 건너온 신발이지만, 우리 나라 환경에 맞게 변주를 주는 것. 

돌아오는 겨울에는 좀 더 다양하게 첼시 부츠를 활용해봐야겠습니다.




(3) 검은색 부츠가 먼저, 색깔 부츠는 다음


검은색은 가장 기본이 되는 색입니다. 

흰색과 검은색, 회색은 무채색(채도가 없는 색, 명도만 존재)의 특성상

어떤 색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실패하고 싶지 않은 분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색이기도 합니다. 

안정적이고, 다른 색깔과 어울리며, 기본은 하는 색이죠. 


그래서 어떤 신발을 살 때 정말 그 색이 나의 시그니처(개성을 살려주는) 컬러로

꼭 사고 싶거나, 잘 활용할 수 있는 색이 아니라면 검은색을 우선적으로 추천합니다. 

제가 쥐색의 기모 부츠를 산 것도 버클이 달린 검은색 워커부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검은색이라 하더라도 첼시 부츠와 워커 부츠의 디자인은 다릅니다. 

어떤 신발을 살 때(옷도 마찬가지지만) 디자인이 비슷한 신발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합니다. 

비슷한 디자인의 신발이 있다면 색깔이라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물론 이건 실용성을 우선적으로 하는 저의 성향에 따른 것입니다. 

쥐색의 기모 부츠와 워커 부츠는 버클이 달렸다는 것으로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색깔이 다릅니다. 

디자인이 다르거나, 색깔이 다르다면 신발로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이 더 풍부해지지요. 


하지만 저도 무조건 검은색을 추천하는 건 아닙니다. 

인생 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템은 검은색 아이템이 없더라도 바로 색깔 아이템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스타일 코칭을 진행하면서 트렌치 코트를 처음 구매하는 의뢰인에게

와인색 트렌치 코트를 추천한 적이 있습니다. 

트렌치 코트는 네이비, 검정, 베이지가 기본색으로 나오고 아주 가끔씩 브랜드에 따라 빨간색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색은 정말 드물게 제작, 생산이 되지요. 

그래서 쉽게 찾기 어려운 와인색 트렌치 코트를 제안했고, 잘 어울렸습니다. 

이처럼 입었을 때 나의 시그니처(매력과 개성을 배가시키는) 색깔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색깔템을 사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이 워커 부츠는 벌써 5번의 겨울을 저와 함께 보냈습니다. 

가성비를 퍼센티지로 따진다면 벌써 300%는 초과했을 것입니다. 

워커 부츠 자체에 통이 있기 때문에 통이 넓은 바지를 제외한 모든 아이템과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청바지나 스커트, 원피스에 주구장창 매치해서 잘도 신었죠.


신발은 오래 신으면 밑창이 닳기 때문에 정기적인 교체가 필요합니다.

3년이 넘었을 때 구두방에 가서 새로운 걸로 교체해주었습니다. 


디자인을 바꾸는 수선은 센스있게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의 수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편입니다.

대신, 디자인보다는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둔 수선은 할 만하다는 입장입니다.

길이를 줄이는 것, 닳은 가죽을 덧대는 것, 구멍난 바지를 메우는 것 등

아직 헤어지기엔 아쉬운 아이템을 수선해서 사용하는 것은

삶의 가성비를 높이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검색해보니 갈색 부츠를 진한 고동색으로 염색해주기도 하네요. 

색깔만 바꿔 새 신발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면, 한 번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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