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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n 28. 2018

책쓰기 아지트를 만들다.

글이 까페에서 더 잘 써지는 이유

원래도 배고픈 1인 기업이었던 지라 선인세 명목의 계약금은 통장에 입금 되자마자 승천해 버렸다. 계약금이 승천하고 난 뒤 나에게 찾아온 건 계약서에 적힌 날짜 11월까지 책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다. 그래, 6개월 동안은 쓸 수 있겠지. 5개월간 잊고 살았던 나의 원고에 대한 감은 다행히 금방 돌아왔다.


혼자 살았다면 집에서 여유롭게 원고를 채워나갔겠지만 나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독립하지 못한 다 큰 딸이 집에서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걸 어머니는 가만 두지 않으셨고 집에서는 당최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쓰기 아지트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없었으나 사람들이 카페에서 자기만의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로망은 있었던 지라 작지만 분위기도 괜찮고 혼자서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그런 곳을 찾기 시작했다.


서현역에서 멀지 않은 곳의
작은 카페


즐비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사이에서 아는 사람만 찾는 그런 카페. ‘Cafe in’(지금은 주인이 바뀌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에서의 작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때쯤 나는 판교의 모 협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계약서에 적힌 원고 완성 기간은 6개월이었지만 9월까지는 원고를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퇴근 후 2시간을 책쓰기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매일 Cafe in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Cafe in에는 내 전용좌석이 있었는데 계산대 바로 옆의 커피 내리는 소리와 샌드위치 등을 만들어내는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곳이었다. 또한 여느 카페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들려오는 노래 소리로 인해 조용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것들이 오히려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는 느낌이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런 소리는 집중력에 도움을 주는 백색소음이었다.) 구석 자리에 위치한 혼자서 작업하기에 최적인 장소에서 엉덩이에 힘이 바짝 들어간 최적의 자세로 작업을 하는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초여름의 6월부터 바람이 선선해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기 딱 좋을 9월까지 나의 원고 작업은 10월을 넘기지 않았던 것 같다(메일을 찾아보니 9월 27일 최종본을 전달했군). 매일 2시간을 쏟아 예상대로 3개월 만에 원고를 완성했다. 가끔 땡땡이 치고 싶은 날엔 땡땡이를 치기도 했다. 스스로를 닦달하는 성격도 아니지만 스스로가 부여한 목표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나를 여유롭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매일 Cafe in에 출근하는 걸
즐거워했던 것 같다.


그 시간이 지루하고 힘들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게 해줄 그 시간이 소중했다. 그렇게 Cafe in에서의 3개월로 원고의 남은 1/3을 채울 수 있었다.     


초보 저자의 한 줄 생각

책 쓰기를 위한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보자. 커피 한 잔 가격으로 나만의 작업실을 갖는 것이다.(물론 주인이 싫어할 수도 있다) 게다 가야할 곳을 만들어놓는다면 그 장소에 가는 것만으로도 글을 쓰든, 안 쓰든 관련된 궁리는 하게 되어 있다.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는 것처럼,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로 출근하는 것은 자연스레 원고를 채워가는 습관을 키워준다. 더하여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의 작업은 몰입의 즐거움까지 선물할 것이다.


* 이 매거진의 글은 2013년 출간한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란 책의 3년간의 출간 과정을 담은 에세이(2015년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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